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화엄경’이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소설 󰡔화엄경󰡕을 읽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대승불교의 중요한 경전이라고 하는데, 주요 내용은 무엇입니까?

답; 화엄경은 대승불교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중요한 경전입니다. 분량도 방대하여 60권, 80권, 40의 세 종류가 있습니다. 소설과 영화의 소재가 된 것은 40권 화엄경, 즉 ｢입법계품(入法界品)｣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경전의 분량만큼이나 심오한 내용의 화엄경을 단 몇 줄로 표현한다는 것은 ‘장님 코끼리 만지기’가 될 것 같아서 사뭇 걱정스럽습니다.

화엄(華嚴)의 원어는 간다비유하(gaṇḍavyūha)로 여러 가지 꽃으로 장엄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서 ‘화’는 깨달음의 원인으로서의 수행에 비유한 것이고 ‘엄’은 결과로서의 부처님을 아름답게 장엄하는 것이지요. 즉 보살이 수행의 꽃으로써 부처님을 장엄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때 중요한 것은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들만을 뽑아서 장엄하는 것이 아니라, 길가에 무심히 피어 있는 이름 모를 잡초까지도 다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화엄경을 일명 잡화경(雜華經)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무튼 화엄경의 내용은 중중무진(重重無盡)한 연기의 세계를 설명한 것입니다. 즉 현상적으로 보면 개개의 사물들이 서로 아무런 관련도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상관관계에 놓여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바다의 섬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떨어져 있지만 바다 밑으로는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과도 같다고나 할까요.

이것을 화엄경에서는 인다라망(因陀羅網)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는데, 소위 일즉다다즉일(一卽多多卽一)로 표현되고 있는 사상입니다.

다시 말해서 이름 모를 풀 한 포기에서 우주 전체의 모습을 보고 그 잎에 맺힌 한 방울의 작은 이슬에서 온 중생의 아픔을 느끼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상은 경전에 국한되는 이론이 아니라, 현대물리학에서도 증명되고 있으므로 쉽게 공감이 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는 우리 몸을 복제할 수 있는 모든 정보가 다 들어 있다고 합니다. 때문에 적어도 원리상으로는 세포 하나만 있으면 우리 몸 전체를 다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즉 세포 하나를 통해 몸 전체의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일즉일체(一卽一切)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셈입니다. 이를 사회생활 속에 적용해 보면 우리는 서로 연관 관계에 있을 뿐만 아니라, 모두가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 화엄사상의 기본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