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기자
zeenokim@naver.com 2011-10-19 (수) 18:46상암동 하늘공원에는 올해도 억새꽃이 피어나 아름다운 억새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겨울을 부르는 가을비가 요란스럽게 내리던 지난 토요일,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앞 하늘공원을 찾았다.
가을비답지 않게 퍼붓는 비 때문인지 사람들의 발길은 한산하다. 해마다 이맘때면 상암동 하늘공원에서는 서울 억새축제가 열린다.
봄부터 잘 가꿔온 다양한 종류의 억새들이 군락을 이루고 새의 깃털 같은 꽃을 피워 고원 같은 쓰레기 산 위에 그야말로 환상적인 억새꽃 풍경을 이뤄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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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가 피어 있는 난지천 생태공원의 아름다운 풍경. 가을내음이 완연하다.크게보기
가을빛이 완연한 난지천 생태공원은 사색하며 걷기에 아주 좋은 풍광을 가지고 있다.
하늘공원은 면적이 5만8천 평으로 서울시에서 나온 생활폐기물을 매립해 그 폐기물들이 결국 산을 이룬 난지도의 쓰레기 산이었다.
이 쓰레기 산은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앞두고 1995년 10월부터 자연생태 공원으로 개발하기 시작하였고 2002년 5월 마침내 지금의 모습으로 완벽한 생태공원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노을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 평화의공원 그리고 하늘공원이 이렇게 월드컵경기장을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이 다섯 공원은 모두 나름의 특색이 있어 그 느낌이 제각각 다르다.
하늘공원으로 가는 길목의 난지천 생태공원에 들어서니 요란하던 천둥과 번개가 멎더니 빗방울도 가늘어지기 시작을 한다.
난지천 생태공원은 각종 수목들이 얕은 구릉을 따라 아름답게 식재되어 있는 조경이 아름다운 공원이다. 이렇게 수목들 사이로 만들어진 오솔길은 걷다보면 가을을 느끼기에는 더없이 좋은 산책로이고 서서히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나무들의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저절로 사색에 잠겨드는 아름다운 오솔길인 것이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을 걸어서 하늘공원 입구와 노을공원의 입구에 도착을 한다. 노을공원은 한때 골프장 문제로 한참이나 시끄럽던 공원으로 마음이 내키지 않아 곧바로 하늘공원으로 올라간다. 쌓아 올려 진 폐기물 위를 흙으로 덮고 그 위에 관목과 수목을 적절히 심어 놓아 이제는 완전한 숲으로 거듭난 난지도는 명실상부한 산이라 하겠다.
침출수를 걸러 올리고 매탄가스를 모아 수집하는 장치들이 언뜻언뜻 보이기는 하지만 잘 가꾸어진 숲 때문인지 이질감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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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공원의 억새는 여러가지 종류가 혼재되어 있어 더욱 색다른 풍광을 알리고 있다. 크게보기
이곳은 마치 시골의 어느 한적한 길을 걷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한다.
길옆으로는 억새축제를 알리는 노랑 초롱들이 줄을 지어 걸려있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을 반겨 맞아주고 있다.
하늘공원으로 들어서니 여전히 아름다운 억새밭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억새의 풍경을 보려면 일부러 먼 길을 나서야 하고 또 그 거리만큼이나 시간과 경비를 들여야 하는데 서울 도심에 이처럼 환상적인 억새밭이 있으니 이 또한 서울 사람들만의 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억새밭 사이로 난 오솔길은 어깨 높이까지 자란 억새가 넘실거리며 갈라지고 이어지는데 마치 도심을 멀리 떠나와 어느 시골의 산야를 걷는 느낌이 들기도 하여 여간 즐겁지가 않다.
또 하늘공원의 억새밭은 억새뿐만 아니라 띠를 같이 심어 놓아 내려다보면 다양한 색깔들이 혼합되어 그 풍광이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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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길을 걷는 학생들. 크게보기
해가 기울고 노을이 지면, 그야말로 환상적인 장면이 나타난다. 크게보기
서울에서 이런 낙조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놀랍다.크게보기
평화의 공원으로 건너가는 구름다리에서 본 하늘공원의 계단길 풍경. 크게보기
평화의 공원은 아름답게 조성된 물과 숲의 공원이기도 하다.
하늘공원은 억새밭의 풍경뿐만 아니라 낙조의 조망지로도 훌륭하다. 하늘공원의 서편으로는 한강이 흐르고 있는데 이곳 하늘공원에서 바라보는 낙조의 풍경은 서산으로 지는 노을과 그 붉은 빛이 한강 위로 번지는 광경은 무척이나 환상적이어서 사진작가들의 유명 출사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기도 하다.
억새밭 아름다운 하늘공원의 오솔길을 굽이굽이 돌아 평화의공원으로 내려간다. 갈지(之)자로 만들어진 가파른 계단을 따라 노랑 초롱들이 걸려 있다. 야간개장을 할 때 밤에 찾아와도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평화의공원 ‘상호 공존 및 공생’을 상징하고 있는 공원으로 월드컵 개최를 기념하고 세계 평화와 화합을 염원하는 의미가 담겨진 공원으로 인공과 자연이 어우러진 도시적인 공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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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돌담이 연상되는 풍경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크게보기
상암월드컵경기장 주변을 장엄한 가을단풍이 호수에 텀벙 빠졌다.
평화의공원 숲길을 돌아 조형미 아름다운 호수를 돌자니 다시 빗발이 굵어지고 천둥, 번개가 요란해지기 시작을 한다.
가을빛을 빨아들인 호수의 수면에 파문이 일기 시작을 한다. 이 비가 지나가고 나면 이곳 공원들은 더욱 아름답게 가을빛으로 치장을 할 것이다.
하늘공원의 서울 억새축제는 올해로 벌써 10회째로 10월 23일 일요일까지 이어진다. 축제기간에는 매일 야간개장과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어 아름다운 억새 풍경 감상과 함께 가을을 가득 담은 추억을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