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운 스님(사진)은 “94년도 개혁회의가 성공해 종헌종법을 대폭 제개정하고 종단 발전의 안정에 기여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며 “유시에 무원근 석자만 기록한 것은 할 말이 많지만 할 말이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혁에 성공하면 충신이고 실패하면 모두가 역적이다. 하지만 불교는 자비문중이고 대화합의 교단”이라며 “신흥사 주지 문제로 살인사건이 발생해 총무원장이 물러나고 비상종단 운영회의서 총무원을 수호하는 것을 해인사승려대회에서 몰아냈지만 단 한 사람도 징계 받은 사람이 없으며 반대편에도 관용을 베풀었고, 10.27법난으로 멸빈 제적된 15명 전원을 성철 종정 스님의 재가로 사면복권한 바 있다”고 말했다.

밀운 스님은 “그러하니 금일 개혁회의 20주년을 자축하면서 당시 반대편이라고 멸빈 제적한 8명을 전원 사면 복권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하면서 유시를 대신한다”고 말했다.

기념식은 94년 종단개혁에 참여했던 스님들과 조계종 교역직 스님, 학인 스님 등 5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원로회의 의장 밀운 스님과 총무원장 자승 스님, 기념사업추진위원장 법등 스님이 조계사 대웅전 부처님 전에 헌화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종정 진제 스님은 원로부의장 명선 스님이 대독한 교시를 통해 “모든 출가수행자는 다시금 대오견성 불사해탈의 신심을 드높이라”는 가르침을 내렸다. 또 “중생의 삶을 외면하지 말고 바른 참선법을 세계화하는데 종단개혁의 역량을 다하고 종단개혁불사 완성에 진력하라”고 당부했다.

기념사업추진위원장 법등 스님은 봉행사를 통해 “지난한 고통의 시간을 넘어 종단 정화라는 숙원을 이뤄냈고 94년 개혁불사를 통해 정화와 개혁이라는 한 시대의 사명을 완수할 수 있었다”고 종단개혁 20주년에 갈음한 소회를 밝혔다.

이어 “지난 20년 동안 종단은 눈부신 변화와 발전을 이뤘지만 개혁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던 폐습이 아직도 그 잔재를 드러내고 있는 것도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며 “이제 우리는 94년 종단 개혁의 정신으로 돌아가 스스로를 좀 더 낮추고 불자와 국민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위의와 수행, 정신과 행동을 갖춰야 한다. 개혁 당시 금강역사의 힘으로 불교개혁을 위해 고난의 길을 떠나고자 외쳤듯 이제 다시 한 번 그 고난의 길로 주저 없이 나아가자”고 독려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도 향상일로의 정신으로 개혁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승 스님은 “당시 우리 종단은 자주성을 상실한 채 비민주적이고 전근대적인 운영이라는 종도와 불자의 지탄에 직면하고 있었고, 그러한 각성이 활화산처럼 분출된 것이 바로 94년 종단 개혁”이라며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종단 개혁은 20년 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개혁은 언제나 오늘이 시작점이며, 매일 새로운 변화의 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오늘의 사명”이라고 기념사를 했다.

종회의장 향적 스님은 제도적 정비에 대한 사부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했다. 스님은 “20년 전에 만든 제도로는 많은 한계에 봉착했고, 현재의 시스템과 활동으로는 우리 사회에서 대중교화를 펼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며 “종단 내적 제도적 정비와 외적 자비나눔의 길에 사부대중 전 불자가 나설 수 있는 제도와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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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화 스님(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고문, 사진)은 종단개혁 20주년 기념 축시 ‘크게 울린 종’을 절절한 목소리로 낭독하며 현 종단의 안녕을 물었다.

“저 자꾸만 낮아지는 조계산 앞에 / 한낱 팔베개 하고 낮잠만 잔다면 // … // 이제 눈이 큰 장승에게 물어보자 / 과연 조계산은 높아져 구름 속에 묻혔고 / 또한 산을 덮은 검은 보자기는 없는지를.”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은 축사를 통해 개혁의 의의가 현재까지 이르르고 있는지를 물었다. 설정 스님은 “사부대중의 마음이 신심으로 개혁되지 않으면 진정한 개혁이 아니”라며 “불의에 저항할 수 있는가,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않는다”고 말했다.

기념식에 참석한 사부대중은 “정법종단, 청정교단, 불교자주화, 종단운영 민주화, 불교의 사회적 역할 확대를 반드시 구현하겠다”며 종단개혁불사 계승 실천선언문을 낭독했다.

한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로비에는 94년 개혁불사 20주년 기념 사진전이 열렸고, 같은 날 오후 2시부터는 종단개혁 20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