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4일 조류독감 청정지역이었던 강원도 횡성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했다. 조류독감의 원인을 철새 등 야생조류로 지목하고 철새가 떠나가면 조류독감이 종식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정부의 주장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초여름 발병한 조류독감으로 무색해지고 말았다.

이에 따라 조류독감의 원인을 규명하고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조류독감 가출 살처분 방지 및 제도개선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6월 26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서 조류독감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규탄하고 무분별한 살처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 기자회견에 참가한 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 덕운 스님은 연대발언을 통해 “무릇 살아있는 생명은 존중의 대상이 돼야 한다. 사람만 살기 위해 예방적 살처분을 하는 것은 반드시 그 업보가 따르기 마련”이라며 “정부는 살처분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강구하고 조류독감의 사전예방과 원인조사를 시행해 이토록 무자비한 살처분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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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는 조류독감의 근본 원인은 철새가 아니라 공장식 밀집축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늘 조류독감의 원인을 철새라고 규정하면서 공장식 밀집축산이 조류독감의 주요 감염 원인이라는 언급을 하지 않고, 밀집축산의 점진적 폐기와 같은 축산 패러다임의 변화를 꾀하는 내용을 방역대책에 전혀 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조류독감 방역관리지구를 철새도래지 중 최근 2년간 고병원성 조류독감(AI)가 검출된 지점을 기준으로 반경 10㎞ 범위로 설정하고 고속도로 나들목, 항공방제, 철새도래지 통제시설 등의 방역체계를 운영해온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기존의 방역체계에 과도한 방역비용이 발생됨에 따라 ‘집단사육지, 도축장 등 위험도에 기초해 차별화된 통제·소통으로 전환한다’고 명기했다.

대책위는 “이는 농식품부 스스로 조류독감 방역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철새가 아닌 집단사육지가 주요 원인임을 인정하고 있음을 반증한다”며 “방역관리 지구지정 기준을 최근 3~5년간 가금류를 밀집사육하고 조류독감이 발생한 지역을 중점으로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며, 방역관리지구의 신규 축산업 진입을 허용할 것이 아니라 강력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오는 9월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제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고병원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대응지침을 논의하고 결의문을 채택해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총회에서 이 문제를 국제적으로 논의하고 결의문을 채택해 이행한다면 좋은 선례를 남김은 물론 고병원 조류인플루엔자 대응에 있어서 국제사회의 협력과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책위는 아울러 현재의 무차별한 살처분 정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가축을 강제 살처분해야 하는 농민들의 시름이 가장 크겠지만, 살처분은 보상 및 살처분 비용을 집행해야 하는 지방정부와 생매장 살처분 작업에 강제동원되는 지방 공무원 등에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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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는 마지막으로 닭 가면을 쓰고 작은 포대자루에 들어가 쓰러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들은 퍼포먼스를 통해 포대자루 안에서 질식사 당하는 살처분 가금류의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사람들의 인식을 환기시키며 기자회견을 마무리 했다. (사진)

대책위에는 녹생당, 조계종 환경위원회, 동물사랑실천협회, 동물자유연대, 생명체학대방지포럼, 카라, 환경운동연합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