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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불교사 읽으며<br>한숨만 푹푹 터져 나오는 까닭은?

김영국 | webmaster@mediabuddha.net | 2011-04-01 (금) 11:51

크게보기허흥식 교수의 <고려불교사연구>를 오랜만에 다시 읽었다.

읽다보니 오늘 우리 한국불교가 처한 상황과 시대만 다를 뿐 유사한 대목이 많아 한숨만 나온다. 이렇게 역사는 되풀이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일부학자들은 고려사가 조선시대에 쓰여졌기 때문에 유학자들에 의해 불교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풀렸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운 역사가 존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불교가 고려말의 부정부패로 인해 조선시대 오백년 동안 치욕을 당한 역사를 ‘승자에 의해 기록된 왜곡된 사실’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다시는 그런 굴욕을 겪지 않도록 겸허하게 역사에서 배우는 자세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몇 대목을 소개한다.

고려 말 불교의 폐해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사례가 있다.

고려 제26대 충선왕은 몽고의 간섭을 받는 관제를 폐지하고 권신들의 토지를 몰수하는 등의 개혁정치를 시도하면서 ‘모든 불교계가 이익을 취하려는 소굴’이라고 잘라 말했다. 원나라 배척운동을 전개하고 불교에 호의를 가졌던 제31대 공민왕과 이색도 개혁정치를 구상하면서 불교계의 경제적 기반을 약화시켜 세속성을 줄이면서 본연의 불교로 회복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불교의 폐해에 대한 지적은 불교와 승려의 세속화에 원인이 있다.

고려후기에 승려는 세속화되고 사원을 통한 부의 축적에 눈을 돌리게 됨에 따라 사원을 장악하려는 주지쟁탈이 심하였다. 또 종파간에 사원을 둘러싼 분쟁이 심하여 하루아침에도 사찰의 종파가 바뀌는 일도 많았다.

승려의 세속화는 몽고풍의 풍습이 유입되면서 가속화되었다. 부원세력(附元勢力)과 결탁한 승려의 호화스런 생활은 사서에서도 자주 지적되고 있다. 몽고 승려의 육식풍습과 자유분방한 성생활은 고려말기 승려들의 육식과 추문을 가속화시키는데 일조를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승려들의 세속화는 예나 지금이나 일반 대중승려들과는 상관없이 높은 승직을 가진 이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고려중기까지는 우수한 인재가 과거를 급제한 후에 출가를 한 예가 있었으나 점차 자질이 없는 사람들이 증가하였다. 심지어는 승려의 직을 얻기 위해 승과시험을 보지 않고 국왕의 측근에게 뇌물을 써서 자리를 얻었다는 기록도 보인다.

몽고 압제시기에는 전반적으로 승려의 자질은 하락하였으나 고위직 승려에게는 권한이 대폭 확대되었다. 국사에게 독립된 관청과 권한을 주어 승정을 총괄하게 하였다. 그러다 보니 높은 관직과 주지직을 얻기 위해 모든 승려가 국사의 문도가 되려고 경쟁을 하였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문도가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기반이 필요했고 따라서 사원을 이용한 경제적 생활기반의 확보에 골몰하는 일이 늘어났다.

경제적 생활기반을 확보한 고위직 승려들의 분쟁으로 고려말의 불교행정은 종파의 자주성보다 고급 승려간부직을 차지하기 위한 로비에 집중이 되었고, 이들은 정치세력과 결탁됨으로써 종파간의 싸움이 격화되었다. 고려말의 정치세력이 불안정함에 따라 불교계의 분쟁은 더욱 가속화되고, 축적된 수양과 사회에 대한 봉사와 민심의 깊은 곳에 기반을 두었던 종교로서의 도덕적 기능은 붕괴되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공민왕의 말을 돌아보고자 한다. 공민왕은 불교계의 경제적 기반을 약화시켜 세속성을 줄이면서 본연의 불교로 회복할 것을 강조하였다.

이 말이 그대로 21세기 한국불교에 던지는 화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전 조계종총무원장 종책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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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선종 2011-04-01 12: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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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에 의해 기록된 왜곡된 사실이다'?--'이해 당사자에 의해 기록으로 선택된 사실이다'? 어째ㅆ던 책 몇 권으로 지난한 불교사를 재단한다면 실례라고나 할까요...
중생 2011-04-04 10: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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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서 교훈을 엊자는 취지의 글. 공감합니다. 지금 여기서 왜곡여부를 가리는 건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을 아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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