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불교 교리는 공부하면 할수록 깊이가 있는 반면에 갈수록 점점 어렵다는 느낌이 듭니다. 유식에 관심이 있어 그 방면의 책을 읽고 있는데, 생소한 단어가 너무 많이 나와요. 특히 유위와 무위에 대한 설명은 몇 번 읽어도 어렵습니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답; 유위와 무위는 보통 유위법(有爲法)ㆍ무위법(無爲法)이라고도 합니다. 먼저 유위란 여러 가지 요소가 모여서 만들어진 것, 즉 인과 연에 의해 만들어진 현상적인 존재를 통틀어서 하는 말이지요. 따라서 인과 연을 좇아서 생멸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주이멸(生住異滅)의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므로 이 무상한 현상을 옛 조사스님들은 물속의 달이나 아침 이슬, 혹은 번갯불과 구름, 그리고 물거품과 꿈 등에다 비유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대비바사론(大毘婆沙論)󰡕에는 이러한 비유가 나옵니다. 유위법은 열등하므로 여러 인연의 힘을 빌리지만, 무위법은 강렬한 작용이므로 인연의 힘을 빌리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마치 열등한 사람은 남에게 자꾸 의지하려고 들지만,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무엇에도 의지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므로 유위법은 우리가 되도록 초탈해야 하는 것이고, 멀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중병’이나 ‘재앙’이라는 명칭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유위법은 인연으로부터 생긴 것이기 때문에 자성이 없고, 또한 이것에 집착하면 고뇌만 생길 뿐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마치 뜨거운 금덩어리와 같아서 보물이긴 하지만 손에 쥐면 화상을 입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유위의 세계는 생멸변화가 격심한 무상의 세계인 데 반하여, 이를 초월한 무위의 세계는 인연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으로 영구불변한 세계, 즉 깨달음의 세계를 가리킵니다.

따라서 무위란 인연으로부터 일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토끼의 뿔(토끼는 귀가 있을 뿐, 뿔은 없으니까 결국 존재하지 않는 것의 비유)과 같이 무체(無體)이기 때문에 어떠한 인연법으로도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애(無碍)를 본성으로 삼고 있어서 허공과도 같기 때문이지요. 그것은 마치 여러 강물이 흘러들어 큰 바닷물을 이루듯이 무위 또한 법성이 평등하므로 바다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우리 인간은 모든 사물을 고정 불변하는 것처럼 착각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을 조금만 살펴봐도 충분히 알 수 있듯이 책상, 신발, 옷 그 어느 것 하나 영원한 것이 없습니다. 우리들 육신까지도 이와 마찬가지이지요. 즉 유위법으로 이루어진 것들은 생멸을 거듭하지만, 반대로 인연을 초월한 열반이라든가 불성 등은 무위법이므로 그러한 것들을 초월하는 것입니다. 쉽게 이해하셨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