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연재 > 마애불이야기

광배의 포도줄기 문양은 드물고 독특

| | 2010-09-20 (월) 14:33

대구신문동마애불좌상(大邱新武洞磨崖佛坐像). 고려 11∼12세기, 높이 0.9미터
대구광역시유형문화재 제18호. 동구 신무동.

대구 신무동 팔공산 용수천 자락에 위치한 마애불 좌상. 크게보기

팔공산은 대구와 군위, 영천, 경산에까지 걸쳐진 한국의 명산이다. 최고봉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동봉과 서봉, 염불봉 등이 병풍처럼 연달아 있으며, 그 사이 골골마다 수많은 불상과 탑, 암자들이 있다. 그 중 신무동의 부인사는 고려시대에 거란의 침입을 막기 위해 판각한 초조대장경을 보관하였던 곳이다. 아쉽게도 현존하지는 않지만 해인사 대장경보다 200년이나 앞서는 것이었다. 사세가 제법 컸을 부인사에는 신라 후기의 삼층석탑이 남아 있다. 부인사에서 남쪽 언덕 아래 포도밭 사이에 마애불이 새겨진 커다란 바위 한 채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팔공산 남쪽 자락 해발 300∼400미터 지점 용수천의 상류 언덕인데, 지금은 팔공산 순환도로 바로 아래에 위치해 있다.

동향으로 앉은 마애불은 팔공산 자락을 뒤로 하고 용수천 계곡을 끼고 살았던 산마을 사람들의 부처인 셈이다. 돋을새김의 솜씨가 좋은 마애불이다. 얼굴 윤곽이 조금 흐려진 것 외에는 광배부터 널따란 연화대좌에 이르기까지 적당한 부피감이 살아 있다. 가슴 앞으로 올린 오른손은 시무외인의 수인이며, 서쪽으로 앉은 것으로 보아 서방정토 극락세계에 앉은 아미타불 같다. 장식 중에서도 온몸을 넓게 감싸는 광배에 난 문양이 꼭 포도줄기처럼 보여 흥미롭다. 포도과수원이 들어서리라고 예견한 것일까. 부처님 앞에는 값싼 사기그릇에 담긴 감로수가 놓여 있고 돌이끼가 가뭇가뭇하다. 그 한쪽에서 잘 자란 노송의 쭉 뻗은 어깨가 포도밭 부처를 감싸 안아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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