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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신이 미개한 문화라고?<br>그럼 달력이랑 시간은 왜 쓰나

| | 2008-06-02 (월) 00:00

5월 27일 새벽 6시 20분경 태백산 천제단에서 의정부의 한 교회 목사(함배○. 여. 49세)와 일부 기독교인들에 의해 자행된 문화재에 대한 테러는 숭례문 화재, 바미안석굴 테러, 일제의 우리문화재 도굴과 같은 반달리즘(문화유산에 대한 테러)의 일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몇 년 전 기독교 장로가 대통령이 된 후에는 초등학교 단군상들이 무자비하게 철거되거나 훼손이 되었고 일부 불상의 머리 부분이 훼손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인천공항에 전시된 우리의 전통문화인 십이지신상의 철거를 요청하기 시작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박봉상 목사)는 5월 23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공문을 보내 공공장소에 국가 예산을 들여 '전통문화' 소개라는 명목으로 주술적인 의미를 담은 12지신상을 설치한 것은 사려 깊지 못한 태도라며 뱀이나 용 등 섬뜩한 느낌을 주는 12지신상을 조속한 시일 내 철거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그들은 12지신상에 대해 칙칙하다. 미신이다, 주술적이다, 심지어 혐오스럽다, 특정종교(불교)를 위한 세금낭비다 라고 운운하며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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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사시대부터 삶을 지키기 위한 원초적 본능으로 신앙미술을 창조했다. 바위그림(서양은 프랑스의 라스코 벽화가 있고 한국에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가 대표적이다) 등이 그 초보적인 신앙미술이다.

그 당시의 여러 가지 생활문화나 종교, 관념 등을 표현하기 위해 어떠한 의미를 띠고 있는 동물상징(動物象徵)을 많이 사용했다. 바위그림이나 동굴 벽화를 비롯하여 토우와 토기, 고분 벽화 등에서 수많은 동물들이 각기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들 동물상징은 당시 사람들의 의식(의미와 관념)세계를 반영하고 있으며, 생활상의 일부분을 표현하고 있다.

동물을 소재로 한 신화가 등장하는 이야기로는 동양의 ‘산해경’, 서양의 ‘그리스 로마신화’가 대표적이다. 동서양 신화 모두에 동물을 이미지화 또는 상징화하여 이야기를 전개한 것이다. 동물을 인간 생활과 밀접하게 활용한 이유는 다음의 이유이다.

① 동물이 가진 강한 힘과 거대함은 그 동물이 주는 재해나 위험 등에 대하여 공포감과 범상치 않은 경외심을 느끼게 한다. 이같은 심리적 동기가 ‘무서운 존재에서 숭배의 대상으로 또는 지킴이의 동물신’으로 변용된다.

②동물은 재생(再生)과 변형(變形)의 신비적인 능력과 미래를 미리 예견(豫見)하는 능력을 가졌다.

③ 공포감을 느끼는 심리적 동기 못지않게 동물에 대한 친밀감이나 식료(食料)제공, 노동력으로서 갖는 효용성 등 그 은혜에 대한 감사를 바탕으로 해서 동물숭배가 이루질 수도 있다.

12지는 이미 중국 한나라때 등장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시대 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흔히 불교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십이지는 시간신과 방위신의 역할로서 시간과 방향에서 오는 삿된 기운을 막는 수호신이었다.

고대 국가에서 일반 백성은 문자를 알기 어려웠다. 또한 농경국가에서 시간과 방위는 먹고사는 문제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때(시간)와 방향을 놓치면 농사를 지을 수 없고, 방향을 잃어버리면 귀소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12지는 문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위해 시간과 방향을 알기 쉽게 표현한 것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을 형상화해서 시간과 방향의 의미를 부여한 일종의 기호학인 것이다.

12지의 열두 동물을 각 시간과 그 방위에 배열하게 된 관련 설화가 여럿 있는데, 동물의 발가락 수와 그때 그 시간에 나와서 활동 하는 동물을 들어 표시했다는 것이 그 중 가장 설득력이 있다.

12지 동물 중 맨 처음에 오는 쥐는 앞 뒤 발가락 수가 다른데, 앞발은 홀수, 뒷발은 짝수로 특수하다고 해서 맨 먼저 자리를 잡았고 그 뒤로 소(4), 호랑이(5), 토끼(4), 용(5), 뱀(0), 말(7), 양(4), 원숭이(5), 닭(4), 개(5), 돼지(4)의 순이다. 이 순서는 발가락의 숫자가 홀수와 짝수로 서로 교차하여 배열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대 중국인들은 시간을 표시할 때 그때그때 나와서 활동하는 동물을 하나 들어 그 시간을 나타냈는데, 십이지 동물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자시(23 - 01시) : 쥐가 제일 열심히 뛰어 다니는 때

축시(01 - 03시) : 밤새 풀을 먹은 소가 한참 반추하며 아침 밭갈이 준비를 할 때

인시(03 - 05시) : 하루 중 호랑이가 제일 흉악한 때.

