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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이 만날 수 있는 현지 사람들은 한정되어 있다. 그리고 그 한정된 사람들을 통해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특히 경제적 급성장을 일군 한국 여행객들은 그 오류를 즐기기까지 한다.

남루하게 노출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한없는 연민을 보내고 동시에 우쭐함을 숨기지 않는다. 1인당 국민소득으로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의 점수까지 매긴다. 바꾸어 생각해보자.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이 접촉할 수 있는 이들은 누구일까. 그들이 방문하는 관광지의 숙소, 식당, 유흥업소 등에서 만나는 종업원과 상인이 고작이다. 그들이 한국인을 대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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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에는 찬란한 제국의 후예들이 살고 있다. 앙코르 유적은 그들의 조상들이 만든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졌다느니, 거인들이 만들었다느니 하는 얄궂은 소문을 믿으며 살아왔다. 자신들도 잘 모르는 이상한 조형물에 파란 눈의 외국인들이 열을 올리는 것을 이상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도굴과 파괴의 하수인으로 나서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꺼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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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에서 만난 소녀들의 얼굴은 참 밝다. 비록 코는 납작하고 얼굴은 까맸지만 쌍꺼풀 진 검은 눈이 무척 예쁘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그냥 말동무가 되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던 행상소녀, 유방을 불쑥 꺼내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젊은 새댁도 인상적이다. 이곳과 비교하면 낯선 사람은 무조건 경계하라고 가르치는 한국의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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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에 이곳을 방문했던 ‘주달관’이 본 앙코르 소녀들에 대한 풍습이 기록으로 전한다. 그가 남긴 『진랍풍토기』에는 이런 풍습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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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를 출산하면 그 부모는 반드시 장래의 행복을 기원하며 ‘너는 큰 부자가 되어 장차 천, 백의 남자에게 시집가라’고 말한다. 부잣집 여자 아이는 일곱 살부터 아홉 살 사이, 가난한 집 여자아이는 열한 살이 되면 승려와 무당에게 생명을 맡기고 처녀성을 없애는 절차를 밟는다. 이것을 ‘진담’이라 한다. 처녀성을 제거하는 일종의 통과의례다. 국가는 매년 정월 중 날을 잡아 ‘진담일’을 선포한다.

진담이 거행되는 밤에는 이 행사를 치르는 집이 거리마다 10여호에 이르고 승려와 무당을 맞이하려는 자가 길에 널려 있으며 북소리가 도성 전체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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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습이 사라진 오늘 날, 앙코르 소녀들이 자라 국제사회에서 문화적 커리어 우먼으로 활약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그들이 가진 문화유산이면 연구와 보존을 통해 당당함이 넘치도록 자랑해도 좋을 것이다.

단순기능의 건축물이 넘치는 시대에 인간과 우주, 삶과 죽음의 철학을 담고 있는 앙코르라면 누구든 고개 숙여 가르침을 받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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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상(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