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연재 > 황평우의 문화재이야기

정치놀음으로는 외규장각 해법 없다

| | 2010-05-25 (화) 18:56

문화연대가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한 외규장각 약탈문화재 반환소송 항소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 정부는 프랑스 정부와 ‘영구대여’ 협상을 벌이고 있다.

2010년 6~8월 경에 협상결과가 발표될 것이고, 보관 장소는 국립중앙박물관이라고 한다. 프랑스가 약탈한 우리의 외규장각 도서를 대여하는 대가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국보급 유물이 프랑스에 전시를 빙자한 볼모로(등가등량) 다시 억류되기 때문이다. 국립중앙박물관측은 전시비용이 없어 예산증액을 요구한단다. 프랑스 전시는 루불박물관같은 중요한 곳이 아닌 작은 전시관(귀메박물관)으로 알려지고 있다. 볼모로 가는 우리의 국보에 대한 대우가 비참하다.

빼앗긴 아이를 돌려주면서 큰 아이를 볼모로 잡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실상 영구대여도 3년마다 대여기간 연장 확인서를 받아와야한다. 마치 전세기간 연장하듯이 말이다.

또 이목희 실장의 칼럼에 “이제는 좀 유연해지자”며 문화연대의 완전 반환 주장을 마치 타이르듯이 비판하는 말까지 나왔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다. ‘임대’를 ‘영구대여’로 말 바꾼다고 굴욕적인 협상의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약탈임이 확인된 우리 문화재를 왜 임대를 해와야 하며, ‘영구대여’라는 말에는 거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영구대여’라는 말은 ‘임대’라는 용어가 비난받기 때문에 사용하는 수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993년 김영삼대롱령과 미테랑대통령간 협상에서 “반환”이 부풀려졌다고 했는데, 당시 누가 부풀렸나? 정부인가. 언론인가? 1993년의 협상을 자랑하고 떠든 것은 정부와 언론 아니었는가?

국민들을 기만하고 TGV를 추진했다면 정부와 언론은 지금이라도 공식으로 반성해야한다. 과거 프랑스가 ‘등가교환-영구임대’에 합의한 것에서 어떤 점이 진전되었기에 ‘영구대여’라는 말을 쓰면서 여론을 완화시키려 하는가.

‘등가교환’을 ‘교환전시’라는 말로 바뀌었지만, 실상은 외규장각 문화재에 상응하는 문화재가 지속적으로 프랑스에 볼모로 나가야만 하는 상황에서 보면 사실상 언어유희에 가까운 기만이 아닐까.

결국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협상은 ‘영구대여’ 협상이 아니라 가혹한 대가( 인질교환식의 국보급 문화재 반출, 교환전시에 따른 비용부담 등)가 따르는, 과거와 달라진 바 없는 굴욕적인 ‘임대협상’일 뿐이다.

이런 협상 내용에 대해 어찌 우리 문화를 프랑스에 알린다는 차원으로 국민들이 이해하고 감내해야 한단 말인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다. 돈 내고 만화책 빌려오듯이 약탈된 문화재를 빌려오겠다는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지금이라도 한국의 외교부는 현재 프랑스와 벌이고 있는 협상 내용에 대해 소상히 국민들 앞에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혹여 라도 국민 정서와 상식에 어긋나는 협상을 벌이고 있다면, 국민을 기만하는 협상을 중단하고 완전한 반환을 프랑스에 요구해야 할 것이다.

칼럼의 결론처럼 나도 “아름다운 외규장각 도서를 서울에서 볼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단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돌려받고 싶을 뿐!

문화연대는 앞으로도 외규장각 약탈문화재의 완전한 반환을 위해 즐겁고 평화적이고 진정성있게 항소심과 시민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황평우(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



기사에 만족하셨습니까?
자발적 유료 독자에 동참해 주십시오.


이전   다음
Comments
© 미디어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