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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선운사도솔암마애불좌상. 고려 10∼11세기, 높이 13미터. 보물 제1200호,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삼인리 소재.

선운사 왼편 개울을 따라 오르다 서해로 넘어가는 도솔산 깊숙이 들어서면, 커다란 반송(盤松)과 진흥왕의 수도처였다는 진흥굴과 만난다. 여기서 언덕을 차고 오르면 최근 확장한 도솔암이 나오고, 그 왼편의 낙조대 가는 길목을 17미터에 달하는 암벽이 가로막고 서 있다.

도솔천 마애불은 곧 미륵불

마애불은 그 거대한 크기에 압도될 만하다. 17미터 크기의 파주 용미리 마애불과 15미터 크기의 내금강 묘길상 마애불좌상에 이어 한국에서 세 번째로 큰 부처이다. 이들은 고려초에 유행한 거불이나 마애불의 형식적 특징을 보여준다. 양감을 살리지 못한 얕은 부조이고 전체적으로 조형감은 떨어지는 편이다.

쭈뼛한 눈매와 편편한 볼에 코와 입술이 도톰하게 튀어나와 있다. 암질이 거친 탓에 온화한 인상은 더욱 찾기 힘들다. 좁은 어깨에서 느슨하게 내려온 두 팔과, 아랫배에 모은 더벅한 두 손은 특이한 수인이다. 결가부좌를 튼 하체는 겨우 양발과 몇 줄의 옷주름만으로 간략화되어 있다. 대좌는 3단을 이루는 사각형으로, 위아래로 넓적한 연잎이 날카롭다.

암질 거칠다보니 거친 인상

불상 주변을 얕게 파서 감실 모양을 갖추었고, 상호 윗부분과 마애불 주변에 부러진 나무와 쇠못 그리고네모로 파인 구멍들은 공중누각과 같은 목조 설치물을 만들었던 흔적이다. 땅에서 5미터 정도 올라앉아 있는 모습이 거대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나, 막상 바로 앞에서 마애불을 대할 때는 그 비례감이 그리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다.

이규보의 ‘남행일월기(南行日月記)’(1200년)에 ‘도솔사 마애불’에 관한 여행기가 있어, 1200년 이전에 만들어진 고려 전기의 불상임이 재확인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