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국 | webmaster@mediabuddha.net | 2013-03-25 (월) 00:00
김영국 전 조계종총무원장 종책특보가 이번 무차회 한 스님의 불교언론사 대표에 대한 무차별 보복성 폭력 행사에 대해 기고문을 보내왔다.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주
크게보기무차회 스님들은 1994년 종단개혁의 주역인 실천불교승가회와 직간접으로 연관된 스님들이다. 독재권력과 밀착하여 전횡을 휘두르고, 교단운영에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취첩을 하는 등 승가로서 있을 수 없는 부도덕한 행태를 일삼은 종단권력을 축출한 개혁공신들이다.
그런 무차회소속의 한 스님이 자신의 도박사건을 보도했다고 불교닷컴 대표기자를 무차별 폭행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사건이후 불교계 일각의 반응이다. 도박사건으로 인해 종회의원직을 잃고 종단권력에서 소외된 스님의 입장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심심풀이로 몇 백만 원을 가지고 밥값내기 놀이 포커를 친 것 가지고 침소봉대 하여 보도한 기자의 잘못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진나라 도오스님은 왕이 자신에게 권력을 주려고 하자 “나에게 재물을 주는 자는 내 정신을 좀먹게 하는 마구니이며, 나를 이름나게 하는 자는 내 목숨을 죽이는 자”라고 하며 산으로 들어가 수행을 하였다고 한다.
오대 시대의 항초스님은 “맹세코 경론을 전수하다 죽을지언정 명리에 오염되어 살지는 않겠노라”고 하고 수행에 전념을 하였다.
이런 선사들의 고귀한 수행정신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와 지금도 곳곳에서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는 스님들이 대다수인데 ‘스님도 사람인데 너무한 것 아니냐’고 도박과 폭력행위를 옹호하는 이들은 과연 진정한 불자라고 볼 수 있을까 의문이다.
1983년 8월 6일 차마 다시 기억을 되살리기도 끔찍한 신흥사 승려살인사건이 일어났다. 절을 뺏기위해 폭력배를 동원하여 쳐들어가다가 칼부림이 일어나 승려가 살해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전국의 불자들은 깊은 자괴감으로 얼굴을 들지 못하였는데 당시 종단의 지도부는 신흥사에서 일어난 폭력사태일 뿐 종단과는 무관하다고 발뺌을 하는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였다.
결국 종단의 이러한 무책임하고 뻔뻔스러운 행동을 참지 못한 전국의 대중스님들과 재가불자들이 들고 일어나 당시 종단지도부를 축출하고 비상종단을 출범시켰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여 정의와 진리의 불국토를 만들겠다며 불교개혁에 나섰던 스님이 도박을 하였다면 수행자로서 본분을 다하지 못한 잘못을 참회하고 근신수행을 해도 그 인과응보를 다 씻지 못할 것인데, 기사를 보도한 재가불자를 무차별 폭행하여 보복한 것은 자신의 수하가 맞았다고 집단으로 몰려가 칼부림을 하는 조폭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더구나 그 자리에 동석한 20여명의 무차회스님들은 폭행의 현장을 방관하였다니 과연 이들이 개혁정신을 실천하고자 하는 수행자가 맞단 말인가.
조계종은 2011년 1월부터 ‘자성과 쇄신’ 결사운동을 추진하며 전국의 교구본사를 돌면서 결의를 다져왔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폭력사태가 일어났는데 종단의 지도부가 우리와는 무관한 개인의 일이라고 한다면 그동안 외쳐온 자성과 쇄신은 결국 공염불에 불과한 것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일일 것이다.
무차회 스님들은 백양사도박사건을 계기로 지난 2012년 5월 14일 해체를 선언하였다. 그런데 해체를 선언한 무차회가 공공연히 계파모임을 가진 것도 비난을 받을 일이지만 그 자리에서 이러한 폭력사태가 벌어졌는데 침묵을 지킨다면 “종단의 백년대계를 위해 종단 구성원 모두가 지난날을 깊이 성찰하고 화합의 큰그림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설립취지는 실종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차회나 종단의 지도부나 일부 재가불자들도 이번 사건을 권력에서 소외당한 개인의 우발적인 보복폭행으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된다. 이번 사건을 지켜본 일반대중이나 사회에서는 룸싸롱, 도박, 골프에 이어 폭력까지 행사하는 불교계에 대해 더 이상 신뢰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불교계 전체의 대참회가 있어야 한다.
조주스님에게 수행자가 자신이 열심히 수행을 하고 있다고 과시하고 싶어 “아침이나 밤이나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수행하는데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다. 조주스님은 “스님들이 아무리 열심히 수행해도 일 년에 두 번 세금을 바치는 백성처럼 바쁜 사람은 없다”고 일갈하였다.
수행 잘하는 것을 자랑하지 말고 고통 속에 있는 중생을 보살피라는 말씀인데 수행도 안하고 도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면서 스님의 권위만 내세우려고 한다면 그런 불교가 과연 우리 사회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김 영 국 (전 조계종총무원장 종책특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