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불교에서는 모든 것에는 ‘나’라는 실체가 없다고 하는 ‘무아’를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답> 불교 교리는 이론 체계가 아주 명확하기 때문에 토론의 주제로도 매우 유익합니다. 무아설(無我說)은 불교의 핵심적인 교리로서 불교의 특성을 가장 잘 나타내 주고 있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는 실체가 없다고 한다면 누가 생각하고 누가 말하고 있는가, 즉 ‘나는 누구인가’ 하는 점일 것입니다.

먼저 ‘나’라는 존재에 대해 분명히 알아야 될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모든 ‘존재’는 찰나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서 물질적, 생물학적 그리고 정신적인 현상의 집합체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무엇을 가지고 자동차라고 할 수 있을까요? 네 개의 바퀴, 핸들, 엔진, 창문, 시트 등이 자동차일까요? 이러한 것들은 어디까지나 자동차를 이루고 있는 부품에 불과한 것입니다. 다만 이 부품들이 한 곳에 모여 결합하였을 때, 그 이름이 자동차일 뿐인 것이지요.

육체라고 하는 것은 몇 개의 물질적인 요소[地水火風]의 모임이고, 정신이라고 하는 것도 역시 네 가지 요소[受想行識]가 끊임없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하나의 현상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공통적인 개념과 일상적인 표현에 의해 ‘나’라는 존재가 있을 뿐 거기에 실제 인격적인 개체로서의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행위의 주체가 되고 있는 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는 어디까지나 여러 가지의 요소와 조건 속에서 임시로 화합한 나[假我]로서만 존재할 뿐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고정불변의 내가 없는데 어떻게 ‘내 것’이 있을 수 있으며, 내 것이 없는데 무엇에 집착할 것이며, 또한 누구에게 분노를 일으키며, 그 무엇에 두려움을 느낄 것인가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는 마치 불이 모든 초목을 태워 버리듯이 ‘무아설’은 모든 고통을 사라지게 한다고 비유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든 고통의 근본원인인 ‘나’라는 존재가 있다고 믿는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무아설은 ‘내’가 아니고, ‘내 것’이 아닌 것을 나와 내 것으로 착각하는 아집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우리의 괴로움을 없애 주려는 가르침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