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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는 우리나라茶다

하도겸 | dogyeom.ha@gmail.com | 2014-10-12 (일) 20:02

우리문화라고 하면 다문화를 포함해서 우리 모두 다함께 즐기거나 향유하거나 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모든 문화를 포함한다. 요즘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문화에는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예전에야 김치가 한국요리지만 언젠가부터 일본인들도 ‘키무치’를 먹는다. 그리고 얼마 전 찾아간 독일 중부의 로만틴가도에 자리잡은 작은 도시 안스바하의 구석진 동양 식료품점집에도 놀랍게도 우리 ‘김치’가 있었다. 그 김치를 찾는 고객 가운데는 독일주둔미군은 물론이고 한국을 방문했던 독일인 그리고 한국 유학경험이 있는 독일인 경찰에게서 태권도를 배우는 학생들을 포함하여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 

독일 슈퍼마켓에는 우리나라에서 직수입한 한글로 포장된 김치도 있지만 일본에서 만들어진 일본어로 표기된 ‘기무치’도 있었다. 독일에 사는 디아스포라로 현지에 눌러 살게 된 광부와 간호사 그리고 학생들인 재독한인들이 현지 배추 등의 농산물로 만든 독일어도 아닌 영어로 적힌 ‘kimchi’도 있었던 것 같다. 이 모두 표면으로는 우리 김치이지만 먹는 사람들은 이것이 우리 대한한국의 음식문화라는 것을 알고나 먹을까? 비록 안다고 해도 그걸 정말 맞는 말일까? 우리 맛과 정말 달라도 많이 다른 일본 ‘키무치’는 발효가 잘 안되어 있고 달달한 맛이 강하다. 그런데도 우리 김치일까? 



보이차가 생산되는 운남의 소수민족들. 우리민족과 그 혈통이 같다고 한다. 


독일인들 가운데는 우리나라의 김치를 아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취향이나 선호도는 다르다. 일본에서 만든 ‘키무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독일인들은 언제까지 김치를 한국음식이라고 기억할까? 근래 해외 기사를 보면, 이미 중국과 일본에서 김치는 보편화되고 대중화되어 있다. 일부 중국인과 일본인들에게는 식사 때마다 절대로 빠질 수 없는 반찬이 되어 있다. 그 어느 음식도 보다도 잘 먹는 기호식품이 아닌 생활식품이 되어 있다. 그런 그들이 언제까지 ‘김치’를 한국음식으로 기억할지 정말 흥미진진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멀지않은 미래에 그들은 ‘김치’를 그냥 어느 한 나라의 음식이 아닌 그냥 자연스럽게 자신의 나라의 음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전 세계인들이 우리가 원조인 김치를 먹는 그날이 올 것이다. 그때 우리 지구인들이 김치로부터 우리 선조들의 맥박을 느끼길 바랄 뿐이다.

오늘날 세계는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 식탁에서 전세계의 농산물이 올라오고 있다. ‘신토불이(身土不二)’ 즉 우리 농산물만을 고집하기는 어려운 시기가 되어 간다. 배추나 육고기 등 농산지 표시로 인해서 이것이 지켜지고는 있다. 하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땅에서 나지 않거나 나더라도 그것이 바나나나 파인애플처럼 원래부터 수입된 것이라면 외국에서 먹는 ‘김치’처럼 얘기는 참 많이 달라진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라는 말에 고유라는 말은 잘 어울리지 않게 되었다. ‘우리 고유’가 가진 ‘우리만’의 소 집단적 폐쇄성 보다는 ‘우리 모두’라는 범 집단적인 개방성이 더 다가오게 된 것은 아닐까? 그러한 의미에서 ‘보이차’는 우리에게 새로운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옛 배달들의 서책인 부도지(符都誌)에는 우리 조상들은 마고성(麻姑城)에서 땅에서 나오는 이슬처럼 맑은 지유(地乳)를 먹어 혈기를 맑게 했다고 한다. 음식을 먹다보면 쓴맛, 단맛, 신맛, 매운맛, 짠맛 등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음식은 먹을 때는 안 그런데 뒷맛에 마치 우유와 같은 ‘젖’맛이 나는 것이 더러 있다. 우리의 ‘김치’가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입속 가득히 여운을 가지고 남는 고소하고 달콤하기까지 한 ‘젖’맛은 참으로 대단하다. 김치만 그런 건 아니다. 우리나라 하늘의 태양 햇볕에 말린 고춧가루에서도 ‘젖’맛이 난다. 보이차가 특히 더 그렇다.

