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석법사
phoseok@hanmail.net 2013-02-18 (월) 18:42한국전쟁 때, 평양 수복의 선두에 섰던 쌍용연대에는 요사를 따로 갖춘 무선사라는 반듯한 법당이 있습니다. 1백여 명은 넉넉히 수용할 수 있는 이 법당은 지난 2005년에 대한불교천태종에서 5천여 만 원을 들여서 세웠다고 합니다. 지금은 군승이 부임하여 법회를 돌보고 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주 일요법회를 못해 ‘대불련 군포교지원단’이 한 달에 두 번 법회를 지원했던 곳입니다.
당초 이곳은 법당을 지은 천태종에서 법회를 해왔는데, 군불교를 독점하고 있는 장자종단(조계종) 소속 스님의 어처구니없는 행패로 더 이상 법회를 돌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사실 ‘대불련 군포교지원단’이 법회를 지원하는 군 법당이 20여 곳이 넘다보니 이런 경우를 가끔 접하게 되고, 특히 군 법회에 나오시는 이웃종단 스님들의 조심스러워 하는 태도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쉽게 읽을 수가 있습니다.
군 불교는 모든 종단이 나서서 돌봐야 하는 대작불사임에도, 군 불교를 조계종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문제입니다. 특히 군불교의 실질적 주체인 군승을 조계종 승려로만 하고 있는데, 천태종과 진각종도 4년제 정규대학(불교학과)을 운영하고 있어서 언제라도 군승양성이 가능하지만, 조계종 종립학교인 동국대학교와 중앙승가대학교에서 군종후보생 지원자가 거의 없는 상황인데도 이들의 군승진입을 조계종이 막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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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보병사단 12연대 무선사 기념비. 천태종 전운덕 총무원장 스님이하 사부대중의 원력으로....라는 비문이 보인다. 사진=박호석 법사 제공
예전에 다른 종단들이 군승 참여를 요청했을 당시에 조계종 총무원장께서 공식적으로 밝혔던 반대사유를 보면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조계종에 배정된 군승인원을 다른 종단에 주는 것은 제살 깎아먹기라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천태종이나 진각종이 군승을 보내려면 신흥종교로 신청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신흥종교라는 말은 천태종과 진각종은 불교가 아니라는 말인데, 정부가 그들을 신흥종교로 인정할리도 없으려니와 조계종 신도인 필자의 상식으로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어불성설입니다. 그렇다면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의장스님께 묻고 싶습니다. 어째서 천태종, 진각종이 종단협의회 회원으로 되어있습니까?
군승은 원래 불교의 몫이지 조계종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다른 종단이 참여할 수 없었던 시절에 내가 차지했다고 이웃종단을 불교로조차 인정하지 않는 처사는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더구나 제살을 지키며 잘했어도 매 맞을 일인데, 군 법당이 교회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군승은 수요도 채우지 못하는 데다 자질부족이 심화되어 군 불교를 총체적 난국으로 몰고 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제살만 챙기겠다는 조계종의 탐욕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부처님의 일대를 기록한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에는 ‘머리가 둘 달린 새’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몸뚱이는 하나인데 머리가 둘이라서 한쪽은 ‘카루타’ 다른 한쪽은 ‘우바카루타’라고 불리는 이 새가 혼자만 먹을 것을 탐하다가 독이 섞인 먹이를 먹고 둘 다 죽었다는 내용입니다.
크게보기부처님께서 연기(緣起)의 이치를 비유하신 이 가르침은 많은 스님들이 설법에서 자주 인용하시지만 필자 역시 생사(生死)를 함께하는 군대라는 조직에서 장병들이 실감하기 쉽고, 또 새겨두어야 할 금언이라 생각하여 자주 들려주곤 합니다.
그런데 누가 먹어도 마찬가지인 것을 내 욕심만 채우겠다고 함께 죽는 어리석음을 저지른 ‘카루타’와 ‘우바카루타’의 이야기가 왜 이렇게 가슴 절절히 새겨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