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 비구종단 조계종의 기틀을 다진 두 스님, 석전과 한암을 조명하고, 그들의 삶과 사상을 오늘의 한국불교 시대정신으로 삼기 위한 학술대회가 4월 18일 오후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예술공연장에서 열렸다.

이번 학술대회는 오늘의 한국불교 상황, 특히 독신비구종단을 표방하고 있는 조계종단의 현실이 비구·대처가 공주(共住)했던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이른바 정화당시와 내용상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한국불교학회의 춘계학술대회로 치러진 이날 학술세미나는 ‘석전과 한암, 한국불교의 시대정신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한암과 석전의 문도가 정진하고 있는 제4교구 월정사와 제24교구 선운사가 공동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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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학회와 월정사, 선운사가 공동주최한 '석전과 한암, 한국불교의 시대정신을 말하다' 세미나가 4월 18일 조계종 한국불교역사문화관 전통예술공연장에서 열렸다.

첫 발제는 ‘석전과 한암을 통해 본 불교와 시대정신’을 주제로 자현 스님(월정사 교무)가 발표했다. 자현 스님은 “석전은 교계일치(敎戒一致), 한암은 선계일치(禪戒一致)로 당시 어지러웠던 불교계를 바르게 이끈 분”이었다며 “석전과 한암은 현 대한불교조계종의 정초를 확립한 불들이라 이를만하다”며 “이 분들이 계율을 통한 청정한 출가승단과 선을 지향했다는 점은, 오늘날의 조계종의 종취와 일치하는 한국불교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자현 스님은 “현대 한국사회는 선진화로 진입하면서 윤리에 대한 인식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계율에 바탕을 둔 석전과 한암이 보인 교학과 선수행이라는 측면은 특히 더 주목된다”며 “일세를 풍미한 경허와 성철에 의한 남성주의적인 활발발한 선풍보다는 셈세하면서 여성적이며 남을 배려하는 선풍이 현대사회의 지도이념으로 더 타당하다”고 주장, 눈길을 끌었다.

이어 조성택 고려대 교수가 ‘근대한국불교에서 한암의 역할과 불교사적 의의’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시원시원하고 단정적이기까지한 조성택 교수의 발제는 ‘조성택 스타일’의 새로운 시각과 해석법과 어울려 시종 관심을 모았다. 조 교수는 만해와 경허를 한암과 비교하면서 한암의 역할과 불교사적 의의를 살폈다. “만해에게 조선불교의 궁핍한 현실은 부정되어야 할 대상이었으며, 유신되어야 할 것”이었다고 전제한 조 교수는 “그러나 그것은 일종의 아카데미즘적인 ‘기획’이었을 뿐 구체적인 현실성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어 “반명 한암에게 조선불교는 궁핍한 시대를 극복하는 근거이자 유일한 통로”였다며 “조선불교만 놓고 보았을 때 만해는 비관적 회의주의자였지만, 한암은 희망적인 낙관주의자였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또 “경허와 구분되는 한암불교의 특징은 시중(時中, 때에 맞음), 즉 일종의 역사의식이었으며, 따라서 한암은 당대의 최고 선지식이었으면서도 ‘사판의 일’을 거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경허의 문제의식이 생사대사의 철학적 문제의식이었다면, 한암의 문제의식은 정법의 역사를 위한 실천적인 역사적 문제의식이었다고 정리한 조성택 교수는 “경허는 전통에 속하는 전형적인 인물로 근대불교의 서두에 위치하기 보다는 전통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불꽃이었으며, 따라서 깨달음 지상주의의 한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경허의 불교는 더 이상 현대사회에서 그 유효성을 설득하기 어렵다”고 단정했다. 조 교수는 “이런 점에서 수행의 도덕성과 깨달음의 일상성을 강조하였던 한암의 불교가 오늘날 출가승단의 수행관으로 더 적합한 불교”라고 결론지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덕진 교수(창원문성대 장례복지학과)가 ‘한암의 선사상과 계율정신’을, 정도 스님(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이 ‘한국불교와 석전영호의 위상’을, 법상 스님(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장)이 ‘석전의 계율관과 <</span>계학약전(戒學約銓)>’을, 김광식 교수(동국대)가 ‘석전과 한암의 문제의식’을, 신규탁 교수(연세대 철학과)가 ‘석전 박한영 강백의 교학 전통-화엄경 십지품과 선문염송집 연찬을 중심으로-’를, 고영섭 교수(동국대 불교대학)가 ‘영호(石顚) 정호(漢永)와 중앙불교전문학교- 한국의 ‘윌리엄스 칼리지’ 혹은 ‘엠허스트 칼리지’-’를, 윤창화 민족사 대표가 ‘한암 선사의 공안과 선문답’을, 혜명 스님(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이 ‘천태에서 본 한암스님의 선사상’을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