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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를 위한 국제중학교 설립은<br>미국 망상 사로잡힌 역사적 퇴행

| | 2008-11-04 (화) 13:51

지난 달 31일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자신들의 견해를 번복하여 국제중학교 설립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의 공교육을 대표하는 교육위원들이 교사와 학생들의 견해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교육을 대표하는 학원 원장을 손을 들어준 것이다. 지난 번 국제중학교 설립을 연기한 이후 서울시 공정택 교육감이 학원 원장들의 편을 들어 국제중학교 설립을 강행하겠다고 선언한 이후부터 서울시 교육은 이미 99퍼센트 평범한 시민들과 어린 학생들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1퍼센트의 부자 권력자들과 그들의 자녀, 그리고 교육을 통해 돈을 벌고자 하는 거대학원 원장들을 위한 교육정책이 되어버렸다.

교육이 시민교육이거나 국민교육이 아니라 1퍼센트의 부자들을 위한 귀족교육이 되는 곳은 전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오직 식민지의 나라밖에 없다. 일제시대에 조선에는 오직 경성제국대학만이 존재했다. 해방 이후 미군정 치하에서도 미군정은 경성제대의 후신인 서울대학교만을 유일한 국립대 대학교로 인정하자고 주장했다. 조선시대의 양반과 평민이라는 신분제도가 깨진 이후로 근대사회는 교육과 자본 그리고 권력을 가진 자와 그것들을 가지지 못한 자들로 구분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국민의 나라는 시민교육과 국민교육을 강화시키는 공교육을 통하여 자본과 권력의 순환을 목표로 하였다.

유일한 예외는 식민지 교육이다. 식민지의 권력과 자본은 식민지를 지배하는 본토에 있어야만 한다. 식민지의 권력과 자본이 순환하면, 본토의 권력과 자본이 위협당한다. 일제시대의 조선에 경성제국대학교 하나만을 설치하고 혜화전문대학, 연희전문대학, 그리고 보성전문대학을 대학교로 허락하지 않은 것은 이들 대학교 출신들이 조선의 권력과 자본을 순환시켜 본토 일본제국의 식민지 운영을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녔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식민지를 통치하는 본토 출신의 관료 자녀들을 위한 경성제대와 일본의 수없이 많은 대학들만을 대학교로 설립허가를 내준 것이다.

해방이후의 대한민국에서 본토는 일본에서 미국으로 전환되었다. 미군정이 서울대학교만을 유일한 국립대로 설립하자는 안은 수많은 사립대학교와 지방 지식인들의 주장에 의해서 폐지되었다. 그러나 실상은 미군정이 사립대와 지방 지식인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 아니라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가 국제화 시대에서 세계화 시대로 전환되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미군이 지배하고 있는 지역들의 형평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이 주둔하였던 일본과 독일 그리고 대한민국의 대학정책에 일관성을 지녀야 하는데, 이미 일정한 학문적 궤도에 오른 독일과 일본의 대학들은 인정하고 대한민국의 대학들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국제중학교라는 말에 등장하는 “국제(international)”라는 언어 속에 국제중학교를 설립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식민지 관료들의 야욕이 드러난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국제화(Internationalization)”와 “세계화(Worldism, or Americanization)” 그리고 “지구화(Globalization)”라는 단어가 세계를 표현하는 용어들로 혼재하여 사용되지만, 그 언어들은 일정한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용어들이다. “국제화”라는 용어는 19세기 중반부터 제 2차 세계대전까지 영국, 프랑스, 독일 등등이 국가들 간의 서열을 정하여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였던 시대이다. 그 국제화 시대의 결과가 두 번의 세계대전이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유럽에서 국제화 시대는 종말을 고하였다. 세계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제 1세계와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제 2세계 그리고 두 세계의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제 3세계로 분할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세계화 시대에 국제화와 세계화를 동시에 경험한다. 국제화 시대에 일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식민지 교육을 받았지 온전한 근대 국민교육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세계화 시대의 세계화 교육은 국제화 시대의 국민교육과 병행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제 1세계에 포함된 남한과 제 2세계에 포함된 북한, 그리고 남과 북이 공통으로 지니고 있는 내부적 특성으로서의 제 3세계가 한반도 전체에 고스란히 분포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군정에 의하여 구식민지 교육의 본토를 중심으로 한 서열주의 교육은 점차적으로 온전한 하나의 국가를 구성하는 공교육의 국민교육으로 변화하였다. 1968년의 국민교육헌장이 이것을 잘 보여준다.

