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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는 금산사, 동화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미륵도량으로 알려진 속리산의 대찰이다. 신라 말 진표(眞表)율사와 관련되어 미륵과 지장을 주요 예배대상으로 모신 ‘진표계 법상종’이 터를 잡은 절이다. 법주사 중문 왼편의 집채만한 바위 군락에 새겨진 미륵불과 지장보살 그리고 부조상들이 그 신앙적인 연관성을 갖고 조형된 것 같다. 이 바위는 속리산 상봉인 수정봉에서 떨어져 나왔다는 전설 때문에 추래암이라 불리는데, ‘墜來岩’이라는 새김글자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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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불로 불리는 마애불은 남향으로 무릎을 적당히 벌려 의자에 앉은 자세의 의상(椅像)이다. 추래암의 세 곳 마애불 중에서 이 미륵불이 단연 크고 솜씨가 뛰어난데, 평면적인 저부조이면서도 그 형상이 매우 선명하고 또렷하다. 나발은 염주알처럼 성글고, 눈꼬리는 깊고도 매섭다. 강한 표정을 연출하려 한 의도가 역력하다. 넓은 어깨에 비해 허리가 유난히 잘록하다. 앉은 자세를 표현하기 어려워 그렇게 변형한 듯한데, 오히려 이러한 표현이 평면 속에 공간감을 연출하고 있다. 양손을 가슴 앞으로 모은 자세는 설법하는 전법륜인(轉法輪印)의 수인으로 보인다. 손가락의 동작 묘사가 지극히 자연스럽고, 발가락 끝에 힘을 준 표현도 리얼하다. 부처가 앉아 있는 연꽃도 여느 불상처럼 문양화된 연화대좌가 아니라, 한여름에 활짝 피어오른 생화의 이미지이다. 바위에 정으로 새긴 부조식 그림이라할 만큼 회화미가 출중하여, 마치 고려불화를 대하는 듯하다. 특히 연꽃에는 지금도 붉게 칠한 안료의 흔적이 눈에 띌 정도여서, 과거 이 불상의 화려함을 짐작할 수 있다. 섬세하게 다듬은 불상에 비해 주변은 빗살무늬 같은 수직의 정 자국을 남겨 광배를 대신한 점이 신선하다. 불상 위 몇 개의 네모난 구멍은 예배공간을 위한 목조 전각의 흔적일 것이다. 불상 아래로는 연화문이 장식된 제단석이 놓여 있다. 이 불상은 연꽃 속에서 유유하게 화생한 모습이라기보다는, 이 땅 위에 튼튼히 두 발을 딛고 내려서 법주사를 오가는 숱한 중생들에게 행복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즉, 미래의 미륵부처를 현실세계로 끌어내린 미륵하생신앙의 염원이 형상화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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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불과 ‘ㄱ’자를 이룬 왼쪽 바위의 윗부분에는 지긋이 눈을 감은 지장보살이 민머리에 보주를 들고서 동쪽을 향해 앉아 있다. 매우 거친 바위면 때문에 얕은 선각의 형상이 선명해 보이지 않는다. 미륵불 바위 안쪽의 습기 찬 암벽에는 승려, 공양인물들 그리고 등에 짐을 진 일고여덟 마리의 소, 말 등의 모습이 면각으로 표현되어 있다. 법주사의 개창주의 의신(義信)조사가 인도에서 경전을 구해와 속리산으로 들어왔다는 설화를 형상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보면 법주사 입구 추래암의 마애조각은 진표계 법상종의 미륵과 지장, 그리고 경전을 싣고 오는 창건설화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미륵불 외에 지장보살이나 경전을 싣고 오는 소와 말은 매우 옹색한 위치에 새겨져 있는데다 그 조각솜씨도 떨어져 후대에 따로 조성된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