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불행한 일이 왜 일어나는 건가요? 나름대로 올바르게 살고자 노력하는 불자입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가정에 불화와 불행한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그것이 제 종교 탓이라고 말하는 친척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종교를 바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자꾸 불행한 일이 일어나니 괴롭기는 합니다. 어떻게 불행을 받아들여야 현명한 건가요?

<답> 종교를 불행의 원인으로 돌리는 것은 더 큰 불행

자연에 사계절이 있듯이 우리의 삶에도 행과 불행은 언제나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종교를 가지고 있는데 왜 이러한 불행이 일어나느냐고 하는 그 생각 자체가 문제이고 또한 불행한 일입니다. 가령 좋은 일은 내 운이 좋았기 때문이고, 나쁜 일은 모두 종교의 탓으로 돌린다면 어느 종교를 믿던지 불행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끊임없이 종교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우리가 종교를 선택하고 신앙하는 것은 삶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가기 위합니다. 우리들의 생활을 알차게 하고 더욱 복되게 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이 종교를 선택하는 것은 인생의 불행을 극복하고, 삶의 질을 보다 향상시키기 위함인데 오히려 불행의 원인을 종교의 탓으로 돌린다면 그런 발상이야말로 가장 큰 불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의 고전 󰡔회남자(淮南子)󰡕에는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가 나옵니다. 거기에 나오는 노인의 삶의 방식은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습니다. 그는 모든 사물의 형상 뒤에 가려져 있는 본성을 직시할 수 있었기 때문에 뛰어난 안목과 지혜로써 다가오는 행ㆍ불행에도 결코 구애받지 않고, 그 어느 쪽도 다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즉 가치관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가령 병이 났을 때는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서 고맙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고를 당했을 때는 보다 더 큰 사고가 아니고 이 정도로 그쳐서 다행이라 여기고, 사업으로 손해를 보았을 때도 이제는 물욕을 줄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진실과 허위가 나란히 냇가에서 멱을 감았습니다. 목욕을 먼저 끝낸 허위는 슬쩍 진실의 옷을 입었습니다. 나중에 물에서 나온 진실은 허위의 옷을 입기가 싫어서 그냥 벌거벗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허위는 진실인 체 가장하고 다녔습니다.

사람들이 속기 쉬운 것은 진실같이 보이는 허위입니다. 왜냐하면 허위는 진실보다 더욱 아름답고 멋지게 보이기 때문입니다. 즉 가장 위험한 것은 종교를 수단으로 삼는 가장(假裝)된 진실에 더욱더 조심하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종교 그 자체가 아니라, 얼마나 올바르게 믿고 있는가 하는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