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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에 밀린 지눌 선사상 기지개 펼까?

이학종 기자 | urubella@naver.com | 2014-10-10 (금) 10:35

보조사상연구원(원장 법산 스님) 제24차 국내학술대회가 ‘여말선초 보조선의 분화와 확산’을 주제로 10월 1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법련사 대웅보전에서 열린다,

 

이번 제24차 국내학술대회는 보조 지눌의 선사상이 여말선초 선사들에 의해 어떻게 이해되고 수용되어 왔는가를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보조 지눌의 선사상은 그의 입적 이후 수선사를 중심으로 그의 선사상을 계승하고 확산하는 사업이 지속되었으나 고려 후기에 이르러 임제선이 전래되면서 보조선은 상대적으로 그 빛이 가려져 왔다. 하지만 임제선의 열풍 아래서도 보조선의 선풍은 끊이지 않고 수선사 선승들과 여말 선초 선사들에 의해 이어져 왔다.

 

이런 점에 집중해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보조에 의해 제시된 선풍이 여말 선초의 선사들과 거사들에게 어떻게 연속되어졌고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살펴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아울러 보조선사가 정토수행을 부정한 이유는 어디에 있으며, 후대선사들은 그것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했는가에 대한 구명도 시도된다.

 

 


10월 18일 열리는 보조사상연구원 학술대회를 설명 하고 있는 법산스님.

 

 

이번 학술대회에는 고영섭 동국대 교수를 비롯해 오경후 박사(동국대), 신규탁 교수(연세대 철학과), 박해당 교수(서울 과기대) 등이 발제에 나선다.

 

고영섭 교수는 ‘한국 간화선의 정통성 문제-한국의 간화선은 보조선인가 임제선인가’를 발표한다. 고 교수는 고려 중기에 자생한 보조선(普照禪)과 고려 후기에 재전래한 임제선(臨濟禪)이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가 늘 문제가 되어 왔다는 점에 천착해 한국 간화선의 정통성 문제를 다룬다.
고 교수는 고려 중기에 지눌이 돈오점수의 수행법과 선교일원의 사상체계를 모색한 것과 달리 고려 말기에 태고(太古)와 나옹(懶翁) 등에 의해 재전래된 임제선법이 돈오돈수에 입각한 간화결택의 수행법과 사교입선(捨敎入禪)의 사상체계를 강조한 것은 시대상황과 역사인식이 투영된 것일뿐 그들 선사상의 근본적인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낼 예정이다. 또 지눌이 선정일치(禪淨一致)를 추구한 것이나 태고가 염불선(念佛禪)을 주장한 것 역시 당시의 시대상황과 역사인식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학계에서 보조선과 임제선이 근원부터 다른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은 청허 휴정 이후 편양 언기 등의 임제법통 정립이라는 정통성 문제를 가미시켜 이해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고 교수는 “임제선이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의 기치로 ‘주인공’을 강조해온 선사상이듯이 보조선 역시 고려 중기의 ‘주인공’으로서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라’는 ‘마음의 토대’ 혹은 ‘사유의 입각지’로서의 ‘주체성’을 강조한 선사상이라는 점은 분명하다”는 점을 전제한 후 “따라서 법통과 법맥의 주도권 장악이라는 정치사적인 맥락에서 보지 않는다면 한국의 간화선은 ‘보조선이자 임제선’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낼 예정이다.
 

오경후 박사는 ‘여말선초 보조선(普照禪)의 법통과 법맥’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 선종사에서 법통과 종조문제에 대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 특히 법통에 대한 정립은 조선후기 불교계의 정체성과 그 기초를 확립했던 청허 휴정의 제자들에 의해서 진행되었다는 점을 서술할 예정이다. 오 박사는 “그러나 이들은 임제선의 수용이 본격화된 고려 말 조선 초의 불교사적 사실을 임의대로 재구성한 것이며 이른바 여말선초 불교계의 대표적 인물이었던 환암혼수(幻菴混修)·구곡각운(龜谷覺雲)·벽계정심(碧溪 淨心)의 법통을 태고 보우의 계보로 편입시켜 버렸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또한 더욱이 이들은 임제종의 순수성 강조를 전제로 보조 지눌을 임제종과 상관이 없는 별종(別種)으로, 나옹 혜근을 평산 처림의 분파(分派)로 처리한 점도 지적할 예정이다.
오 박사는 “여말선초 불교계의 기록과 이색·이숭인 등 유자(儒者)들의 관련기록은 태고 보우보다는 나옹 혜근에 더 친연성을 두고 있다는 점, 더욱이 환암과 구곡의 관계는 사제(師弟)가 아닌 동격(同格)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기존 간화선 법통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예정이다.