묘시(05 - 07시) : 해뜨기 직전에 달이 아직 중천에 걸려 있어 그 속에 옥토끼가 보이는 때

진시(07 - 09시) : 용들이 날면서 강우 준비를 하는 때.

사시(09 - 11시) : 이 시간에 뱀은 자고 있어 사람을 해치는 일이 없는 때.

오시(11 - 13시) : 이 시간에는 고조에 달했던 ‘양기’가 점점 기세를 죽이며 ‘음기’ 가 머리를 들기 시작하는데, 말은 땅에서 달리고 땅은 ‘음기’이므로 말을 ‘음기’의 동물로 보고 이 시각을 말과 연계시킨다.

미시(13 - 15시) : 양이 이때 풀을 뜯어먹어야 풀이 재생하는데 해가 없다

신시(15 - 17시) : 이 시간에 원숭이가 울음소리를 제일 많이 낸다.

유시(17 - 19시) : 하루 종일 모이를 쫓던 닭들이 둥지에 들어가는 때

술시(19 - 21시) : 날이 어두워지니 개들이 집을 지키기 시작하는 때

해시(21 - 23시) : 이 시간에 돼지가 가장 단잠을 자고 있는 시간이다.

12지 생활풍습이 통일 신라 때 도입되었는데, 불교 역시 이때부터 민간에 유입된다. 불교의 탑에 12지 중 사방(네 방향)을 나타내는 4마리의 동물상이 등장하는데, 이는 불교가 12지 풍습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하면 된다.

양력에서 사용하는 시간과 력(12달) 역시 12진법이며, 이미 12진법은 서양과 동양의 고대부터 사용하는 기간의 구분과 나눔에 사용하는 보편적인 생활양식이다.

따라서 12지는 동양에 도입되며 상징으로 동물이 활용되었을 뿐이기 때문에 특정 종교와는 관계가 없다.

한국인은 기독교, 불교, 유교, 천주교 모두 각자의 12지를 상징하는 동물의 띠를 가지고 있다. 서양인들도 별자리를 상징하여 “○○자리” 라고 하는 상징을 가지고 있다. 12지는 고대 문화가 현재에까지 사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며 가장 생명력이 긴 인간들의 문화의 한 양식이다.

인천공항 십이지신상의 철거를 주장하는 이들은 또한 반인반수(半人半獸)에 대해 혐오감을 주며 미개하고 미신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인반수는 서양에도 존재한다. 사티로스(사람과 양), 켄타오러스(사람과 말), 스핑크스, 메두사(사람과 뱀), 미노타우르스(사람과 황소) 등도 모두 반인반수다.

서양은 이러한 반인반수를 콘텐츠화 해서 관광자원화 하고 있다. 이러한 양인들도 미개하고 미신을 믿고 있는 사람들인지 그들에게 되묻고 싶다.

반인반수는 고대 인간과 설화, 신화가 녹아있는 흥미로운 이야기 일뿐이다. 서양의 공항이나 다중시설에 이런 반인반수가 있다고 해서 혐오스럽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반면 한국 사람들이 자신의 띠와 관련된 반인반수 상을 버리고 서양의 반인반수에 대해 더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이는 문화 사대주의에 다름 아니다.

필자는 오히려 12지와 관련된 반인반수의 문화콘텐츠를 더 발굴하고 이야기로 만들어 문화관광에 더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만일 십이지신의 전통이, 그리고 반인반수가 미개한 문화라고 주장한다면 12간지에 근거한 달력도 사용하지 말고 시간도 사용하지 말아야한다. 또한 자신이 무슨 띠라고 말하지도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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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왕의 2008-07-06 17: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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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절묘한 기사입니다
묘련심 2008-06-11 21:48:54
답변  
왜 기독교인이 대통령되면 불교말살을 겨냥한 우리고유문화말살정책을 쓰는지 아쉽고 화가납니다. 우리문화가 싫다면 떠나면되지 존재하고있는 귀중한 문화를 말살하려는지...
단군역시 우리의 뿌리로 생명력을 갖고있지않습니까! 십이지신상역시 불교문화이기전에 우리문화입니다. 보기에 흉하다고 생각된다면 귀엽고 화사하게 색을 입힐수있지않을까요?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문화를 없애려하는것은 우리뿐일것입니다. 그 없는것도 만들어서 자기문화유산으로 관광수입을 벌어들이는데..... 기독교인들도 조금만 마음의 눈을 넓게 가졌으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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