지난 10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송담 대선사 조계종 탈종 선언 등 종단의 중대현안과 관련, 종정과 방장, 원로, 율사들의 각성을 촉구했던 설조 스님이 2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이 없자 사실상 종헌기구 및 종단 지도자의 역할과 각성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재가자 및 사회 지도계층과의 연대를 통한 종단현안 타개에 나설 뜻을 밝혔다.

설조 스님은 10월 21일 오후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신도들과 만나 종단의 현안을 타개할 대책을 논의하고 방법을 찾아볼 것이고, 이것으로도 미흡할 경우 소셜 닥터들(사회 지도층)과도 만나 종단을 누란의 위기에서 구할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설조 스님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종단 구성원 스스로의 종단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사회법적 판단을 구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설조 스님은 그동안 조계종 원로의원 가운데 비구자격을 갖추지 못한 의원 등 부자격자가 있으며, 원로의원 선출과정에서도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점을 공사석 간에 제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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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설조스님과 기자들간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종단의 어른들이 송담 스님 탈종에도 불구하고 함구하고 있다. 말을 할 때가 되었다고 공개 촉구한 당사자로서 지금 심정은 어떤가?

“노인들이 침묵하는 것이 무거운 제 마음을 더 무겁게 하고 있다. 중진들도 침묵으로 일관해 안타깝다. 불교신문에 용주사 교구에서 발표한 결의문을 광고를 봤다. 그런데 그 내용 중에 송담 스님 탈종사태에 대해 큰스님을 잘 못 모셔서 죄송하다든가, 꾸중을 멈추시고 돌아오기를 바란다든가 등의 언급이 전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언급이 한 줄도 없는가, 참담함을 느꼈다. 전 사부대중이 충격을 받은 송담 큰스님 탈종에 대해 해당 교구에서 발표한 결의문에 한 마디도 언급이 없는 것은 참 희한한 일이다,

-현재 조계종단이 어떤 상태라고 보고 있나?

“다 아시다시피 우리 교단은 병폐를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중증환자인 상태이다. 젊은 사람들도 모르고, 중진도 모르고, 원로대덕도 침묵 내지는 회피하는 이 현실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하면 암담하다. 그래서 스님들 무감각하다면 재가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해졌다. 만약 재가자까지도 무감각하다면 이 난국을 어찌할 것인가 생각도 해봤다.. 그리고 우리 교단도 한국사회의 한 사회구성원원으로서 스스로 고치지 못하는 중증이라면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의뢰를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다.. 소셜 닥터들에게 이 교단의 중증을 처방하도록 의뢰해야 하지 않는가. 이런 생각도 든다. 그런데 신도들도 큰 반응이 없다. 만약 신도들 가운데 교단의 중병을 염려하는 분들이 있다면 찾아가서라도 의견을 나누고 싶다. 그러나 그분들마저도 침묵한다면 일반 사회과학자들을 찾아가서라도 송담 스님께서 살신성인의 결단으로 만들어주신 이 교단의 마지막 회생 기회라도 놓치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

-스님께서 생각하는 종단이 앓고 있는 중증의 치유법이 있다면 말씀해달라?

“내가 지혜롭지 못한 사람이다. 그래서 여러 스님들에게 말씀해달라고 당부했던 것이다. 신도들에게도 묻고자 한다. 신도들도 외면한다면 일반 사회를 향해서라도 호소해야 된다고 믿는다.”

-지난해에도 그렇고, 오늘 이 시점에도 그렇고 스님께서는 문제 제기는 쭉 하셨다. 그러나 이렇다할 처방전은 내놓지 않고 계시다. 종단에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종단의 스님과 신도, 일반 사회라도 꾸준히 의견을 같이하는 분들을 찾으셔야 한다고 보는데, 혹시 공감하는 분들이 있나?

"많지는 않지만 있다. 내게 전화를 걸어와 공감을 표하고, 또 누군가 해야 할 말씀을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서지는 못하겠다며 사정을 이야기한다. 수좌, 학승, 원로들 일부에게서도 이런 반응을 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바깥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다."

-사람과 제도가 문제라고 하셨는데, 어떤 것부터 고쳐져야 한다고 보나?

"사람도 문제고, 제도도 문제다. 진각종, 원불교, 천태종 등과 같은 집단은 그 연도에 비해 큰 발전을 하고 있다. 제가 확신하고 있는 것은 그들의 집단에서 신도들은 그들의 믿고 따르는 스님들이나 지도자들이 적어도 도둑은 아니라는 확신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자신들의 시주가 스님들 공부하고 사회에 비교적 잘 쓰인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조계종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같은 조계종인데도 새로 된 포교당들, 예를 들어 구룡사나 능인선원 같은 곳은 재정을 공개해서 성공을 하고 있다. 신도들의 지지와 신뢰를 받아 사세가 커진 것이다. 인천 용화사 같은 경우도 누구나 그 살림살이를 알 수 있도록 공개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용화사가 얼마나 크게 성장하고 있는가. 이것으로 볼 때 우선 사람이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도가 잘 되어 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지 않겠나."

