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법포교에 일생을 다한 자랑스런 불자요 원력보살인
미천 목정배 교수님의 서거를 애도하는 글

갑오년 정초에 스승님의 부음은 제자에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슬픈 소식입니다. 아직은 할 일이 많이 있으신 분이, 이렇게 빨리 아미타불이 계신 서방 극락정토로 가시기에는 이 세상에 머문 시간이 너무 짧습니다. 우리 불자들은 스승님을 세상에서 가장 정열적으로 열심히 산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가장 불교정신이 투철하고 부처님의 정법을 수호하고 포교하는데 전력투구한 대법사 목정배 교수라고 칭합니다.

중국인에 의한 진정한 중국불교가 동진시대 도안이라는 스님에 의해서 일어났다고 평가하는데, 스승님은 도안스님의 호인 ‘불심이 하늘나라 아미타부처님이 계신 곳에 미친다는 뜻’인 ‘미천(彌天)’을 자호삼고 ‘미천 목정배’라 칭하였습니다. 그래서 후학들은 스승님의 천재성과 호탕함을 합하여 ‘천하의 미천 목정배 선생’이라고 불렀습니다.

2012년 10월에 신경내분비종양을 얻은 후 초인적인 인고로 병마와 잘 싸워서 기적적인 호조를 보였습니다. 작년 10월에는 우리 동대부중 교직원 법회에 오셔서 사자후를 설하여 선생님들을 감동시킨 최고의 법문을 행하셨습니다. ‘원각불(圓覺佛)’을 그림으로 문자화한 서예작품을 소수 써 오셔서 모든 교사에게 나누어 주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랑스런 불자로서 살아가야한다’고 법문하자, 대중은 모두가 환희용약하며 원로교수님의 전법포교의 정열에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아, 스승님 그 법회가 스승님의 마지막 열반법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이번 신년 새배가 스승님께 드리는 마지막 세배가 될 줄은 진정 몰랐습니다. 슬프고 너무도 아쉽습니다.

스승님을 만나서 저희 부부는 삼십여 년을 한 해를 거르지 않고 세배를 다녔고, 명절에 인사를 가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저희 두 아들 문수와 지수 이름도 지어 주셨습니다. 저는 스승님의 가장 훌륭한 제자는 못되었지만 스승님을 가장 존경하며 스승님으로부터 이쁨을 받는 제자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한 ‘김법사는 목선생을 닮아간다’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말이었습니다.

본래가 만나면 헤어지고,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닌 것이 세상의 이법이라고 하지만 어리석은 제자는 이제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고, 누구를 의지하고 격려 받으며 살아가야 합니까? 스승님의 부음을 접하고 고대안암병원에 찾아와 명복을 빌며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중에서 스승님의 덕화와 가르침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겠지만, 제자에게는 부모님과 같은 특별한 스승이십니다.

오늘 따라 하얀 눈이 많이 내리고 있습니다. 스승님 가시는 길을 곱게 하는 눈입니다. 지금 시간은 깜깜한 밤입니다. 제자는 스승님을 생각하면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며 그 동안의 선생님의 발자취를 더듬어 봅니다.

어제 조문(弔問) 온 홍사성 동문은 “목교수님은 언어 조어력이 뛰어나서, 선생님이 논문이나 신문잡지에 쓴 불교용어는 곧 보편적 불교언어가 된다”고 하셨고, 박상국 동문은 “선생님은 사람 욕심, 제자 사랑이 각별하셨다”고 선생님에 대한 덕담을 나눴습니다.

선생님은 자타가 인정하는 변재이십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쉽고 재미있게 연설하는 대법사 교수이십니다. 1980년부터 2년 동안 KBS라디오 ‘유쾌한 응접실과 여성교실’에 출연하여 방송하였고, 우리 불교 방송과 TV에서도 고정 출연하여 입담과 유머를 만천하에 드러냈습니다. 동국대학교 불교교양 강의는, 오백 명 학생들을 앞에 두고 강당에서 원맨쇼 강의를 하는 명강의였습니다.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교수로 평생을 근무하면서 불교대학 학장과 불교대학원장 그리고 불교문화연구원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하셨고, 학문에도 큰 업적을 이루어 ‘대승보살계 사상’ 등 수십 권의 저서와 100여 편의 논문을 집필하신 불교학의 석학이셨습니다. 스승님께서는 계율학 연구에서 불교학계의 시초로 많은 저서를 통해 새로운 지평을 여셨습니다.

스승님은 연구실 책상에만 앉아계시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펴기 위하여 사찰법회와 교양대학에 나아가 포교의 일선에 나아간 전법 일세대 선두주자이십니다. 뿐만 아니라 사비를 들어 ‘월간 아사달’을 발행하여 문서포교에 앞장셨고, 지금까지도 ‘법사회’를 창립하여 세제(世諦)불교를 홍포하고, ‘법수레’ 251호를 발행해 온 대원력보살입니다.

스승님은 평생을 부처님 공부와 전법포교에 백퍼센트 온전히 자신의 삶을 불사른 진정한 불자이십니다. 이 점이 제자에게 가장 존경스럽고, 스승님의 제자 됨이 스스로 자랑스럽습니다. 스승님은 한국불교 불자 모두가 모범을 삼아야 할 전법포교의 표상이십니다. 저희는 이십 년 전 송파구 가락동과 성동구 성수동에서 ‘견성포교원’을 열어 고군분투하신 원력을 지켜보았습니다.

청담 큰스님과 성철 큰스님을 모셨고, 지관 큰스님과는 교분이 가장 가까우셨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성철선사연구원장을 십 년을 맡아 봉사했습니다.

스승님의 큰 족적을 모두 들추어 기리려면 하루가 지나도 시간이 부족할 것입니다. 스승님 당신께서는 이 사바세계에 오셔서 가장 멋지게 살다가 홀연히 떠나가시는 천하 대장부 불자이십니다. 가장 자랑스러운 우리의 스승이셨습니다. 우리 모교 동국대학교를 가장 사랑하신 분입니다. 스승님께서는 동국대학교의 발전과 영광이 곧 우리 불교의 모습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크게보기불초 제자는 기꺼이 스승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전법포교에 정진하고 자랑스런 불자로 살아가겠습니다. 제자는 앞으로 많이 스승님이 그리워질 것입니다. 그때는 홀로 소주를 마시며 눈물 흘리며 스승님을 생각하겠습니다.

부디 왕생극락하시고, 그곳에서는 잠시만 머무시고, 스승님의 중생구제 전법포교의 서원을 이루시기 위해 따듯한 봄날을 택하여 관세음보살의 몸을 받아 저희들 곁으로 다시 환생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