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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추기경처럼 해 드리고 싶습니다”<br>정진석 추기경 서울대교구장 퇴임을 보며

김치중기자 | myhyewook@naver.com | 2012-06-19 (화) 14:33

6월 15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81) 이임미사가 열렸다. 정 추기경은 14년간 봉직했던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직에서 물러나 처음 사제의 꿈을 키웠던 혜화동 가톨릭 신학대 원로 사목자 사제관에서 생활한다.

229개 본당, 한국 천주교 전체 신자 531만 명 중 27%인 143만 5000명의 서울대교구를 이끈 정 추기경은 이임미사 답사를 통해 "신부님과 교우들의 협조와 기도, 격려 감사했다. 모두가 제게는 하느님이 보내주신 천사라고 생각했다. 성당 하나를 짓기 위해 신자들이 드리는 희생과 봉사를 생각할 때 너무 감격스럽고 감사하다" 며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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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간 서울대교구를 이끈 정진석 추기경이 최근 서울대교구장직에서 물러났다. 명동성당에서 열린 이임미사에는 사제, 신부, 수녀, 신도들이 운집, 명동성당을 떠나는 정 추기경을 배웅했다. 사진=천주교서울대교구 홈피.

"행복하세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건강하셔야 해요." 명동성당에 운집한 신자들은 사목 일선에서 떠나는 정 추기경을 눈물로 보냈다. 정 추기경은 이임미사 후 신자들이 내미는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정 추기경 후임으로 사목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염수정 대주교가 선정됐다. 염 대주교의 가장 큰 장점은 지속적인 사목현장 방문. 그는 신부, 수녀, 신자들과 수시로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겸손과 온화함. 그를 만나본 사람들은 고위 성직자답지 않은 소탈함과 따뜻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신자들과 국민들은 조용히 자리에서 물러난 정 추기경을 그리워하며 한국 천주교의 새 얼굴이 된 염수정 대주교가 우리사회 통합과 발전을 이끌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총무원장 부임 전인 10여 년 전 있었던 부적절한 일에 대해선 향후 종단의 종헌종법 절차에 따라 종도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규명토록 하겠다. 다만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는 것은 종단 책임자로서 바라이와 바리이죄 같은 무거운 잘못은 결코 있지 않았다”

지난 6월 7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서 승려도박 사건 등으로 위상이 추락된 조계종을 일으키겠다며 1차 쇄신안을 발표했다. 더불어 자승 스님은 본인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루머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신도들의 배웅을 받으며 혜화동 할아버지로 돌아가는 정 추기경과 대조적이다. 불자들도 일간지 1면에 조계종 총무원장 스님이 신도들의 배웅을 받으며 자신의 절로 돌아가는 사진이 게재되길 바랄 것이다. 원장 스님의 마음도 그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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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6월 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로비에서 '조계종 1차 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말 그런 날이 오려면 진정한 쇄신이 필요하다. 불자들이 바라는 것은 미사여구로 도배된 쇄신안도, 견지동 45번지에서 활동하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종헌종법 제개정도 아닐 것이다. ‘자성과 쇄신 결사’도 마찬가지다. 누가 자성을 해야 하는지, 결사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모를 명분 없는 결사가 메마른 조계종에 단비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애 저녁에 물 건너갔다. 이벤트의 속성상 판을 더 크게 키워야 한다. 더 키울 판이 남아 있나. 이벤트는 지겨울 뿐이다.

“종단 개혁의 뿌리를 내리고 이제 떠납니다. 후회스런 일도 많았지만 그래도 조계종단의 미래를 건설하고 떠날 수 있어 홀가분합니다. 연주암에 오시면 국수 한 그릇 대접 하겠습니다”

총무원장 스님께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견지동 45번지를 떠나시는 날. 이런 말씀을 남기시고 광신도들이 아닌 보통 일반 불자들에게 배웅을 받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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