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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수행자는 모래로 밥을 짓고<br>목이 말라서야 우물을 파기 시작하네

| | 2010-01-22 (금) 08:58

모래를 삶아 밥을 지으려 하고

목이 말라서야 우물을 파기 시작하네.

애써 벽돌을 갈아 본들

어찌 거울을 만들 수 있겠는가?

부처님 말씀에는 “원래 평등하여

모두 진여의 참 성품이 있다”고 하네.

다만 스스로 헤아려 생각하면 찾을 수 있는데

부질없이 밖으로 찾아 다툴 필요 없네.

蒸砂擬作飯(증사의작반)
臨渴始掘井(임갈시굴정)
用力磨碌磚(용력마록전)
那堪將作鏡(나감장작경)
佛說元平等(불설원평등)
總有眞如性(총유진여성)
但自審思量(단자심사량)
不用閒爭競(불용한쟁경)

음란하며 선을 닦는 건 모래 쪄서 밥 짓는 것과 같고,
살생하며 선을 닦는 건 귀막고 소리 치는 것과 같다

<해설> 이 시는 5언율시로서 선구나 선의 일화 또는 경전의 내용을 인용 용사(用事)한 전형적인 선전시(禪典詩)이다. 전반부(1,2연)에서는 “모래를 쩌서 밥을 지을려고 하고, 목이 말라서야 우물을 파기 시작하고, 벽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려는 어리석고 잘못된 수행자”를 경전이나 선어록을 인용하여 시화(詩化)하였다. 고전을 많이 습득한 박식한 면모는 보이나 시문학적 측면에서 보면 창조성이 결여된 작품이다. 한시의 기초가 되는 압운(押韻)은 되어 있다.

후반부(3,4연)에서는 “본래 자성이 청정하여 중생과 부처가 차별이 없는 진여불성을 완전하게 구족(具足)되었음으로 부질없이 마음 밖에서 부처를 구하지 말고 스스로 마음 안에서 찾으라”는 시법시(示法詩)이다.

1구 “모래를 삶아 밥을 지으려 하고(蒸砂擬作飯)”는 어리석은 수행을 가리킨다. 모래를 백년을 삶는다고 밥이 되겠는가? 이 말의 출처는 《능엄경》이다. “음란한 마음을 끊지 않고 선정 수행을 하는 것은 모래를 삶아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다. 백천 겁을 삶아도 뜨거운 모래일 뿐이다(若不斷淫 修禪定者 如蒸沙石 欲成其飯 經百千劫 只名熱沙)”

서산대사의《선가귀감》에는 근본 4계율을 잘 지켜야 참선 수행이 성취됨을 다음과 같이 《능엄경》을 인용하여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음란하면서 선을 닦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짓는 것과 같고, 살생하면서 선을 닦는 것은 제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다. 도둑질하면서 선을 닦는 것은 새는 물동이가 가득 차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거짓말을 하면서 선을 닦는 것은 똥으로 향을 만드는 것과 같다. 이런 것은 비록 많은 지혜가 있더라도 모두 악마의 도를 이룰 뿐이다.”

《초발심자경문》가운데 원효대사의 〈발심수행장〉에는 다음과 같이 ‘모래를 쪄서 밥을 짓는 비유’를 설하고 있다.

“지혜있는 사람의 행위는 쌀을 쪄서 밥을 만드는 것과 같고, 지혜가 없는 사람의 소행은 모래를 쪄서 밥을 만드는 것과 같다(有智人所行 蒸米作飯 無智人所行 蒸沙作飯)”

2구 “목 마른 뒤에 우물을 판다”는 비유는 준비 없이 갑자기 일을 당하여 허둥지둥하는 태도를 뜻한다. 이 또한 어리석은 수행자이다.

3구와 4구 “애써 벽돌을 간다고 어찌 거울을 만들 수 있겠는가(用力磨碌磚 那堪將作鏡)”는 유명한 ‘벽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드는 비유(磨磚成鏡)’을 용사한 시구이다.

《마조어록》에 보면 마조(馬祖)선사가 회양(懷讓)선사를 찾아가 가르침을 받고 깨달음을 얻은 마전(磨磚)의 고사가 있다.