 

신규탁 교수는 ‘불교 이해에 나타나는 보조의 모순과 종합성-염불사상을 중심으로’를 발표한다. 신 교수는 󰡔보조사상󰡕에 지눌(知訥 ; 1158-1210)의 만년 작품인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法集別行錄節要幷入 私記󰡕(이하 󰡔절요󰡕) 속에 도사리고 있는 모순성에 주목했다는 점을 전제로, 이 책은 한 사람의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는 여러 측면에서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 이 문제를 ‘통시적 현재성(通時的 現在性)’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지눌의 입장을 해석을 시도할 예정이다.
불교의례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신 교수는 또한 이번 논문에서 염불 내지는 정토 신앙에 대한 보조의 수용 태도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보조에게는 염불선에 대한 수용의 면도 보이고, 또 폄하의 면도 보인다는 점, 이 점에 대해 고 심재룡 교수 등은 염불선은 뒷사람들에 의해 삽입된 것으로, 보조의 사상 지평 위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했다는 점을 소개하고, 그러나, 이런 보조의 철학 태도를 ‘모순의 노출과 종합’이라는 입장에서 긍정적 평가를 시도한다.
신 교수는 특히 “사상의 현재성에 주목하고, 만년에 이르도록 자신의 철학적 문제로 수용하고 또 고민하는 지눌의 자세는 현대 한국의 불교학계에 많은 교훈을 남긴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자기 철학은 없고 역사적 기술만 늘어놓는 그런 현재 한국에서 불교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현실에 일침을 가할 예정이다.

 

박해당 교수는 ‘여말 선초 거사들의 보조선 인식과 계승’을 발표한다. 이 논문은 고려 말 조선 초에 활동하였던 거사들이 보조선을 어떻게 인식하고 계승하였는가를 살피는 내용이다. 박 교수는 현재 남아 있는 문집을 중심으로 자료를 검토해 세 가지의 결론을 제시할 예정이다.
첫째, 이들에게는 ‘보조선’이라고 하는 독자적인 선풍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점, 목은 이색이나 운곡 원천석을 비롯하여 이 시대의 많은 사대부들이 여러 선사들과 교유하였고, 이 과정에서 선의 세계를 담은 시문을 많이 남겼지만 그들이 말하는 선은 보통 이야기되는 일반적인 선의 세계일 뿐 ‘보조선’이라고 특별히 지칭한 것은 없다는 점을 드러낼 예정이다.
둘째, 이 시대의 사대부들 가운데에는 이규보, 원천석 외에 불교적인 의미에서 ‘거사’라고 할 만한 사람이 매우 드물었다는 점을 적시하고, 세째는 이 시대의 사대부들이 대부분 불교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을 밝힐 예정이다..
박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 결론적으로 고려 말 조선 초에는 불교적인 입장에서 ‘거사’라고 할 만한 사람이 매우 드물었으며, 이들 거사들의 글에서도 ‘보조선’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고, 따라서 고려 말 조선 초의 거사들에게는 ‘보조선’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당연히 계승의 문제 또한 성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주장할 예정이다.

 

법산 스님은 이번 학술대회와 관련해 “어느 순간 한국 선불교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보조지눌 선사의 선사상과 간화선 법통을 규명해 제자리를 되찾고자 하는 것이 이번 학술대회의 목적이며, 향후 조선시대 법통문제까지 연구주제로 삼아 한국 간화선 법통에 연면히 흐르고 있는 보조지눌선사의 가풍을 드러내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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