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석법사
phoseok@hanmail.net 2013-03-14 (목) 11:34작년 가을, 제5포병여단 비룡대대 법당을 지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수덕사의 여승’으로 잘 알려진 원로가수이자, 군과 재소자 포교를 열심히 하시는 백련장학회 송춘희 회장의 심부름으로 이 부대에 들렸지요. 그런데 대대장(이주복 중령)이 불자장병들과 함께 예전에 교회로 쓰던 건물을 법당으로 활용하겠다고 포탄상자를 뜯어서 마루를 깔고 있지 않겠습니까.
그 광경을 보고 무어라 형형할 수 없는 감동과 함께 정말 미안해서 한동안 멍하니 서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리고는 이도저도 따질 틈도 없이 건축업자를 불러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했지요. 모아 둔 불사금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권선을 할 시간도 없었지만 4천 만 원이 넘게 소요된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두 달 만에 법당을 완공하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선 지급한 공사비용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걱정이 태산 같아 한 푼이라도 공사경비를 절감해야하는 처지였는데, 부처님까지 새로 모셔야 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군종교구에서 반가운 소식이 왔습니다. 서울 근교에 폐지된 한 보병사단 법당의 부처님을 이운해 모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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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된 육군 제57보병사단 용마사의 부처님. 이 부처님의 이운을, 군종교구의 허락에도 불구하고 종단의 군불교재산환수위가 막았다. 사진=박호석 법사 제공
너무도 기쁜 소식에 곧바로 법당을 찾아 부처님을 뵈니 상호도 원만하시고 장병들도 좋아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불상은 물론 불구, 냉난방기, 방석 등의 소소한 기물들도 함께 가져갈 수 있다고 하니 정말 횡재나 다름이 없었지요. 곧바로 비룡부대장과 이운방법을 협의하고 수송할 차량까지 준비하였습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조계종의 ‘군불교재산환수위원회’의 승인이 없어 이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폐사된 군법당의 부처님을 민간 사찰도 아니고 또 다른 부대의 법당으로 모신다는데 그걸 허락하지 않은 이유를 필자는 아직까지 듣지 못했습니다. 결국 부처님을 새로 조성해 모셨지요.
군불교재산은 누가 기부하였든 국가에 헌납된 재산입니다. 그런데 그 재산이 필요 없는 경우가 생기면 기부한 사람의 의견을 물어 처분하거나 국가가 유사한 곳으로 이관하는 것이 상식일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지어준 절도 아니면서 군 불교를 독점한다는 명분으로 종단에다 군불교재산을 환수하는 위원회까지 만들어 세도를 부리는 것이 말이 됩니까?
물론 위원회가 군 개편에 따라 폐사되는 불교재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명분과 선의가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종단이 재산환수를 할 때가 아니라 군 법당을 새로 짓고 또, 잘 돌봐야 할 때입니다. 군 법당이 교회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군승이 없는 법당이 3백여 곳이 넘는 것은 물론이고, 이곳이 법회는 잘하고 있는지, 장병들 간식은 조달되고 있는지, 포교사들이 설법은 잘하는지를 살피고 지원하는 위원회가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그리고 군 불교재산관리는 종단 차원이 아니라 군종교구가 알아서 해도 될 일지요. 혹여 군종교구가 관리를 잘못했다거나 정부와 정책적 문제가 발생되면 그때 종단이 지원하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군종교구는 제쳐두고 종단에다 위원회를 만들어 그것도 권력이라고 움켜쥐고 허세나 부리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합니다.
유난히도 혹독했던 올 겨울 한파에 자물쇠로 채워진 산속의 썰렁한 법당에서 찾는 이도 없이 외로이 추위에 홀로 떨고 계셨을 부처님의 모습이 눈에 선해 가슴이 저려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