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의원 성우 스님이 팔공총림 방장 진제 스님의 시중을 대독하고 있다.

성문스님 “팔공총림 정상화를 위한 지혜에서 나온 시중”

동화사 주지 성문 스님은 산중대회 개최에 앞서 “총림대중 전체를 위하는 방향으로 마무리가 됐다”며 진제 스님의 시중을 수용한다는 뜻을 밝혔다.

또 산중대회 인사말을 통해 “팔공총림을 정상화하고 제대로 대중이 화합하고 발전하도록 거듭날 수 있는 열망과 열정, 원력, 지혜가 뭉쳐져서 그런 시중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문 스님은 “총림을 만든 것은 선거의 문제를 종식시키고 진정으로 팔공산 대중이 화합하고 상생하고 서로 더 좋은 수행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었고 이 나라의 선사이며 선의 대종장인 방장 스님의 법을 대한민국뿐 아니고 세계 방방곳곳에 널리 전파시키고 위력을 떨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며 총림 구성에 나섰던 배경을 토로했다.

성문 스님은 “총림을 만들어놓고 보니까 오히려 선거 때보다 더한 여러 가지 폐단들이 드러났다. 총림은 방장이나 주지나 어떤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닌, 또 어떤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하는 좌지우지될 수 있는 그런 공동체가 아니”라며 “진정으로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속에서 수행과 포교, 지역사회의 여러 가지 역할을 해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인사문제가 있을 때 어느 한 분의 귀를 가리고 눈을 멀게 하고 잘못된 판단을 유도해서 이익을 얻고자 하는 세력이 있어 팔공산 전체가 위기에 있었다”고 말했다.

성문 스님은 “이런 총림이라 한다면 그 총림을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다 해서 총림 존폐 여부를 산중대중에게 묻는 산중총회를 열려고 했고, 그 산중총회가 오늘의 산중대회”라며 “한국불교 역사상 이런 대회는 처음이며, 이 같은 대회가 산중의 질서를 바로잡고 화합하고 발전하는 단초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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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로 임기가 만료되는 성문 스님(사진)은 임기가 끝나면 복원을 마친 사중 약수암에 머무를 예정이다. 스님은 “내일 모레면 주지 임기를 마감한다. 소임을 마감하더라도 팔공총림이 총림다운 총림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또 산중의 운영이 사부대중의 공의를 묶어서 중지를 묶어서 반영될 수 있도록 산중의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봉스님 개회선언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까 송구”

한편 산중대회 공동대회장 선봉 스님은 개회선언을 통해 팔공산 대중들의 중지를 종정 스님과 총무원장 스님에게 전달하기 위해 이 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선봉 스님은 “먼저 세월호 사태로 인해 온 국민이 슬픔에 젖어있는 이 시점에 산중대회를 개최하게 된 데서 참으로 송구하고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희생영령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고 참회했다.

이어 “오늘 이 산중대회가 사부대중 또 대내외적인 모든 분들에게 혹시나 집안 내부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생각에 매우 죄송스럽고 송구하다. 그러나 오늘 이 산중대회는 팔공산 온 대중의 중지를 모아서 방장이신 진제 종정 예하 스님과 총무원장 자승 스님에게 이 뜻을 모아 전달하는, 간곡하게 지혜롭게 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도록 뜻을 모아 올리는 행사”라고 말했다.

현근스님 대회사 “어른을 잘 못 모신 우리의 책임”

한편 산중대회 공동대회장 현근 스님은 대회사를 통해 “쉽게는 어르신께 허물을 돌리고 있지만, 저 자신은 어른을 모시는 우리 모든 산중 대중들이 어른을 잘 못 모신 결과로 우리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느끼고 있다”며 “인사문제로 다소의 잡음이 일어난 것에 대해 종회의원으로, 총림 임회의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을 이 자리를 빌어 참회한다”고 말했다.

현근 스님은 “이런 계기로 인해 방장스님이 시중의 화합을 새롭게 되새길 수 있다”며 “화합하지 못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마음 속 깊이 뉘우치고 참회하면서, 어떤 마구니도 이 팔공산에 침입할 수 없도록 화합해서 정진하자”고 독려했다.

전 주지 허운 스님 “승가 행정에 공권력 동원 우려”

산중대회 대중공사에서 발언대에 선 전 동화사 주지 허운 스님(파계사 주지)은 승가 행정에 대한 공권력 동원으로 인한 자주권 훼손을 우려했다. 허운 스님은 “신성한 사찰에 승가 고유의 행정을 처리하기 위해서 공권력이 백두대낮에 동원됐다고 하는 것은 매우 자주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그 어떤 경우에도 승가 고유의 행정은 승가 교유의 방식을 통해서만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허운 스님은 “방장 스님이 시중을 통해 다시 한 번 사부대중과의 소통을 약속한 만큼 방장 스님의 소통과 약속이 끝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저희 사부대중도 한결같은 마음으로 끊임없이 정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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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사부대중은 ▲대중공의를 통한 총림 운영 ▲책임자의 참회 및 자숙 ▲산중대회를 계기로 원융화합 할 것을 결의하며 산중대회를 마무리했다.

성문 스님, 현근 스님 등 이번 대회 주최 관계자들은 산중대회 직후 부산 해운정사에 찾아가 방장 스님에게 참회하기로 했다.

산중대회는 스님 130여 등 사부대중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희생자 추모의식, 삼귀의, 반야심경, 경과보고(덕현 스님), 시중(성우 대종사), 개회선언(선봉 스님), 인사말(성문 스님), 대회사(현근 스님), 대중공사(참가 대중), 결의문 채택, 사홍서원 순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