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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돕는 한국젊은이 미더웠다”
김종화 2014-10-20 (월) 23:45
나는 늘 새로운 불교, 아니 부처님의 참 가르침을 배우고 따르는 불교에 목말라 있었다. 나마스떼코리아에서 네팔에 희망심기 봉사를 간다기에 어떤 활동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젊은 사람들이 과연 어떤 마음을 갖고 행동하는 지가 보고 싶어 참가신청을 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의료봉사여서 다른 의료진도 같이 가느냐고 물었더니 나 혼자 간다고 한다. 따라서 의료진은 나와 수족 침을 시술할 두 분, 그래서 세 사람으로 의료팀이 구성되었다. 의료라는 것이 혼자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출발 전부터 나마스떼코리아 실무진에게 걱정을 털어놓았다.
7월 26일 1진은 이미 하루 전에 출발했고 나는 생면부지의 SBS의 아침방송프로그램인 『생활경제』에 노대성 PD를 인천공항에서 만나 동행했다. 많은 회원들과 함께 가지 않고 나만 따로 가게 한 것은 나이 많은(?) 나를 배려하여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탑승 시간이 다 되어서야 마음씨 후덕한 노 PD를 만났다.
비행기 좌석에 앉으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을 갖고 있는 네팔인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하다가 수마의 방해로 그만 깜박 생각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일전 네팔을 다녀온 고등학교 동창으로부터 네팔에서 10년 넘어 살고 있는 동창생 하나가 도인이 다 되어 있었다는 말을 듣고 사람의 성품도 중요하지만 살고 있는 환경도 인격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걸 새삼 확인했는데, 내가 네팔에서 10여 일을 살고 오면 나도 바뀔까 하며 미소를 지어보았다.
카투만두 공항에 도착하니 선발대로 하루 일찍 도착한 봉사단장 하도겸 박사 일행이 택시를 대기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기여서 비가 약간씩 내리는 가운데, 우리나라 시골버스 터미널 같은 공항을 빠져나와 숙소로 향했다. 캄캄한 밤인데다 전기사정이 나빠 어두운 시가지를 지나 어둡고 좁은 골목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한 것은 자정이 지나서다. 곤하여 대강 씻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방이지만 눕자마자 잠에 떨어졌다. 다음 날 이른 아침을 먹고 포카라로 이동했다. 비행기로 불과 30분밖에 안 걸리는 거리를 본대는 버스로 8시간 이상 걸렸다니 얼마나 고생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포카라에서 시장에 들러 각종 채소 등의 식자재와 식수를 구입하고 약포지가 부족하여 구입하려 하다가 포기하고 캠프인 담푸스로 먼저 향했다. 물건들을 싣고 우리 일행들을 태운 4륜 구동의 작지만 힘이 좋은 지프(택시)는 도저히 길이라고 이름 하기 어려운 산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찌나 험하던지 아차하면 머리를 찧고 몸 가누기도 어려워 피곤해도 잠시도 눈을 붙이거나 방심할 수 없는 길을 기사는 코너마다 빵빵거리며 아랑곳하지 않고 달린다. 척추가 안 좋은 사람이라면 허리를 다쳐 몸져누울 정도다. 우리가 본거지로 잡은 담푸스는 해발 1700M를 조금 넘는다고 했다. 출발 전에 고산병으로 고생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은 평소 테니스로 단련한 효과가 있었던지 아무렇지도 않았다. 물론 1700미터 정도는 고산병이 올만큼 높은 지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나이가 일흔이 넘었으니 스스로 조심해서 다른 일행들에게 걱정을 끼치지 말자고 다짐했다.
다음날부터 진료를 위해 할 일 중 가장 시급한 것이 약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사전 정보에 의해 허리통증, 영양부족 그리고 피부병이 많다고 알고 있던 터였기에 약은 부족하지 않게 준비했지만 약포지와 봉투 그리고 연고와 피부크림들을 담을 용기가 절대 부족이다. 현지사람들에게 부탁 해봐도 못 구한다는 대답이다. 궁즉통(窮卽通), 어찌해야 할 것인가. 그래 약포지는 좀 아껴두고 가져간 사무용지를 잘라서 약포지 대용으로 쓰기로 하고 고약용기가 부족하니 연고들은 한 면이 방수 처리된 약포지에 담아주고 약 봉투는 넉넉하게 가져간 비닐 봉투로 대체하기로 정했다. 약을 싸는 일도 만만치 않아 저녁식사 후에 모두 식탁주위에 모여 앉아 가르쳐가며 다음날 쓸 약들을 준비해 놓았다.드디어 진료를 시작하기 위하여 초등학교에 도착하니 교장선생님과 마을 주민과 학생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목에 꽃을 걸어준다. 큰 도움도 아닌데 환영해주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한 교실에서 진료와 투약을 하고 수족침 파트는 다른 교실에서 시술하기로 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전날 저녁에 현지 확인을 통하여 노지를 피하고 실내에서 진료를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모든 행사는 기획도 중요하지만 현지답사가 꼭 필요하다. 만일 전 날 확인을 안했으면 첫날 진료는 하지도 못하고 엉망이 될 뻔 했다.