마도도일 선사 진영.크게보기

「회양선사가 좌선을 열심히 하고 있는 마조에게 물었다.

“스님은 좌선을 해서 무엇을 하려 하는가?” “부처가 되려고 합니다.”

회양선사는 곧 벽돌을 가져와 마조 곁에서 갈았다. 이것을 보고 마조가 물었다.

“벽돌을 갈아서 어쩌려 하십니까?”

“거울을 만들려 하오.”

“벽돌을 간다고 어떻게 거울이 되겠습니까?”

“벽돌을 갈아 거울이 되지 못한다면 좌선하여 어떻게 부처가 되겠는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소수레가 가지 않는다면 수레를 때려야 하겠는가, 소를 때려야 하겠는가?”

회양선사의 가르침을 듣고 마조는 곧바로 깨달음을 얻었다.」

마명보살의 《대장엄경론》에 이 ‘소수레와 벽돌갈기의 비유’가 나온다.

「몸을 괴롭힌다고 마음의 자유를 얻을 수 있겠는가? 소가 수레를 끌고 가는데 수레가 멈추었다면 수레를 채찍질해야 하겠는가? 소를 채찍질해야 하겠는가? 마땅히 소를 채찍질해야 수레가 움직이리니, 마치 몸은 수레와 같고 마음은 소와 같다.

이는 어떤 사람이 기왓장이나 돌을 사자에게 던지면 영리한 사자는 사람을 향해 쫓아오겠지만 어리석은 개는 기왓장과 돌을 쫓아가는 것과 같다.」

앉아서 하는 좌선만이 선이 아니다. 행주좌와(行住坐臥) 어묵동정(語黙動靜)이 모두 선이 아닌 것이 없다. 일상의 평상심이 불도(佛道)이다. 자리에서 일어나서 중생 곁으로 나아가 죽어가는 중생을 살려내는 것이 참 부처가 아닐까?

《육조단경》에 보면 “중생을 알면 곧 부처를 볼 수 있다. 중생을 알지 못하면 만겁 동안 부처를 찾아도 볼 수 없다”고 하였다. 석가의 임은 중생이다.

남악 회양선사가 마조대사를 깨달음의 세계로 이끄는데 ‘벽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드는 어리석음’의 일화를 제기하여 ‘하루 종일 앉아서만 참선 수행을 하는 좌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은 잘못된 선정법이다’ 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대혜어록》〈답부추밀서〉에 화두 공안을 참구할 때 주의해야 할 10가지 병(10種病)이 있는데, 그 병 가운데 하나가 “화두를 경전 속에서 인용한다든지 증명하여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있다.

남악선사의 ‘마전성경’은 선가에서 화두가 되어 회자(膾炙)되고 있다. 이 화두는 출처가 분명하여 “벽돌을 갈아서 거울이 되지 못함”이 《대장엄론》에 명료하게 나타나 있고, “수레가 가지 않을 때는 소를 때려야 함”이 또한 분명히 나타나 있다. 그러나 공안 화두에서는 “벽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드는 것이 바로 초월적인 선의 세계라고 억설을 하고, 소를 때리는 것도 맞지 않고, 수레를 때리는 것도 맞지 않는데 왜 그런가? 이것이 무슨 뜻인가? 시심마(是甚麽)하라”고 한다. 더군다나 《대장엄론》의 근거를 제시하거나 인용하여 해답을 하면 사구(死句)가 되고, ‘화두 10종병’에 들고 마는 것이다. 무조건 조사어록에 나오는 1700공안을 ‘시심마’만 하라고 하는 간화선은 문제점이 분명히 있다. 선사의 가르침이 무엇인가를 알아서 생활 속에서 실천하면 훌륭한 가르침이 될텐데, 무엇을 더 심오한 궁극의 세계를 찾아 시심마만 하라고 하니 머리에 쥐가 나지요. 본고 선시와 논지가 멀어지는 문제이므로 이 정도로 줄인다.

