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연재 > 김치중의 취재현장

“누가 카이사르이고, 누가 원로원인가?<br>작은 연못을 망치고 있는 붕어는 누군가?”

김치중기자 | myhyewook@naver.com | 2012-07-23 (월) 17:20

“이 강을 건너면 인간 세계가 비참해지고, 건너지 않으면 내가 파멸한다. 가자, 신들이 기다리는 곳으로, 주사위는 던져졌다.”

기원전 49년 로마 속주 갈리아 집정관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장고 끝에 루비콘 강을 건넜다. 군대를 해산하고 카이사르의 본거지였던 갈리아 지역의 총독에서 물러나라는 로마 원로원의 최후통첩을 거부하고 강을 건넌 것이다. 원로원은 로마를 향하는 모든 군대에게 루비콘 강 앞에서 무장을 해제토록 규정했다. 카이사르는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강을 건너 로마 원로원의 후원을 업은 폼페이우스를 척결하고 로마에 입성했다.

크게보기

루비콘강을 건너기 전 고민에 빠져 있는 카이사르를 형상화 한 그림(출처= JER’s Place)

7월 20일 조계종 원로회의(의장 종산 스님)가 조계종 중앙종회를 통과한 ‘종헌 개정안’을 부결시켰다. 94년 종단 개혁 후 종헌 개정안이 부결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원로회의에 참석한 원로의원들은 종회의원 출마자격을 법납 15년에서 20년으로 개정한 것과 총무원장과 호계원장 등 종단 주요 소임 자격을 법계로 일원화 한 것에 대해 “종단 위계와 질서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종헌 개정안을 부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종단 안팎에서는 “몇몇 원로의원 스님들이 어른답지 않은 판단을 내렸다” “어른 스님들이 총무원과 중앙종회가 외부 압력에 밀려 종헌개정을 서두른 것에 대한 질책”이라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원로의원 스님들은 싫던 좋던 간에 한쪽에서는 카이사르로, 다른 한쪽에서는 로마 원로원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인 비판도 나왔다. 종단의 주요 소임을 맡고 있는 모 스님은 “몇몇 원로의원 스님들의 정치적 야망이 커서 걱정이다. 중앙종회에 종헌 개정안을 제출하겠다는 원로의원 스님들까지 있다. 총무원, 중앙종회 등 중앙종무기관에서 개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원로의원들이 이에 반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는 쇄신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며 원로회의 결정에 섭섭함을 드러냈다.

이와 반대로 교계 언론들의 관련 기사 댓글에는 원로회의 결정을 환영하는 글들이 제법 많이 올라와 있다. 종단 안팎에서도 “속전속결로 이른바 쇄신입법을 처리한 총무원과 중앙종회에 원로의원 스님들이 철퇴를 가했다”며 원로회의 결정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누가 카이사르이고 누가 원로원일까? 현재 상황은 조계종 집행부가 원로원이 될 수 있고, 원로회의가 카이사르가 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누가 먼저 루비콘 강을 건널 명분을 갖고 있냐는 것이다.

한 스님의 탄식과 같이 이번 종헌 부결에 앞장선 원로의원 몇몇 스님들이 아직도 권력욕을 버리지 못해 꼼수를 썼다면 로마 원로원과 같이 카이사르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

반대로 종단 집행부가 원로의원 스님들의 애종심을 개인의 권력욕으로 돌려 비난해 국면을 타파하려 한다면 종단 집행부가 원로원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루비콘 강을 건널 명분도 있고, 응원세력도 있다면? 두려워할 것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지금 종단 집행부는 명분도 있고, 응원세력도 있는데 자꾸 일이 꼬인다.

왜 그럴까. 혹시 우리가 폼페이우스를 카이사르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도박사건 이후 연일 터져 나왔던 폭로전도 지나가고, 중앙종회에서도 쇄신입법을 통과시켜 줬는데 그래도 종단 쇄신이 ‘산 넘어 산’이라면 필시 이는 근원적 문제가 있다. 근원적 문제를 보고 있는지, 아니면 서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 이제 대중들이 판단해야 할 것이다.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서로 싸워 한 마리는 물 위에 떠오르고

그 놈 살이 썩어 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

연못 속에선 아무것도 살 수 없게 되었죠.’

김민기의 곡 ‘작은 연못’의 가사이다. 다시 한 번 묻는다. 누가 카이사르인가? 누가 원로원인가? 아니면 서로 싸운 붕어 두 마리인가? 연못을 망치는 이는 어느 쪽인가?



기사에 만족하셨습니까?
자발적 유료 독자에 동참해 주십시오.


