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연재 > 정준영교수의 남방의 選佛場

하루 16시간 동안의 용맹정진

| | 2008-08-04 (월) 00:00

마하시명상센터크게보기

마하시의 수행법은 크게 앉아서 하는 좌선과 걸으면서 하는 경행으로 구분되어있다. 좌선은 호흡을 통한 배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것이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경행은 걸으며 느껴지는 발목 아래의 느낌을 중심으로 하며, 몸의 모든 움직임에 대한 관찰로 확대될 수 있다.

이 두 가지 수행법이 수행일정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정에 정해진 수행 시간을 살펴보면 좌선이 9시간, 경행이 7시간 이상으로 모두 16시간이 넘는다. 하지만 실제의 수행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왜냐하면 수행자에게는 어느 특정의 자세뿐만 아니라 먹고, 마시고, 입고, 눕고, 구부리고, 대소변을 보고, 빨래를 하거나 씻는 등, 모든 몸과 마음의 작용이 주시(마음챙김, sati, 念)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수행자는 정해진 수행시간 뿐만 아니라 개인처소에 돌아와 쉬는 시간에도 주시를 놓쳐서는 안 된다.

따라서 수행을 시작하는 수행자들은 마치 환자가 통증을 피하려 천천히 움직이듯, 최대한 몸을 천천히 움직여 자신의 모든 행위와 그 행위를 일으키는 마음의 의도들을 알아차리려고 노력해야한다.

마하시 명상센터의 수행일정표

시 간

일 정 계 획

장 소

3:00 ~ 4:00 am

기상, 씻기

개인처소

4:00 ~ 5:00

그룹좌선

명상홀

5:00 ~ 6:00

경행과 아침공양

공양간

6:00 ~ 7:00

그룹좌선

명상홀

7:00 ~ 8:00

경행

명상홀

8:00 ~ 9:00

그룹좌선

명상홀

9:00 ~ 11:00

점심공양, 목욕, 자유시간

공양간, 개인처소

11:00 ~ 12:00

경행

각자 편리한 장소

12:00 ~ 1:00 pm

그룹좌선

명상홀

1:00 ~ 2:00

경행

명상홀

2:00 ~ 3:00

그룹좌선

명상홀

3:00 ~ 4:00

경행 [인터뷰]

명상홀

4:00 ~ 5:00

그룹좌선 [인터뷰]

명상홀

5:00 ~ 6:00

경행, 목욕, 티타임

개인처소

6:00 ~ 7:00

그룹좌선

명상홀

7:00 ~ 8:00

경행

명상홀

8:00 ~ 9:00

그룹좌선

명상홀

9:00 ~ 10:00

경행

개인처소

10:00 ~ 11:00

좌선

개인처소

11:00 ~ 3:00 am

취침

개인처소

마하시 명상센터의 수행일정표를 살펴보니 언제 어디서든 주시하려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배정 받았던 방의 스위치, 주전자, 컵, 옷걸이, 의자 등 손이 닿는 곳은 모두‘주시’라는 쪽지를 붙여놓고, 손이 닿을 때마다 닿는 느낌과 잡으려는 의도를 알아차리려 노력했었다. 수행자는 좌선과 경행을 통해 키운 주시의 힘이 쉬는 시간이나 개인생활에 의해 깨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하시 사야도의 수행체계는 지정된 대상에 대한 관찰뿐만 아니라,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저한 현상을 주시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마하시 수행법 안에서의 집중(定)은 주시와 함께 이루어진다. 집중은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변화하는 대상에 주시가 밀착하여 꾸준히 유지되는 것이다. 따라서 사마타(samatha, 止)를 통한 선정(jhāna, 禪定)의 성취 없이, 사념처(四念處) 수행을 바탕으로 현상의 무상(無常), 고(苦), 무아(無我)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마하시 사야도의 가르침은 순수위빠사나(純觀, suddha-vipassanā) 수행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수행일정표의 장소에 나와 있는 것처럼 명상홀에서 진행되는 순수위빠사나 수행은 다른 수행자들과 함께해야 한다. 외로운 수행을 도반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수행자로서 가질 수 있는 커다란 행복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하루 12시간이상 지속되는 단체수행에 게으름이란 장애는 피어오르기 마련이다. 마하시의 가르침에 따르면 수행 중에 장애는 극복하라고 나타나는 것이다. 그리고 수행자의 역할이 바로 이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행자는 다른 도반과 함께 정진하는 시간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행지도자와의 인터뷰

단체수행과 함께 반드시 지켜야하는 것은 인터뷰이다. 수행자들은 자신이 수행 중에 경험한 것을 수행지도자에게 보고해야한다. 수행자는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바르게 수행하고 있는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나타나는 수행의 장애들은 어떻게 극복하는지 알게 된다.

