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법인 선학원(이사장 법진 스님)이 진도 팽목항 천막법당에 후원금 1천만 원을 희사했다.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은 세월호 참사 실종자 12명의 가족이 남아있는 팽목항 현장에 구호의 손길이 뜸해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6월 20일 오후 2시 선학원 집무실에서 팽목항 법당 운영에 동참하고 있는 금강 스님을 만나 후원금을 전달했다.

법진 스님은 “선학원이 세월호 참사를 애도하는 뜻으로 올해 초파일 봉축행사에 불참하면서 전국 분원에서 십시일반 마련한 모연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현장에서 같이 동참하지 못해 미안하던 차에 팽목항 법당 소식을 접한 것이 계기가 됐다”며 후원금 기부의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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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목항 법당을 운영하고 있는 금강 스님과 선학원 이사장 스님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세월호 사고 직후인 4월 24일부터 진도에 천막법당을 마련하고 실종자의 무사생환을 기도해온 금강 스님은 이 자리에서 팽목항 법당 운영의 경과와 사고발생 2달째에 접어드는 팽목항의 현지 분위기를 전달했다.

금강 스님은 “처음 사고 당시 진도실내체육관에 모인 실종자 가족 1천 명이 식음을 전폐하고 지낼 때 진도에 계신 스님들이 제일 먼저 음식 마련 등 구호활동을 해왔다”며 “사고 현장에서 1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지만 사람들이 실종자를 기다리는 곳이 팽목항이어서 그곳에 법당을 차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진도 법당은 두 곳으로 실내체육관 법당에서는 실종자 가족들을 보살피고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으며, 팽목항에서는 최소한 목탁소리라도 끊이지 않게 하자는 마음으로 법당이 운영되고 있다”며 “실종자 가족들이 시신을 확인할 때 손이라도 잡아주고 기도하는데 전국의 많은 스님들이 동참해줬다”고 말했다.

법진 스님은 “불자든 불자가 아니든 염불소리와 목탁소리 자체가 가족들의 마음에 위안이 되고 안심입명이 될 것”이라며 “이번에 1차적으로 지원을 하고 앞으로 후원할 일이 있으면 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팽목항 법당은 진도지역 사암연합회와 호남 6개 본사가 이틀씩 돌아가며 기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 대부분이 진도를 떠나자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이 크게 줄어 곤란을 겪고 있다.

금강 스님은 “그동안은 법당을 방문한 스님들이 희사한 금일봉을 모은 것으로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가족들을 지원해왔다”며 “자원봉사자와 가족들, 경찰까지 거의 책임지다시피 해왔는데 12가족만 남은 현재는 지원이 끊겼다”고 안타까워했다.

금강 스님은 “지금 남아있는 실종자 12명의 가족들은 체념한 부분도 있다”며 “다만 희생자와 실종자에 대한 법적인 보상 문제가 어려운 부분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법진 스님은 향후 세월호 성금 집행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법진 스님은 “세월호 지원금이 속속 들어오고 있는데 어느 보도에 따르면 후원금을 전하는 것이 가족들의 보상 문제에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 하니 앞으로 어떻게 성금을 집행해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강 스님은 “가족대책위에서 개인적으로 후원금을 받는 것을 금지했지만 지금 남은 가족들은 가중피해를 입고 있다. 요청이 있다면 남이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라도 얼마씩 지급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다른 가족들도 감안할 것이다. 돌아가면 남아있는 실종자 가족에 대한 지원을 제안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금강 스님은 또 “사고 100일쯤 날짜를 정해 불교계에서 수륙천도재를 봉행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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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오른쪽)은 20일 금강 스님에게 팽목항 법당 후원금 1천만 원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