이전   다음
Comments
채영환 2012-07-24 09:10:50
답변  
다들 잘 아시는 이야기. 임진왜란 때 이순신은 조선 수군을 이끌고 왜적과 싸워 23전 23승을 했다. 원균도 똑같은 조선 수군을 이끌고 왜적과 싸웠는데, 단 한 판에 궤멸 했다.
부족한 사람이라도 목사가 이끌면 하루 아침에 전도를 하고 자신 있게 선교를 한다.
이 사람들을 놓고 목사들은 칭찬을 한다. "우리 믿음의 형제를 축복하노라!"고.
똑똑한 사람들이지만 승려가 이끌면 평생 전도 한 번을 못하고 꿀먹은 벙어리로 지낸다.
그 사람들을 놓고 승려들은 야단을 친다. "왜 불자들은 떳떳하게 포교도 못하느냐고!“
승려들 가까이 마라. 망하는 길이니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재가자들이여
참나 2012-07-24 10:23:07
답변 삭제  
스님들이 니 맘에 안들면 그냥 스님들이나 비판해라.
불교언론에서 왜 개독먹사 칭찬질까지 불자들이 들어야 하냐?
먹사가 전도질 잘 해서 칭찬하고 싶으면 교회게시판으로 가거라
불교미래 2012-07-24 10:10:10
답변 삭제  
루비콘 강을 건널 용기와 지혜 그리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집단만이 케사르가 될 수 있겠죠?
우리 종단의 기득권을 다 가진 그래서 이대로가 좋은 집단은 원로원이 되겠죠? 케사르가 정치적 야망이 없었다면 그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겠죠. 불교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좀 똑바라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쇄신쇄신쇄신하는데, 술 좀 적게 처먹고, 막행막식도 줄여도 쇄신아닌가요. 재정투명성, 종단정치에 돈 드는데, 우야란 말입니까? 법도제도이전에 계행 청정이 쇄신아닌가요. 쇄신쇄신하지만 아직 술처목고, 막행막식에 대한 자기비판이 없는데, 왠 종헌종법쇄신타령입니까?
개인적으로 2012-07-24 10:19:02
답변 삭제  
이런 기사 참 거시기 하다.

김민기의 작은연못(붕어두마리는 남과 북을 상징) 비유는 도다 지나치다. 현재의 종단이 원로 스님들과 자승원장체제가 반세기 이상 싸웠다는 말인가? 해서 두 집단간 정치적 헤게모니 다툼으로 부지하 세월만 허비하고 정작 한국불교가 죽어가고 있다는 건가?

설득력 없는 기사다.

부결이란 사안이 94년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왜 그런 일이 발생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기사화할 생각은 없었는지 묻고 싶다. 취재는 안하고 두집단간 정치적 싸움(이 마자 추측과 비유에 의지하고 있다)으로 단정해 버리면 편하기는 할 것이다.

원로스님들이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원로스님들 인터뷰 하는 불교언론이 없다는 것도 참 한심해 죽겠다. 부결하신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목조목 따져 여쭙고 개정안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봐서라도 가결시켰어야 하지 않냐고 재차 따져 여쭙고 부결이후 파장에 대해서 생각하셨는지 따져 여쭙고, 이번 부결에 대해 실망과 원망이 있음을 알리고...뭐 그래야 기자 아닌가.

원로스님들의 부결이 나름 합당한 근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에 대해 불자들 스스로가 판단해 볼 수 있는 근거라도 마련해 줘야 불교언론이다. 만일 부결이  될 수 밖에 없는 까닭이 있었다면 이를 개정안 올린 쪽이 왜 예측하지 못했는지도 취재했어야 했다. 원로스님들이 무조건 가결시켜줄 거라 믿었다는 것은 스스로 원로스님들은 종단의 거수기쯤으로 밖에는 안여긴다는 근거가 된다. 종단의 미래가 달려 있는 중차대한 개정안이라면서 부결될지 예상도 못한 자들이라면 볼 것도 없다. 보시금만 타먹고 대충대충 널널하게 일하는 종단 지도부들이 원로스님들 비판할 자격은 있는지 묻고 싶다.

또 있을 수 있는 일이 일어난 것인데도 마치 무슨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이 그 밑 배경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듯한 발언과 기사들도 세간 언론이 정당간, 정당내부의 일을 극화시켜 보도하는 행태와 너무도 흡사해서 놀랍다.

원로스님들과 종단지도부가 스포츠 게임을 하고 있고, 누가누가 이기나 중계해주는게 불교언론인가. 불자들은 니편내편 갈라져서 응원하고 야유해야 하고???

제발 팩트만 나열해라. 그게 기사 잘 쓰는 거다. 기자의 상상력을 펼치는 마당이 아니다.
독자 2012-07-24 12:10:52
답변 삭제  
기자 칼럼으로 바꾸면 되겠네요.. 비평은 기자의 의무, 권리 아닐까요! 불교계 일부 기자님은 너무 단순한 사실보도만 해서 문제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과거 종정중심제로 싸우던 역사를 언급하지 않고 로마역사를 비유에 든것도 참신해요, 다양한 비평, 칼럼이 자주 실리길 바래요
© 미디어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