보이차의 산지는 중국에서도 우리 국적기가 취항하는 운남성 곤명 남쪽에서만 난다. 서쌍판납 (西双版納)이라고 하는 중국 최남부인 이곳은 우리에게 ‘삼국지’로 잘 알려진 한나라 때 제갈공명(諸葛孔明, 181~234)이 차를 따고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다. 서쌍판납을 가로지르는 란창강(라오스나 미얀마에서는 메콩강이라고 부름)을 중심으로 동쪽에는 혁등(革登), 의방(倚邦), 망지(莽枝), 만전(蛮砖), 만사(漫撒(이무(易武))), 유락(攸乐, 현재의 基诺) 등의 고 6대 차산이 있다. 그리고 서쪽으로는 남나산(南糯), 남교(南峤), 맹송(勐宋), 경매(景迈), 포랑(布朗), 파달(巴达)의 신6대 차산이 있다. 지유명차에서 구입한 ‘04파달숙병’이라고 하면 파달산에서 2004년에 만든 숙차로 떡처럼 둥글게 긴압(緊壓)한 차를 말한다.



보이차를 만들고 있는 모습. 


이 지역에서는 청대에 이르러서는 황실에 공납하는 차로 지정된 곳도 적지 않은데, 1950년 이전까지 복원창호(福元昌號) 동경호(同慶號) 등 호자급(號字級) 보이차들이 유명했다. 아직 지유명차에서 판매하고 있는 ‘차순호’ ‘낙생호’ 등의 호자급 보이차들은 황실에 바칠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된 차라는 뜻에서 각 차창들이 내놓은 것이 된다. 여하튼 차의 고장인 이곳에는 중국 한족이 아닌 많은 소수민족이 산다. 특히 이 부근에 사는 소수민족 가운데 라후족 등은 단군의 후손으로 고구려 유민들이라고 주장하는 책도 나왔다. 이게 맞다면 보이차는 우리가 한반도로 이동하면서 제대로 챙기지 못했거나 날씨 변화 등으로 잃어버렸던 우리의 소중한 전통 차문화 가운데 하나가 된다. 

사실 중국이 원산지면 어떻고 우리 선조들이 것이 아니면 또 어떤가? 좋은 것은 같이 쓰고 김치처럼 누구나 먹는 것이 당연하다. 혐한정서가 있는 일본에서 여전히 김치는 ‘절인 반찬’ 1위라고 한다. 좋은 음식은 한 나라의 것이 아니다. 우리 인류 모두의 문화유산이다. 따라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이다. 이와 같이 좋은 차는 중국인이나 일본인을 가리지 않고 전 인류가 함께 나눠 마시는 것이다. 석유가 외국산이라고 해서 안쓸 것인가? 

보이차는 발효차로 김치와 같이 수많은 우리 몸에 좋은 곰팜이와 균이 살아 있는 생명체 덩어리다. 수입해서 바로 마시는 차도 아니고 우리 땅에서 습기와 공기와 함께 숨 쉬며 안정을 취한다. 같은 보이차라도 중국에서 그냥 마시는 차맛과 우리나라로 들여와 마시는 차맛이 참 많이 다른 게 보이차다. 따라서 21세기 글로벌시대에 운남지방 소수민족의 보이차를 단지 지금의 국경이나 영토에 집착해서 ‘중국차’나 ‘China tea’라고 해서는 안된다. 3000년 전의 용산문화가 중국 한족의 문화가 아닌데도 이를 중국문화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이는 동북공정을 인정해주는 샘으로 이런 논리대로라면 영원히 만주를 내주고 간도를 넘기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석유는 중동 등에서 생산되지만 정유 기술은 우리가 최고라고 한다. 석유를 정제한 것처럼 보이차를 들여와 우리나라에서 안정시키고 ‘보다 더 보이차다운 맛’을 내게 한다면 그건 바로 우리의 것이 아닐까? ‘호중일월장’(壺中日月長)이라고 한다. 잎에서 나서 수확되는 시간보다 차호 속에서 보내는 세월이 훨씬 더 길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월진월향’(越陳越香)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맛과 향이 더 좋아진다는 뜻으로 모두 보이차에 해당한다. 입양해 와서 기른 양자도 내 참된 아들이다. 이주배경을 가진 다문화 가족이 우리나라 사람인 것과 같다. 보이차는 그렇게 자신의 몸을 희생하며 땅의 젓을 우리 인간에게 베풀면서 국경을 초월하며 시대와 교류하는 법까지도 몸소 가르쳐준다. 우리가 즐기는 김치처럼 보이차 그것 역시 우리가 되찾은 ‘오래된 미래’이다.

하도겸 | 칼럼니스트. dogyeom.ha@gmail.com

* 사진은 지유명차 인사점 문대혁 대표가 제공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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