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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 계승발전-민족문화 창달 노력하라’<br>헌법 제9조에 국가가 할 일 명시하고 있지만…

황평우소장 | webmaster@mediabuddha.net | 2012-11-15 (목) 11:40

필자는 법학자는 아니지만 최근에 국가의 가장 기본법이며 최고 상위법인 헌법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알다시피 헌법은 대한민국 최고의 성문법이다. 헌법의 구성은 전문과 10장,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에는 헌법의 목적 및 이념과 헌법 재정 및 개정의 연혁이 들어 있다. 제1장은 총강, 제2장은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3장은 국회, 제4장은 정부, 제5장은 법원, 제6장은 헌법재판소, 제7장은 선거관리, 제8장은 지방자치, 제9장은 경제, 제10장은 헌법 개정에 관한 규정이며 총 130조에 부칙 6개조로 해서 136조로 구성되어 있다.

즉 헌법은 국가의 이념과 정부구성의 당위성, 국가의 의무와 권리, 국민의 의무와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헌법의 전문은 이렇게 되어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국회의 의결을 거쳐 국민투표에 의해 결정한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 깊은 헌법의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라고 강조한 첫 구절이다.

그리고 제1장 총강(總綱)을 보면 제1조는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제2조는 국민이 되는 요건.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 제4조는 통일 정책. 제5조는 국제평화와 국가의 안전보장. 제6조는 국제법규준수. 제7조는 공무원의 의무와 규정. 제8조는 정당의 설립. 그리고 제9조를 보면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러한 헌법의 전문과 총강에 의해 정부가 구성된다. 즉 1, 2조의 선언과 제3조에 따라 국토해양부, 제4, 6조에 따라 외교통일부, 제5조에 따라서 국방부, 제7조에 따라 행정안전부, 제8조에 따라 정당과 정치. 그렇다면 제9조에 따라서 문화재청…….

갑자기 할 말이 없어진다. 한 국가의 헌법 전문 첫 줄인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문화재청이 말단 조직이고, 헌법 제9조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법 정신은 온대간데 없다.

필자는 “겨우 800여명의 인력으로 한 나라 전체 문화재를 모두 관리하는데 어렵다”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또 “겨우 한강다리 하나 정도를 지을 예산을 가지고 국가의 정체성인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잘 지키는데 어렵다”라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최근 서울시와 중구는 숭례문을 자신들이 관리 못하겠고, 종로구도 흥인지문을 국가(문화재청)가 직접 관리하도록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한양도성을 세계유산에 등재하겠다고 관련 팀을 만들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무슨 아이러니인지 모르겠지만 일부 지방자치 단체들은 돈이 될 성 싶으면 전통문화재를 직접관리 하겠다고 하고, 귀찮고 어려우면 국가(문화재청) 책임으로 떠넘기기 일쑤다.

엄연히 헌법의 전문과 총강에 규정되어 있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과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의미는 한 낮 종이의 문장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헌법에 보장되고 정의된 대한민국의 전통문화 보존 정책은 정부 조직 중 가장 하위기관인 문화재청은 전국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매번 막기에 급급할 뿐인 상황이다.

한 사회의 성숙한 모습을 결정하는 지표는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집약해 나가는 과정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회적 최대공약수를 도출해 나가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오래전부터 활성화된 토론회, 공청회 문화가 우리 사회의 담론을 형성하고 권위주의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민주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지만,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는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과 담론이 형성되고 진취적이고 비판적인 담론을 형성하는 인사들에게는 문화재행정이나 정책에 접근이 불가능하게 했다.

아쉬웠던 것은 우리 사회 전 부분에서 이루어진 담론형성 중 우리문화의 원형이며 심지어 ‘문화의 제왕’이라고 까지 할 수 있는 ‘전통문화[문화유산]’에 대한 담론은 사회의 기대나 요구만큼 다양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전통문화는 일반문화의 목소리에 묻히거나 겨우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었고 자연히 국민의 관심은 재화(골동품)의 가치로만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 동안 전통문화를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던 장인들과 ‘문화유산[문화재]’들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전통문화를 지키고 보존해야함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전통문화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재의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최근 안동 하회의 충효당이 문을 걸어 잠그고 묵언시위 중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택을 지키고 살아왔는데, 내부 시설만이라도 조금 개조해 달라고 하는데 왜 못하게 하느냐이다.

비단 충효당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전국의 고택에서 전통의 맥을 이어오는 분들에게 우리는 원형을 지키고 살아야한다고 한다. 고택을 관리하며 전통을 유지해 온 분들은 “최소한의 생활 조건만이라도 변화를 달라”고 요구한다. 무조건 원형보존과 최소한의 조건을 변화하는 것 중 과연 무엇이 맞는 말일까? 필자는 두 말이 다 옳다고 생각한다. 원형도 유지해야하고, 그 안에서 전통을 유지해오는 분들의 어려운 상황도 수용해야한다. 두 고민을 해결해야하는데 있어서 누구도 선뜻 해답을 주지 못한다.

전국엔 지정·비지정인 상태로 수많은 한옥이 존재한다. 일부 종택(宗宅)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어 있다. 그나마 종택에 거주하는 우리 어머니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비어 있다 보니 훼손상태가 더욱 가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대인이 한옥에서 살지 못하는 큰 이유는 생활하기에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대 사람들의 편리함만을 위해 원형을 훼손하며 사람을 거주하게 할 수 없는 형편도 잘 알고 있다. 문화재로 지정이 되면 재산권행사나 불편함 때문에 오히려 지정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우선 문화재에 거주하는 지역민에게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제도적 혜택을 주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문화재나 문화재보호구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현금 보상은 예산의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간접화폐 지원방식, 즉 제도적으로 재산세·공공요금·특소세·자녀 학자금 면제 등의 혜택을 부여하는 국가유공자급 예우를 한다면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한옥에 살려고 할 것이고, 문화재로 지정되는 것을 거부하기보다는 오히려 지정해 달라는 민원이 몰려들 것이다.

현재 우리 주변에서는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위기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고통을 감내하고 지켜내라고 강요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보존해 나가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 보존과 보호도 소중하지만 그와 상응해서 문화유산을 통한 진한 감동과 향유를 위한 문화재 활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화재의 활용과 이용에는 해당 문화유산의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고 문화민주주의의 토대 아래 공공의 이해가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즉 특별한 권력을 소유한 집단의 폐쇄적인 활용보다는 시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어야 하며, 해당 문화재의 문화적·역사적·건축적 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크게보기다만 아직도 문화유산정책에 대한 국가 지도자의 확실한 이상이 없으며 국가정책의 제 1순위로 해도 모자랄 전통문화는 국가정책의 그 어떤 곳에도 찾아볼 수가 없는 지경이다.

정부와 지자체, 국민 모두가 헌법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헌법이 규정하고 헌법이 인정한 전통문화의 전승과 계승은 과연 누가 지켜내야 한단 말인가?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육의전박물관 관장. 문화연대 약탈문화재환수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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