-94년 종단개혁 당시 개혁회의 부의장 하면서 개혁의 내용을 종헌종법에 많이 반영하지 않았나?

"그렇지가 않다. 그때 돈을 공개하고 통제하는 내용을 제도화하려고 했으나 80명 개혁의원 중에 불과 18명 정도만 찬성을 해서 실패로 들어갔다. 그래서 억지로 고집을 해서 신도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두도록 했지만, 그것이 제대로 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런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 지금 굳이 문제 제기를 하는 이유는?

"중병환자가 있다고 하자. 오늘 낼 죽지 않는다고 해서 서둘 일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안 된다. 우리 세대가 아니더라도 이 교단은 계속 이어져나가야 한다. 이런 병이 든 것이 줄잡아 30~40년 쌓인 것인데, 지금이라도 고치자고 나서야 한다. 그동안 병을 키워온 것이라고 자각을 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이것은 병이다. 건강한 상태가 아니라고 자각해야 한다. 누군가는 끊임 없이 말을 해야 한다."

-이제는 문제 제기보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문제만 지적할 것인가?

"옳은 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병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소셜 닥터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지금 내가 하는 것은 일종의 신음이다. 내가 적절한 처방전을 제시할 의술이 없다고 해서 신음마저 하지 말라는 것인가? 그래서 나는 그 방법을 신도들이나 일반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에게라도 물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16대 중앙종회 선거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 개혁회의 부의장을 하시면서 개혁과정을 지켜보았는데, 서의현 전 총무원장 사면 이야기가 나올 것 같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체제하에서 중앙종회 의원 선거결과를 놓고 어떤 것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또 힘있는 사람의 뜻이 특정인의 사면에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생각 밖의 일이라고 본다. 혹자들은 한족으로 치우친 의석의 구도라고 하는데, 그들이라도 율장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좋겠다. 조계종에는 제가 율장을 거론할 때마다 지금 이 시대에 율장이 뭔 소용이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도덕보다도 실정법을 더 중시한다면 이 사회가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장자의 '거여편'이 생각난다. 좀도둑은 궤짝을 열고 그 안의 것을 가져가지만, 큰 도둑은 궤짝채로 가져간다. 도덕률을 외면하고 실정법만 내세운다면 큰 도둑과 마찬가지다. 율장을 잘 지키도록 편의를 위해 종헌종법을 만들었는데, 그것만 중시하고 율장을 무시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스님은 94년 개혁 종헌종법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는데 그 법이 잘못된 것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닌가?

"당시 통제하고 공개하는 가장 중요한 것을 담아내지 못했다. 조계종의 현 풍토가 이양(利養)에 골몰하고 있다. 잡보장경의 ‘이양의 해’에 보면 이양에 집착하면 도인의 착하고 미묘한 골수를 녹인다고 했다."

-이 순간 어른스님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교단 현실을 다시 잘 살펴보시고, 이래도 좋은 것인지 숙고해주시기 바란다. 이 교단 문제는 좀 심각하게 예전에 우리 은사스님(금오스님)께서 일반 거사에게 물어서 인사 및 재정의 통제 및 공개라는 해답을 얻었던 것처럼, 우리 교단이 다시 되살릴 수 있는 처방전을 어른스님들이 각각 주위에 물어 보았으면 좋겠다. 종단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분들은 종단이 바로서는 방안에 대해 누구에게든 겸허하게 물어야 한다. 나도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볼 예정이다. 교단 안에서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

-스님께서 지난해부터 꾸준히 문제제기를 했지만 다수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그렇다면 거꾸로 스님의 문제제기가 문제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수를 따른다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가 말해온 것은 내 말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율장에서 말씀하신 것을 말한 것이다. 승적에 기재된 것을 그대로 인정하자는 취지의 최근 만든 특별법 같은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서의현 전 총무원장 사면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글쎄 지금 처음 듣는 이야기라 지금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단 율장 정신에 의해서 처리해야 할 것이다. 만일 이 문제가 원로회의든 종회든 공식적으로 상정이 되면 그때 이야기하겠다."

-그렇다면 한국불교, 더 줄여서 조계종에 희망이 없다고 보시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정화불사 당시 250명 비구가 7000명이 넘는 대처측을 이기지 않았나. 또 지금 이대로 간다고 해도 조계종은 축소되겠지만 불교는 관계가 없다고 본다. 지금 종단을 좌지우지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불교가 흥하거나 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언젠가 한국 사람들에게 맑은 의식이 돌아올 때 불교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