역시 대부분의 주민들이 허리통증을 호소했고 영양부족과 각종 피부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치아들도 나이를 불문하고 아주 나빠 발치를 해주어야 할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먹고 살기도 힘든 주민들이 치아 건강에 신경 쓴다는 것은 아마 사치이리라. 다음 진료에는 치과의사, 피부과의사와 내과의사의 봉사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고산지역이어서 자외선 량이 많아 백내장환자가 많아 뜻 있는 안과 의사들의 백내장수술 봉사도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른들은 각종 관절 질환, 고혈압, 위장병, 백내장, 피부병과 충치로 고생하고 있었다. 여자들은 일찍 결혼하여 출산과 힘든 노동으로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였고 삶에 지친 모습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더욱 안 된 것은 헌법상으로는 폐지되었다지만 여전히 카스트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고 여자들을 하대하는 습관이 남아 있어 우리나라의 여자들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팔 어린이들을 진료하고 있는 필자(김종화 박사, 사진 위).
셋째 날 아침 산책 나갔다가 절뚝거리며 내려오는 할머니 한분을 만났다. 어제 밤에 넘어져서 다쳤다는 것이다. 우선 보아도 열상이 심하여 정강이뼈가 노출되어 봉합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산책을 그만두고 숙소로 돌아와 비상을 걸고 봉합수술 준비에 들어갔다. 다행히 서울에서 봉합에 필요한 의료기구들을 망설이다가 가져온 것이 효자노릇을 하게 된 것이다. 경험이 전혀 없는 자원봉사자들을 독려해가며 준비하고 국소마취제를 주사한 후 봉합을 마쳤다. 자원봉사자 조현숙 선생과 동국대 경주캠퍼스에서 불교학을 전공하는 4학년 여대생 장지현양의 도움이 컸다. 보통 사람들은 뼈가 나올 정도의 깊은 상처만 보아도 메스껍고 어지러운데 끝까지 봉합한 실도 끊어주며 유경험자 못잖은 역할로 큰 도움을 주었다.
다음날은 윗마을 학교에 가서 진료하는데 등교하던 학생이 다쳐서 발바닥이 찢어져 우리회원이 숙소까지 가서 수술도구를 챙겨와 봉합수술을 해 줄 수 있었다. 가난하여 제대로 된 신발들을 신지 못하고 슬리퍼를 신고 다니니 날카로운 바위투성이의 길에서 넘어지면 바로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다친 지 오래되어 봉합을 할 수 없었던 환자들도 여러 명 있었는데 도움을 주지 못해 안타까웠다. 봉사를 끝내고 귀국하기 위하여 약품 등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숙소로 찾아온 환자들을 최선을 다해 진료하였다. 세상에는 나의 도움이 필요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숙연케 한다. 이번 나마스떼코리아의 네팔에서의 활동은 의료봉사 뿐 아니라 가난한 학교에 필요한 교사 한분의 일 년치 봉급의 지원과 가난한 학생을 지원하고 구강위생을 위하여 초등학교 전교생이 쓸 수 있는 칫솔과 치약을 마련해주었으며 학교의 철문을 달아주고 깨진 창문을 수리해주는 등등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나마스떼코리아의 젊은 회원들과 열흘 동안 같이 생활하며 그들의 활동을 보면서 느낀바가 많았다. 우선 나같이 나이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젊은 사람들은 미덥지 못하고 철없는 행동을 할까 봐 자연히 잔소리를 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나마스떼코리아 회원들은 너무(?) 철이 들었고 신중하고 너그럽기까지 하였다. 그리고 모든 잘못은 다 자기 탓으로 돌리고 싫은 소리를 들어도 조금도 섭섭하게 생각지 않고 고칠 점은 바로 고쳐나가며 서로 돕고 양보하는 태도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어른들이 걱정해야 할 젊은이들도 있지만 바로 나마스떼코리아 회원 같은 젊은 세대가 있어 우리나라의 앞날이 결코 어둡지 않고 밝을 거라고 확신을 갖게 된다. 내가 남에게 도움을 주었다기보다 말에 앞서 남을 돕는 보살행을 보이는 믿음직한 젊은이들과의 만남이 이번 네팔을 다녀온 가장 큰 보람이다.
김종화/ 한국불교연구원 이사장, 의학박사
* 이 글은 2014년 NGO나마스떼코리아 네팔희망심기 해외봉사에 참여한 김종화 이사장님께서 [구도] 197호에 기고하신 글을 수정 보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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