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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봄날 만발한 꽃들아!<br>한 송이 붉은 꽃잎을 잘 지켜야 하리

윤남진 | stupa21@hanmail.net | 2011-04-20 (수) 20:07

이 글은 윤남진 님이 돌연 금생을 등진 고 고광영 불교시대사 사장을 추모하며 쓴 글입니다. 고광영 사장은 아주 오랫동안 불교시대사에서 부장으로 근무했기에, 필자는 '고광영 부장을 보내며'라는 제목으로 글을 보내왔습니다.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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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좋아한다 했다. 그리고 나를 인터뷰 해서 기사(월간 붓다 4월호)를 썼는데 그게 그분의 유고(遺稿)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니 너무하다. 나는 어쩌라고.


크게보기그 글에서 나를 체 게바라에 비유했는데, 나를 그런 영웅에 빗대기라도 한 것이 영광이다. 근데 사실 난 체 게바라가 아니라 일개 '서생'인데. 그렇게 강직해 보일라고 애쓰는 정도 밖에 안 되는데….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나의 과거가 체 게바라처럼 보였을 수는 있지만 나의 앞으로의 인생은, 일개 미약한 서생의 삶이 어떻게 전도되는지 드러나는 삶이 될지도 모르는데. 너무하다.

그리고 아쉽다. 우리 같은 사람이, 나이를 떠나서 줄줄이 같이 죽어 나가야 할 그 때가 있는 것인데 왜 그 때를 기다리지 못한 것인지….

그래서 같지 않은 시 한수로 탁주 한잔을 대신한다. 고부장님을 위한 헌사가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다.

품었던 한 조각 붉은 마음
한 점 불꽃으로 타오르더니
이내 숯 검정이 되었는가,
따순 봄볕에 가렸네.

대낮의 장탄식은
밤 깊어진 지금껏
쉰 탁주 사발이 끝없어도
흥을 부르지 못하는구나.

이 봄날 만발한
꽃들아!
한 송이 붉은 꽃잎을
잘 지켜야 하리.

어느 날 소나기에 떨어져
짓뭉개질 적에
녹음조차 짙푸르지 않다면,

누가 그대의
마지막 몸부림을 기억해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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