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연재 > 김치중의 취재현장

주지가 학인 위해 '군불' 땐다는데<br>서울에서는 '출가 활성화' 공청회…

김치중기자 | myhyewook@naver.com | 2012-04-14 (토) 22:33

예나 지금이나 ‘공부’한다고 하면 모든 것이 허용되는 것이 우리네 인식이다. 과거 어르신들은 자신들은 배우지 못해도 서울로 유학 간 아들을 위해 소도 팔고, 논도 팔았다. 선비들은 장원급제를 핑계로 책만 넘겨도 욕을 먹지 않지 않았다.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험한 일을 시키지 않는 것도 오래된 관습이다.

대학에 목숨을 건 요즘 학생들도 과거와 다르지 않다. 아침 꼭두새벽부터 밤까지 시간대 별로 맞춰 자식들을 관리한다. 고액의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파출부까지 나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공부하는 사람은 대접을 받는다.

속세에서만 그런 줄 알았더니 절집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취재를 위해 찾은 전라도의 모 사찰. 승가대학원 개강을 앞둔 주지 스님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대학원 개강하면 내가 군불을 때야 한다. 공부한다고 나와 보지도 않는다. 내가 옛날에 공부할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참 세월이 많이 변했다”

스님에 따르면 요즘 학인 스님들은 세속 부모들의 지원 등으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스님은 “절에 귀한 손님이라도 와야 버섯이라도 구경할 수 있었는데 지금 스님들은 어찌나 입맛이 까다로운지. 맛 좋은 것은 금방 안다. 부모들이 챙겨, 사찰에서도 사람이 귀하니 함부로 못해. 정말이지 좋은 세월인 것 같다”고 말했다.

3월 중순, 조계종 중앙종회 임시회를 앞두고 열린 중앙종회 교육분과위원회. 위원회 회의에서 한 위원 스님은 “수준도 맞지 않고, 나름 형성된 잘못된 질서로 인해 서울대 등 일류대학을 나와 출가한 스님들이 강원 등에서 적응을 못하는 것 같다. 츨가자는 감소하는데 종단에 기여할 수 있는 우수 인재들을 키울 수 있도록 종단에서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쪽에서는 귀한 몸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강원 등 학인스님 교육시스템이 문제라고 한다.

오는 6월 14일 조계종 교육원에서 ‘출가제도 개선과 출가자 활성화 방안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다. 보광 스님, 성문 스님, 정범 스님 등이 공청회에서 발제에 나선다. 기라성 같은 스님들이 조계종단의 미래를 위해 한자리에 모인다. 그런데 왜 기쁘지 않을까? 공부 열심히 하라고 그날도 군불을 떼고 있을 그 스님이 생각나서 그런가 보다.



기사에 만족하셨습니까?
자발적 유료 독자에 동참해 주십시오.


이전   다음
Comments
© 미디어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