사립 명문 초등학교에서 경기중학교, 그리고 경기고등학교에서 서울대학교 중심으로 이어지는 식민지 서열체제의 대한민국 교육은 근대화를 추구하였던 박정희 정부에 의하여 중학교의 평준화와 고등학교의 평준화, 그리고 모든 중고등학교의 공교육화로 국제화 시대의 국가가 갖추어야 할 국민교육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러나 1989년 세계화 시대의 한 세계를 구성하던 구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세계화 시대도 종말을 고하고 세계는 국제화와 세계화를 넘어서 지구화 시대를 맞이했다. 한반도에서 서로 다른 세계였던 남과 북이 서로 대화를 하고, 그 동안 단절되었던 제 2세계나 제 3세계에 속했던 중국이나 베트남, 그리고 몽골이나 중앙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이 서로 경제적이거나 문화적으로 교류하는 시대가 지구화 시대이다. 이러한 지구화 시대의 교육은 미국화나 소련화가 아닌 다양한 문화를 토대로 다양성의 지구촌 시민교육이어야만 한다.

지구화 시대의 교육은 국제화 시대의 국민교육이나 세계화 시대의 미국화의 교육을 넘어서 다양성을 토대로 한 지구촌 시민교육을 모태로 해야만 한다. 따라서 국제화와 세계화를 넘어서 지구화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세계의 역사적 상황에서 국제중학교 설립은 대한민국 교육을 국제화와 세계화도 아닌 일제시대나 미군정 치하의 식민지 시대의 교육으로 역행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역행은 일제시대에 일본의 권력을 배경으로 조선의 부와 권력을 지배하였거나 세계화 시대에 미국의 권력을 배경으로 대한민국의 부와 권력을 소유하였던 일부 교육 권력자들의 망상이 빚어낸 역사적 퇴행이다. 학원 원장들의 돈으로 교육감 선거에서 승리한 공정택 교육감은 차치하고라도 서울시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위원들이 대한민국 교육의 역사적 퇴행에 일조하였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그들의 교육철학의 부재가 한심하기 그지없다.

장시기(동국대 영어영문학과 교수)크게보기

장시기(동국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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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학부모 2008-11-04 17:48:10
답변  
교수님의 말씀 맞습니다. 그런데 아쉬운것은 평범한 시민들이 '우리도 갈수있다'는 최면에 걸려서 심각성을 인식못합니다. 내가 갈수있는곳이안닌데.... 국제중을 갈려면 미리 준비를 하기위해 어학연수, 해외바람을 쐬고 영어의 의무속에 아이들을 넣어야합니다. 모르면 알도록 격어야하지않을까요? 답답하네요.
강북불자 2008-11-04 18:32:59
답변  
영문과 교수님이 저런 이야기 하니까...재밌다...영문학 전공하면 원래 미제국주의자가 되는거 아닌가...북한학 전공하면 친북주의자가 되듯이...
노마드 2008-11-05 21:47:31
답변  
학부모님. 고맙습니다. 저도 글을 쓰면서 답답하네요. 그러나 힘내세요. 잘못된 결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입니다.
강북불자님. 학문을 너무 편협하게 보시는 것은 아닌지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다양하듯이 학문도 다양하겠지요. 그 학문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지, 그 학문을 하면 이러이러하다라고 못밖는 것은 너무 경직되게 세상을 보는 것이겠지요. 수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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