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불교전통과 근대불교학’이라는 대주제로 동국대학교 HK연구단이 지난 5월 9~10일 주관한 제1회 4개 대학 불교학 국제학술대회는 ‘근대불교학의 동아시아 전개’와 ‘동아시아 불교의 다양한 시선’의 두 부문으로 나누어서 심도 깊은 발표를 진행했다.

‘동아시아 4개 대학 불교학 국제학술대회’는 동아시아 인문네트워크의 형성과 동아시아 불교문화권의 담론 생성을 목표로, 동국대(HK연구단)․북경대(철학과)․동경대(인도철학불교학과)․대만대(불학연구중심)의 4개 대학이 격년으로 개최하는 학술대회로 이번이 그 첫 번째 행사이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동아시아 불교의 다양한 시선’의 영역에서 총 10명의 연구자가 발표에 나섰다. 이번 대회는 동아시아 불교학을 대표하는 4개 대학이 한 자리에 모여 불교학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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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HK연구단이 주관한 제1회 4개대학 불교학 국제학술대회가 지난 9~10일 동국대에서 10명의 각 나라 불교학자들이 주제발표자로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동국대 제공

첫째 발표자로 나선 북경대학 리스롱 교수는 “불교연구는 인문학 중에서 가장 발전 잠재력을 지닌 학문”이라고 전제하고 ‘중국의 전통적 문헌의 판본과 교감을 중시 태도 위에 신자료의 발굴과 불전 원어의 이용’이라는 두 가지의 현대적 과제를 제시했다. 특히 “중국불교학계는 돈황문서, 금석문 등 신자료들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그 활용을 통한 불교연구의 혁신을 가져왔다”며 “현대의 해석학적 연구를 비판하고, 문헌 연구에서 출발하여 중국 불교의 현대적 모델 변화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대학 뚜바오루이 교수는 “인도불교에서 대만의 인간불교(人間佛敎)로의 전개과정이 불교교리의 발전 상 필연적인 결과로 본다”고 발표했다. 그는 “고전적 학문적 연구는 사람들을 진정으로 이해시키기 위한 불교방법론이 될 수 없다”고 단언하고 “실천을 검증하는 지식론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러나 실천은 개인경험으로써 공통적인 앎이 될 수 없는 한계”를 지적하며 “현대불교의 지식증명 문제에는 반드시 신앙적 태도와 결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경대학 시모다 마사히로 교수는 “불교학의 역사를, 기억에서 서사, 목판, 활판 서적, 디지털 텍스트라는 매체의 변용에 따라 새로운 매체 속에 불교의 지식을 재배치해 온 역사”로 보았다. 특히, 자료의 디지털화와 초고속 계산 처리가 가능한 컴퓨터 기술의 보급에 의해 인문학자들은 제시된 양을 어떻게 질적으로 비판하는가라는 새로운 질적연구의 시대에 들어왔다고 판단했다. 그는 또 “차세대에는 다량으로 제시된 텍스트를 질적으로 비판하며 보다 심화된 새로운 양을 생산해내는 토대를 제공할 수 있는 해석학이 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국대학교 김용태 교수는 “한국의 근대연구방법론이 일본을 통해 들어왔지만, 한국불교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일본의 연구풍토의 영향을 극복한 첫 연구로서 이능화의 1918년에 간행된 󰡔조선불교통사󰡕를 들고, 1920년대부터 프랑스에서 귀국한 김법린(1899-1964), 독일에서 귀국한 백성욱(1897-1981) 등의 귀국으로 근대적 학문방법론을 적용한 새로운 연구를 추구하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남선은 원효로 상징되는 한국불교의 독창성을 찾아내기도 하였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한국불교는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고유의 특성을 가지지만, 한편으로는 불교라고 하는 보편가치와 사유체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불교 연구를 위해서 동아시아 불교세계에서 작동해 온 상호성, 보편성의 원리를 함께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 원전에 입각한 인도, 중국, 일본 불교의 불교학적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캐나다 콜롬비아대학의 첸진화 교수는 지난 20년간 서구에서의 혁신적인 중국 불교 연구 동향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선불교과 불교예술이 꾸준히 학문적인 관심을 받고 있으며, 그 외에도 󰡔고승전󰡕 등의 승전 연구, 불교와 도교 등의 자료를 이용한 교단과 교단관계 연구, 성지(聖地) 연구, 자기 희생에 관한 연구 등에 대해서 연구가 진전되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예일대학 김은미의 한중일 고고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한 중국불교미술사와 캘리포니대학 김민구의 중국 초기불고의 불교수행법 연구를 중요연구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열린 2부에서는 ‘동아시아 불교의 다양한 시선’이라는 관점에 초점을 맞추어 발표가 진행됐다.