하지만 수행에 성실하지 않은 수행자들은 인터뷰를 통해 꾸중을 듣기도 하므로 인터뷰는 수행의 지침뿐만 아니라 정진의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 방문해보니 한국 수행자를 위한 인터뷰가 이틀에 한 번에서, 일주일에 두 번으로(화요일과 목요일) 줄어들어 있었다. 인터뷰를 통한 수행자의 지속적인 관리가 마하시 명상센터가 가지고 있는 장점 중에 하나임을 고려해 볼 때, 인터뷰가 줄어든 것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현재 마하시 명상센터는 우 와사와 사야도(U Vasava Sayadaw)와 우 자띨라 사야도(U Jatila Sayadaw)가 선원장으로 수행지도를 맡고 계시다. 두 분은 6개월씩 분담하여 지도하는데, 대체로 12월에서 5월까지는 우 와사와 사야도께서 나머지는 우 자띨라 사야도께서 지도하신다.

두 분께 모두 지도를 받아본 입장에서 살펴보면, 우 와사와 스님은 아버지 같은 느낌에 가깝다. 때론 무섭고 예리하지만 섬세한 지적으로 수행자를 이끌어 주신다. 그리고 우 자띨라 스님은 어머니 같은 느낌이다. 너그럽고 자애로운 분위기에서 수행을 지도하신다.

또한 일요일에 한번 외국수행자들을 위한 법문시간이 있다. 이 시간 역시 꼭 참석해야 하는데 수행과 불교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법문을 듣고, 자유롭게 묻거나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체계적인 지도과정을 통해 수행자들은 위빠사나 수행을 보다 정확히 실천해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재가수행자들은 그룹수행, 인터뷰, 그리고 법문 이외의 어떠한 불교적 의식에도 참여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센터 내에서는 다른 종교를 지닌 위빠사나 수행자들을 여럿 만날 수 있다.

마하시 사야도의 지도방법은 출가자와 재가자가 모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행을 일반생활에 적용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 이와 같은 가르침은 미얀마 내에 여러 센터를 만들었고, 세계 20여국에 수많은 분원들이 생겨나는 등, 점차 위빠사나 수행의 대명사로 불러지게 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지역마다 많은 수행공간이 생겼고 수많은 수행자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정진하고 있다. 또한 주시(마음챙김)를 이용하는 수행법은 종교를 떠나 서양에서 심리치료의 도구로 발전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이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훌륭한 수행법뿐만 아니라, 외국인 수행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마하시 사야도의 수행법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퍼져나갔다. 그리고 직접 센터를 방문하는 외국인 수행자를 고려하여 현지수행자들과 분리된 수행처, 숙소 그리고 식당을 제공해왔다. 수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터뷰 역시 선원장이 직접 맡았다.

덕분에 마하시 사야도의 수행방법은 세계적인 수행법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마하시 명상센터와 한국과의 인연도 무시하지 못한다. 수많은 한국인의 방문과 수행으로 마하시와 한국수행자와의 관계는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선원장이신 우 자띨라 사야도를 비롯하여 많은 수행지도자들 역시 한국을 방문하였고 마하시의 수행방법을 알렸다. 이는 참으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마하시 명상센터의 외국수행자에 대한 배려는 일장일단을 지닌다.

왜냐하면 수행지도자와 수행자간에는 항시 일정의 거리가 유지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수행자를 위한 배려는 엄격이라는 테두리에 국한하여 베풀어져야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하시 센터는 외국인 수행자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의 마하시 명상센터는 다른 센터에 비해 깊이 있는 수행을 하기에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들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상좌부불교의 위빠사나 수행을 얘기한다면 나는 마하시 명상센터를 첫 번째로 손꼽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변하지만, 스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 마하시 명상센터의 수행정신은 쉽게 퇴색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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