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ㆍ기고 > 법타 스님이 들려주는 금강산 전설
금강산 나무꾼총각과 선녀의 아름다운 사랑 서려
2010-03-07 (일) 17:56
<선녀를 만나려던 나무꾼 총각>
만물상입구에서 천선계를 따라 오르다가 칠층암을 지나 조금만 더 오르면 오른쪽 바위중턱에 도끼로 깊이 찍은 자리같은 홈이 있는 기묘한 바위가 있다. 이것이 바로 선녀를 만나려던 나무꾼 총각에 대한 이야기가 깃들어있는 절부암이다.
옛날에 만물상 골안으로 나무하러 들어가던 한 힘센 총각이 바위 곁에 앉아서 다리쉼을 하다가 개울 동쪽에 우뚝 솟아있는 절벽 위를 올려다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절벽위에는 지금까지 전혀 보지 못한 아리따운 선녀가 온갖 재롱을 부리며 놀고 있었다. 나무꾼 총각은 처음에는 자기 눈을 의심하였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니 분명 얼굴이 금시 떨어진 앵두같고 손에는 저대를 들었으며 날개옷을 입은 몸매 역시 날씬하여 틀림없는 선녀였다.
이 순간 나무꾼 총각은 그 선녀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불쑥 치밀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늙으신 어머님을 모시고 모진 가난 속에서 나이 먹도록 장가도 들지 못하고 있던 총각에게 있어서 그것은 마음속의 간절한 소원이기도 하였다. 볼수록 마음이 조급해 난 나무꾼 총각은 당장 절벽위로 뛰어 올라가 그 아리따운 선녀와 사랑을 고백하기로 작정하였다.
그렇지만 사방이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되어있어 선녀가 있는 바위위로 도저히 올라갈 수 없었다. 그래서 총각은 곧바로 그 바위벽으로 톺아오를 것을 결심하고 오르다가는 미끄러지고 또 다시 오르다가 미끄러지곤 하였다.
나무꾼 총각은 하는 수 없이 선녀더러 내려오라고 손짓하였다. 선녀는 내려오지도 않고 저대를 불면서 춤을 추고 있을 뿐 총각의 부름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총각의 귀에는 아름다운 저대소리만이 들릴뿐 이었다.
이에 화가 동한 나무꾼 총각은 가지고 갔던 도끼로 선녀가 앉아있는 바위중턱을 뭉텅 내리찍었다. 이때부터 그 바위벽을 가리켜 <絶斧巖절부암>으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FONT>선녀와 나무꾼 미랑>
만물상의 절부암에는 하늘선녀와 금강산총각 미랑의 사랑 이야기도 깃들어있다.
아득히 먼 옛날 하늘나라 옥황상제에게 낭자로 불리는 어여쁘고 상냥한 딸이 있었다.
딸에 대한 하늘왕의 사랑은 극진하였지만 낭자는 나이 들어감에 따라 하늘궁전의 고루한 생활에 싫증이 났다. 그래서 그는 하늘아래에 펼쳐진 지상세계를 늘 살피었고 그 과정에 인간생활에 점차 동경을 품게 되었다.
맑게 개인 날에 깊은 생각에 잠겨 살펴보노라면 때때로 인간세상에서 짙은 인정의 향취가 풍겨오기도 하고 부드럽고 상쾌한 풍악소리 또한 은은히 들려오기도 하였다.
그것은 인간 세상에 대한 낭자의 호기심을 더욱 돋구어주었다. 그래서 낭자는 늘 마음속에 미지의 인간 세상을 그리면서 인정의 상서로운 향취와 아름다운 풍악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 매일 하늘 밖을 날아돌았고 그것이 어느덧 하루의 즐거운 일과로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옥황상제는 사랑하는 딸 낭자를 불러 앉히고 조용히 물었다.
“얘야, 너는 무슨 일로 매일같이 궁궐 밖으로 나갔다가 날이 저물어서야 돌아오느냐?”
“소녀는 얼마 전에 무지개가 드리워있는 곳을 따라 내려갔다가 구름이 어떤 바위에 걸채이므로 그 바위봉우리에 내렸더니 그곳의 산천경치는 말로 형용키 어렵게 기이하고 아름답더이다.
깎아세운듯 한 바위들이 우뚝우뚝 솟아있고 그 바위위에 흙 한 줌 없는 곳에도 나무와 꽃들이 뿌리를 박고 푸르고 싱싱한 자아 꽃이 활짝 피었으니 그 향기 또한 그윽하기 이를 데가 없었소이다. 또한 계곡들에는 수정 같은 맑은 물이 흐르며 폭포로도 되고 담소도 이루며 바위 위를 미끄러져가니 그 아름다운 경치를 수틀에 담아볼까 하여 갔다가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놀고 오군 하나이다.”