북경대 왕쏭 교수는 불교와 유교가 교섭하는 측면에서 유승(儒僧)에 대해 논했다. 그에 따르면 유승에는 네 부류가 있다. 첫째는 유가를 배신하고 불교에 귀의한 승려들이고, 둘째는 가사입은 유자(儒者)로써 당말(唐末)의 법난(法難)을 거쳐 오대(五代)의 전란이 일어나면서 불교가 정치권력의 중심으로부터 멀어져 가면서 탄생된 부류이다. 셋째는 승려겸 유자로서 송명이학(宋明理學)의 흥기로 인해 유가가 정통이고 불교는 보조라는 인식 하에 나타난 부류들이다. 이것은 승려 수준의 저하와도 관련된다. 넷째는 승가에 의탁한 부류이다. 현실에 절망하여 불문(佛門)으로 은둔한 자들이 이에 속한다. 그는 이러한 현상은 불교집단의 몰락과도 관련된다고 주장했다.

대만대 차이 야오밍 교수는『부증불감경(不增不減經)』에 기반하여 이 경이 세계관을 다루는 방식에 특히 주목하면서 중생을 이해하고 변화시키기 위해 불교 세계관을 어떻게 응용할 것인가를 문제 삼았다.『부증불감경』은 삶과 세계가 윤회의 삶과 연결된 경험의 영역이며, 함께 성취함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여래장의 개념이 삶의 과정에 의해서 생성되는 한량없는 정보의 흐름을 가리키는 데, 자신의 선입견을 주장하는 이들과의 상호 완성을 지향한다고 평가했다.

동경대 미노와 켄료 교수는 일본 전통불교에서 현대불교에 이르는 불교연구의 주류인 문헌학적 방법이 연구관심을 좁히는 문제를 지적하였다. 이와 더불어 일본불교연구자들이 해외의 일본불교연구에도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하였다. 그는 이어 향후의 연구대상으로 “문학작품 내 불교에 대한 적극적인 연구, 법회에 대한 연구, 사찰행정문서를 통한 실천적 분야의 연구, 나아가 현재 살아있는 생생한 일본불교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러한 연구는 기존의 문헌학적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론을 고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국대학교 고영섭 교수는 신라 원효를 통해 한국불교의 전통과 고유성에 대해서 논했다. 고 교수는 “원효는 ‘다양한 주장’에 대한 해명의 과정을 거쳐 다시 융화의 과정으로 나아갔다”며 “원효 화쟁 회통의 논리는 해당 주제나 쟁점의 부분성을 뛰어넘어 통합 지향과 무종파 지향의 성격을 보여주는데 그 특성이 있으며, 이것이야말로 한국불교의 전통과 고유성”이라고 주장했다.

듀크대학 김환수 교수는 일제강점기에 태허 대사의 불교운동에 참여하면서 한중불교의 가교역할을 한 유관빈의 초국가적이고, 세계적인 불교운동을 조명했다. 그의 활동을 통해 동아시아 불교가 전통에의 재복귀와 성숙이라는 다채로운 시각으로 연구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