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 전체기사
선학원 이사진, 일괄 제적원 제출<br>“합의 깨면 조계종 몸담을 이유 없다”
모지현기자 momojh89@gmail.com 2014-06-30 (월) 17:55
크게보기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진(이사장 법진 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에 제적원을 일괄 제출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이 요청한 ‘정관 개정 요청에 대한 회신’도 함께 전했다.
선학원 총무이사 송운 스님과 재무이사 현진 스님, 감사 한북 스님은 등 3명은 6월 30일 오후 2시 40분께 조계종 총무원 총무부 사찰교무팀에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을 포함한 이사 11명과 감사 2명 등 총 13명의 제적원과 인감증명서를 제출했다.(사진) 제적원 제출 사유는 ‘조계종의 종헌 종법에 동의할 수 없음’으로 기재됐다.
선학원 이사 전원의 제적원 제출은 29일 열린 이사회 간담회 결의에 따른 것으로,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가결된 ‘법인관리및지원에관한법(이하 법인관리법)’에 대한 선학원의 반발 수위가 한층 높아짐과 동시에 선학원의 탈종수순까지 예견하는 것으로 주목된다.
사찰교무팀은 이날 제적원 접수 확인증을 작성해 교부했다. 다만 조계종 종법상 제적원은 재적본사에 제출하는 것이 원칙으로, 진행 추이를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선학원은 제적원과 함께 조계종 총무원(원장 자승 스님)이 30일까지 회신을 요청한 정관 개정 요청의 건에 대한 회신공문을 전달했다.
선학원은 회신공문에서 “귀 종단은 2013년 3월 20일 제193회 중앙종회에서 법인법을 제정하고 4월 1일 공포함으로써 2002년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며 “본 재단은 2002년 합의사항이 파기됨에 따라 본 재단 정관을 이사회 결의에 의거 합의 이전 정관으로 환원하였음을 알린다”고 못 박았다.
선학원은 제적원 제출 직후 “우리는 ‘법인관리및지원에관한법’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배포했다.
선학원은 “최근 조계종은 100년 역사의 선학원을 온전히 지키며 발전시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법으로 규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징계까지 하려하고 있다”며 “종단이 그간의 합의정신을 깨뜨리고 새로운 법을 제정해 선학원을 압박하고 임원진에 대한 징계를 운운한다면 선학원은 더 이상 조계종에 몸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변했다.
이와 함께 “수덕사는 법인관련법 뒤에 숨지 말고 정혜사와 간월암을 원상회복하라”고 주장하며 “조계종에 선학원과 법인을 바르게 이해하는 집행부가 들어선다면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아래는 선학원 성명서 전문.
성 명 서
-선학원 임원진 제적원을 일괄 제출하며-
조계종 중앙종회는 3년 이상 논란을 빚으면서 2013년 4월 1일 공포된 <법인법>을 제정 1년 3개월 만에 시행해보지도 못한 채 폐기시키고, 2014년 6월 25일 선학원에 ‘선전포고’까지 하면서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을 제정하였습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재단법인 선학원은 만해 용성 남전 석두 도봉 스님 등이 일제 치하에서 민족불교 수호와 선풍진작을 위해 1921년 설립한 자랑스런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조계종은 100년 역사의 선학원을 온전히 지키며 발전시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법으로 규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징계까지 하려하고 있습니다.
선학원 선사 스님들에 의해 이루어진 대한불교조계종 탄생의 공로는 사라지고, 선학원 스님들은 1994년 개혁종단이 들어선 이래 지난 20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채 종도 아닌 종도로서 갑과 을의 관계로 살아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선학원 소속 스님들은 종단을 향해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고 오로지 일선에서 묵묵히 수행과 포교에 정진해 왔습니다. 또 종도로서의 권리를 달라고 구차하게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종단은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으로 징계 등을 내세우며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덕숭총림 수덕사는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을 등에 업고 선학원을 장악하려는 저의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전 총무원장인 법장스님과 선학원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정혜사와 간월암을 비승가적인 방법으로 불법 점유하고 있으면서도 오히려 이의 원상회복을 촉구하는 선학원에 대해 징계를 주장하고 있으니 여간 배은망덕한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종단이 그간의 합의정신을 깨뜨리고 새로운 법을 제정하여 선학원을 압박하고 임원진에 대한 징계를 운운한다면 선학원은 더 이상 조계종에 몸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그렇지만 정화불사를 통해 ‘대한불교조계종’을 탄생시킨 모태인 선학원의 역사와 법인에 대한 바른 인식을 하는 집행부가 나온다면 언제든 대화할 용의가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에 따라 선학원 임원진들은 제적원을 종단에 제출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힙니다.
우리의 입장
1. 우리는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에 동의하지 않는다.
2. 수덕사는 법인관련 법 뒤에 숨지 말고 정혜사와 간월암을 원상회복하라.
3. 조계종에 선학원과 법인을 바르게 이해하는 집행부가 들어선다면 대화할 수 있다.
불기 2558(2014)년 6월 30일
재단법인 선학원 임원진 일동
자발적 유료 독자에 동참해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