한산시에 나타난 마조 도일선사(709-788)가 남악 회양선사(677-744)로부터 깨달음을 얻은 ‘마전작경(磨磚作鏡)의 일화’는 대단히 중요하다. 한산의 출생 시기가 불분명한데(初唐說, 중당설, 만당설) 이 시를 통해서 한산이 태어난 시기와 한산시가 언제 쓰여졌는가를 추측하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한산시의 시구가 만당(晩唐) 시인 이산보(李山甫, 835-905)의 시 〈산중기량판관〉에 나타난 것과 또 다른 만당시인이 언급한 것으로 보아 한산은 만당 이전에 생존했으며, 마조대사 이후 즉, 성중당기(盛中唐期)에 생존했던 인물로 추측할 수 있다. 물론 한산시에 왕유가 거론된 것으로 보아 왕유 이후(초당)의 인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형사가 사고 현장에 떨어진 범인의 머리카락 한 올을 단서로 삼아 범인을 추적하듯이 우리는 시인의 시를 통해 시인의 깨달음의 세계뿐만 아니라 그 시대 상황이나 역사 속에 묻힌 비밀을 찾아낼 수도 있는 것이다.

〈한자풀이〉

(증): 찌다, 삶다, 무덥다. (사): 모래, 沙(사)와 같은 글자. 증사(蒸砂): 모래를 삶다. (의): 헤아리다, 흉내 내다, 본뜨다, …하려고 하다. (작): 만들다, 짓다. (반): 밥, 밥을 먹다. 작반(作飯): 밥을 짓다. (임): 그 일에 당하다, 그 때에 미치다, 임하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대하다, 상사가 아랫사람에게로 가다, 내려다보다, 본떠 쓰다. (갈): 목이 마르다, 갈증. 臨渴(임갈): 갈증에 이르다. (시): 시작하다, 비롯하다. (굴): 땅을 파다, 파다. (정): 우물, 정자형(井字形). 堀井(굴정): 우물을 파다. 임갈굴정(임갈굴정): 목이 말라야 우물판다는 뜻으로, 평소에 예비없이 지내다가 일이 급해져서야 허둥거림의 비유. 갈이천정(渴而穿井)과 같은 뜻. (용): 쓰다, 행하다, 베풀다, 등용하다. (력): 힘, 힘쓰다. 用力(용력): 힘을 쓰다. 몸과 마음을 씀. (마): 갈다, 숫돌에 갈다. (록): 돌 모양, 자갈땅, 돌이 많고 고르지 아니한 땅. (전): 벽돌. 碌磚(녹전): 벽돌. 磨磚(마전): 벽돌을 갈다. 磨磚成鏡(마전성전): 벽돌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다. 당나라 고승 남악 회양선사와 마조대사 사이의 일화에서 비롯된 고사. (나): 어찌, 어떻게, 어떻게 하느냐. (감): 견디다, 감당하다. (장): 막 …하려 하다, 마땅히 …하여야 한다, 장차, …할 수 있다(조동사). (경): 거울, 거울삼다, 비추다. 作鏡(작경): 거울을 만들다. (불): 부처님. (설): 말씀, 이야기하다. 佛說(불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다. (원): 으뜸, 근본, 원래. (평): 평평하다, 바로잡다. (등): 가지런하다, 무리, 등급, 계단. 平等(평등): 다 고르고 한결 같음. (총): 모어서 묶다, 통괄하다, 거느리다, 다스리다. (유): 있다, 존재. (진): 참, 변하지 아니하다. (여): 같다, 같게 하다. 眞如(진여): 모든 현상의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 있는 그대로의 본성. 우주 그 자체. 중생이 본디 갖추고 있는 청정한 성품. (성): 성품, 성질. 진여성(眞如性): 진여의 성품. 불성. 자성(自性). (단): 다만, 부질없이, 무릇. (자): 스스로, 자기, 몸소, 저절로, …로부터. (심): 살피다, 환히 알다, 자세하다. (사): 생각하다, 생각, 뜻. (량): 헤아리다, 길이, 량(크기). 思量(사량): 생각하여 헤아림. 사유하고 판단함. (불): 아니다, …하지 말라(금지). 不用(불용): 사용하지 않다, 필요없다. (한): 틈, 사이, 받아 들이다, 한가하다. (한)와 같은 글자. (쟁): 다투다, 싸우다. (경): 겨루다, 경쟁하다. 쟁경(爭競): 서로 다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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