낭자의 말을 흘린 듯이 듣고 있던 옥황상제는 머리를 끄덕이며 “그렇게 좋은 곳이면 내려가 놀되 너무 늦어지지 않도록 하라.” 하고 허락해주었다.
그때부터 낭자는 무지개를 타고 수틀을 한 팔에 끼고 매일 내려가 앉아 수를 놓았다. 아름다운 금강산의 풍경을 수놓고 있는 낭자의 모습은 만물상 절부암(그때는 보통 봉우리)위에 매일같이 나타났다.
만물상의 아름다운 경치를 화폭에 옮기는 낭자의 모습은 또한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어느 날 낭자는 그 전날과 마찬가지로 바위에 의지한 나무 등걸에 앉아 수를 놓고 있는데 어디선가 구성진 피리소리가 봄바람에 실려 들려왔다. 낭자는 문득 놀랐다. 언제나 새소리, 물소리만 들리던 곳에서 난데없는 피리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신기하여 그 소리가 들려오는 골짜기를 내려다보았다. 낭자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키가 늠름하고 얼굴이 검실검실하면서도 환하게 생긴 나무꾼총각이 피리를 불면서 자기가 앉아있는 봉우리밑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어머나!”
낭자는 가늘게 외마디소리를 지르고 어디인가 몸을 숨기려 했으나 그가 앉았던 봉우리는 으슥한 그늘이 없는 곳이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그대로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피리소리가 뚝 그쳤다. 낭자는 피리소리가 들리던 골짜기를 내려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총각은 불던 피리를 품속에 넣고 바위모서리들을 잡으며 낭자가 앉아있는 봉우리로 올라오다가는 미끄러지고 또 올라오다가는 미끄러져 내리는 것이었다.
낭자는 해죽이 웃으며 총각의 마음을 가늠해보기로 하였다. 이 가파르고 위험한 절벽을 어떻게 올라오랴. 끝내 올라와보기나 하려는지…
낭자는 총각이 자기가 앉아있는 바위까지 올라와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안고 내려다보고 있었다. 총각은 낭자를 올려다보고 낭자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자 힘을 내어 또 다시 톺아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얼마 못 올라서 미끄러져 내려갔다 총각은 이렇게 올라가기를 거듭하다가 그만 지쳐서 주저앉았다. 낭자는 “그렇겠지. 저 총각이라고 무슨 힘으로 여길 올라온담.”하며, 그도 여느 총각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총각이 올라오기를 바라는 낭자의 마음을 알았는지 주저앉아있던 총각이 벌떡 일어섰다. 그는 지게에 꽂혀있던 도끼를 뽑아들고 바위허리를 찍기 시작했다.
총각은 아무리 애써도 올라가기 힘든 이 바위를 아예 끊어버릴 심산이었다. 나무만을 찍던 도끼이지만 총각이 있는 힘을 다해서 내리찍는 도끼날은 바위에 부딪쳐 불꽃을 날리며 바위 조각을 산산이 부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있던 낭자는 마침내 총각의 대장부다운 기질을 발견했고 그의 씩씩하고 용맹스런 기상에 마음이 흔들렸다. 낭자는 바위아래를 향하여 소리쳤다.
“여보세요, 왜 바위를 도끼로 찍나요?”
“아가씨를 찾아 올라가려던 참이요.”
“그만 두세요. 내가 내려가겠어요.”
“선녀아가씨, 그럼 어서 내려오시오.”
이렇게 되어 낭자선녀는 날개옷을 훨훨 날리며 총각이 기다리고 서있는 골짜기로 내려갔다.
“당신은 누구신데 여기로 오셨는지요?”
“나는 이 금강산에서 사는 미랑이요. 나무를 해다가 팔곤 하는 데 우연히 당신을 보게 되어 꼭 만나보고 싶었지요.”
“저는 하늘나라 선녀인데 금강산이 아름다워 놀러왔다가 당신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굳세고 강의한 대장부다운 풍모에 감동되어 제가 여기까지 내려오게 되었군요.”
그들은 서로 통성이 끝나자 낭자는 금강산절경을 수놓아 만들고 있던 비취금의 비단이불 등을 보여 주었다.
총각은 아름다운 피리를 불면서 하루를 즐겁게 보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우며 놀던 그들은 헤어지고 싶지 않았다. 천년이고 만년이고 이렇게 영원히 둘이 함께 앉아있고 싶었다.
드디어 낭자는 미랑에게 말하였다.
“나는 하늘로 올라가지 않을래요. 당신과 함께 이 아름다운 금강산에서 살고 싶어요.”
미랑은 너무나 기뻐 낭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
“선녀아가씨! 어떻게 달리될 수 있겠소. 우리는 이 아름다운 금강산에 영원히 뿌리를 내립시다.”
이렇게 되어 미랑과 선녀는 한 쌍의 부부가 되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
그때 미랑이 찍었다는 도끼자리가 난 바위를 <절부암>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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