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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한 상업주의가 빚은 국새 사기사건<br>국민마음에 대못 박은 제2 숭례문 화재

| | 2010-09-02 (목) 18:27

크게보기국새를 600년 전통기법으로 만들었다며 극단적 신비주의로 과대 포장된 천박한 상업주의가 마침내 사기극으로 끝나간다. 알만 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가 있다고 회자되었지만 송사에 휘말리기 싫어서인지, 자신들도 구린내가 나는데 괜스레 나서기가 두려워서인지 모두들 함구하고 있었다.

숭례문이 우리사회의 잘못된 개발욕구 의해 불태워버림으로 국민의 자존심을 허물어 버렸다면 이번 국새 사기 사건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실천하려했던 국가와 국민의 마음에 대못을 박아버린 또 다른 숭례문 화재 사건이다.

이번 사건이 터지자 모일간지 기자는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국새제작과 지난 정부 관련자들과 연관시키기 위해 도장을 선물 받은 사람들 아는 바가 없냐고 물어왔다. 필자는 기자에게 이번 문제를 지난 정권과 연관시키지 말 것과 이 사건은 지나친 신비주의와 전통문화를 상업적으로 악용한 것에서 비롯되었고, 이를 관리할 정부 부처와 관련전문가들의 책임이 크다. 결국 우리 사회의 제도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전했다.

우선 전통문화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전통문화는 결코 신비로운 것이 아닌 인류의 가장 보편적인 생활을 아름답고 처절하게 예술로 승화한 형태이다. 또한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국가와 지역마다 다름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마치 이러한 차이와 다름이 오늘날 신비주의로 둔갑해서 상업주의와 결합하여 인간과 세상을 헤치는 사악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를 관리할 국가와 전문가들도 모두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에만 관심이 쏠려있다.

전통문화 계승자인 소위 인간문화재들은 자신의 지위를 인정받기까지 문화재청과 심사위원인 전문가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최선을 다하지만, 지정 후에는 보다 넓은 부와 명예가 보장되는 큰 무대로 나가려한다. 이때 관련부서인 문화재청의 지침인 전승교육, 후계자 양성 등은 구차한 애물단지가 된다. 하물며 인간문화재에 들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갖은 방법으로 이곳저곳을 기울이며 극단적 신비주의로 자신을 포장하여 사람들을 현혹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기가 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전통문화와 행정관리의 기초가 부재한 것에 연유한다. 국가적 사업으로 국새를 제작한다면 국가기관인 문화재청에서 인증하는 사람인가에 대한 검증이 있어야했고, 이를 자문하고 제작을 이끌고 갈 다양한 전문가그룹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했었다.

그러나 이번 국새 사기사건에는 어떠한 합리적인 방법도 갖추지 못한 희대의 사기극에 국가기관과 전문가들이 그저 들러리로 존재했을 뿐이었다.

행정안전부는 문화재청에 전통기법과 제작자에 대해 인증을 거치지도 안은 채 심사위원들의 눈을 속였고, 문화부와 문화재청은 물어보지 않는 일에 나서지 않는다는 보신주의를 철저히 지켰고, 전문가 그룹들은 민 씨의 제작에 대해 어떠한 문제도 지적하지 못하고 서로 자기주장만 옳다는 파벌주의만 내세워 전문가로써의 직무유기를 범했고, 국새 제작과정을 기록하고 정리한 국립민속박물관은 전통기법도 아닌 것을 전통기법이라고 백서를 발간하여 출판물에 의한 거짓을 국민들에게 자행한 셈이 되어버렸다.

크게보기지난 언론 역시 검증도 없이 민 씨를 띄우기 바빴고 사기극에 참여한 사람의 폭로에 의해 진실을 알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21세기 한국사회의 화두는 ‘거짓’인가 보다.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전통공예에 대한 기준을 다시 세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과연 이미 지정되고 제작되어진 인간문화재와 전통공예품은 모두 전통기법일까? 검증이 필요하다.

오늘까지 묵묵히 처절한 고업으로 자신의 길을 가는 전통예술인들은 이번 사건에 피멍이 터진다. 국민과 국가는 제2의 숭례문화재 사건인 국새 사기로 몸과 마음이 피멍으로 변했다.

황평우(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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