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연재 > 정준영교수의 남방의 選佛場

좌선만으로 깊은 집중 어려워<br>좌선-경행 비율 1:1로 잡아야

| | 2008-08-18 (월) 00:00

몸을 바로 하고 서서 시선은 발끝으로부터 3~4m 정도 거리의 앞을 본다. 고개를 숙이면 쉽게 피곤하므로 턱을 들어 바르게 한다. 손은 앞이나 뒤로 모아 잡아 흔들리지 않게 하고, 천천히 자연스럽게 걸으며 걷는 발의 동작과 감각에 마음을 일치시켜 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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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은 보통걸음으로 조금 천천히 걸으면서, 한 발짝씩 내 딛는 것을 한 단계로 한다. 오른발이 바닥에 닿으면 ‘오른발’하면서 오른발임을 알고, 왼발이 바닥에 닿으면 ‘왼발’하면서 왼발임을 안다. 또한 걸음을 통해 앞으로 나갈 때 나감을 알면서 산만한 마음을 발로 모은다. 발의 움직임에 마음의 주시를 밀착하면서 한발 한발 진행하도록 한다. 이 방법은 졸음이 많이 올 때도 활용될 수 있다. 그리고 공양하러 갈 때나 평소 걸을 때에도 사용된다.

다음은 좀 더 천천히 걸으면서, 왼발의 움직임을 두 단계로 ‘들어서’, ‘앞으로’로, 오른발의 움직임을 두 단계로 ‘들어서’, ‘앞으로’로 주시하면서, 발의 움직임과 느낌들의 변화과정에 마음을 밀착하여 주시한다. 주시가 잘 이루어지면 관찰의 대상을 늘릴 수 있다. 다음은 아주 더 천천히 걸으면서 양쪽 발의 움직임을 3단계로 ‘들어서’, ‘앞으로’, ‘놓음’하면서, 발의 움직이는 과정과 동작에서 오는 느낌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주시한다. 이때 움직임의 속도는 줄이되 걸음은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리전체의 느낌을 주시하려하기 보다는 발목 아래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주시하려고 노력한다. 이와 같은 3가지 단계 외에 경행은 9가지 단계 혹은 그 이상으로도 관찰의 대상을 늘릴 수 있다.

이와 같은 관찰의 과정은 단계적으로 마음을 단속하면서 주시하는 집중력을 늘리는 방법으로, 잡념[망상, 생각]을 줄이는데도 효과가 있다. 그래도 순간적으로 잡념을 하고 있음을 발견하면 수행자는 동작을 멈추고 그 자리에 선채로 ‘잡념’, ‘잡념’ 혹은 ‘망상’, ‘망상’하면서 잡념 하는 마음 자체를 주시한다. 잡념이 사라지면 다시 걸음을 시작하면서 주시를 진행한다.

주시하는 힘이 향상되면 동작하기 전에 움직이려는 의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수행자는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여러 가지 현상들을 경험하고 면밀하게 관찰하게 될 것이다. 수행자는 움직임을 대상으로 세세한 주시를 시도하고, 그 노력으로 현상들의 변화과정을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된다.

1998년 마하시 수행센터에서 비구계를 받고 있는 정준영 교수.크게보기

다시 요약하면.

1. 걸으며하는 수행과 앉아서하는 수행의 균형을(시간비례 1:1) 잡아야 한다. 앉아서하는 수행만으로는 깊은 집중을 이루기 어렵다.

2. 주시는 긴장이나 조급함이 없고 느슨하지도 않은 균형 잡힌 마음으로 하되 대상을 조작하지 말고 일어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3. 현상[움직임이나 느낌]을 주시대상으로 잡으면 [위의 2번 조건과 함께] 모든 노력을 다하여 대상에 마음을 밀착, 그 현상의 변화과정을 계속 주시해야 한다. 수행자는 대상을 놓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어떤 현상이 일어날 때 그 현상을 주시(관찰)하는 것은 무엇을 이루거나 어떻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타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보기 위함이다. 수행자의 임무는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다. 수행의 결과나 ‘앎’은 수행자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오는 것이다. 수행자는‘어떤 현상이든 한번 주시대상으로 잡으면 그 속성[사라짐]을 보기 전에는 절대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용맹 정진의 노력[목적의식이 아님]으로 수행에 임해야한다. 단 10분만이라도 ‘잡념 없이’ 대상에 밀착하여 주시할 수 있다면, 꿰뚫어 보는 눈이 열리게 되어 ‘앎’은 저절로 나타날 것이다.

위빠사나 수행은 몸과 마음의 현상을 분명히 알아 관념과 허구로 무장된 편견을 벗어버리는 과정이다. 수행자는 이 과정을 통해 갖지 않아도 될 어리석은 집착으로부터 오는 고뇌와 괴로움을 극복하고, 스스로 체득한 열린 지혜로 행복과 평화를 얻기 된다. 노력하면 반드시 성취된다.

평화를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정준영(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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