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주지나 종단 교역직 종무원 등의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승납 10~14년의 중덕·정덕 스님 39명이 3월 17일 태화산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조계종 교육원 법계별 연수교육 ‘종단리더십 심화과정1’ 입재식을 갖고 교육에 들어갔다.

이번 중덕·정덕 법계별 교육은 지난 3월 초 견덕·계덕을 대상으로 실시된 ‘종단리더십 실무과정’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실시되는 법계별 연수교육으로, 현재 주지 소임을 맡고 있거나 포교활동을 하는 스님들이 필요로 하는 심화된 리더십을 배양시키는 과정으로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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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 스님)은 17일 태화산 한국문화연수원에서 법계별 연수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원 연수국장 진광 스님은 입재식에서 “지난 연수교육 때 조카와 사숙이, 또 제자와 은사 스님이 같이 교육을 받는 폐해를 없애기 위해 법계에 따라 그에 맞는 행정과 사회적 역할, 위상을 교육하게 됐다”며 법계별 연수교육의 의미를 설명했다.

한국문화연수원장 구과 스님은 연수원을 찾은 스님들을 환영하는 한편 “이제는 내가 선방만 다니고 싶다고 선방에만 있을 수 없는 시대이고, 어떤 일을 맡겨도 잘 할 수 있는 승려가 돼야 하는 시대”라며 “불편함 없이 지내고 공부할 수 있게 조력자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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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법계별 연수교육 '종단리더십 심화과정1'에는 39명의 스님이 입재했다.

연수교육에 임하는 일선의 스님들도 법계별 연수교육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산 혜원사 주지 현중 스님은 “우려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한 연수교육이 갈수록 체계화 되면서 강의의 수준도 나아지고 스님들의 호응도 좋아지고 있다”며 “특히 종단에서 법계별 연수교육을 실시해 승납의 높고 낮음, 스님들의 환경에 맞게 교육받을 수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보령 세원사 불교대학 강사 유진 스님도 “불교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교육도 중요하지만 불교가 세상과 같이 나아갈 때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온다”며 “법계별로 교육을 하면 대중에게 더욱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다가가갈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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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병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은 "세상이 법당, 가난한 사람이 부처님"이라며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본격적인 교육은 곽병찬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의 강의 ‘한국불교의 역할과 비전’으로 시작했다. 포교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님들에게 그들이 진정 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이냐는 화두가 던져졌다.

“최근 세상을 떠난 세 모녀 같은 분들에게 불교는 무엇이고 이 땅의 스님들은 무엇이냐. 현실의 가난, 굶주림, 고통을 덜기 위해 스님은, 불교는 어떤 일을 했냐”는 물음을 던진 곽 위원은 문화재이자 관광지이자 기복신앙으로만 여겨지는 불교의 현주소를 꼬집었다.

곽 위원은 다시 “불교가 당면한 현실의 문제가 온전히 시장만능주의를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이라는 상황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냐”고 물으며 한국 종교사회에서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는 천주교를 예로 ‘종교의 시대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야 말로 종교 부흥의 비기라고 강조했다.

곽 위원은 종단의 젊은 피인 중덕·정덕 스님들에게 ‘혁명가 붓다’로의 회귀를 역설했다. 욕망으로부터의 자유, 차별에 대한 저항, 그러나 악독한 공업(共業)으로부터 자유로울 없는 책임감이야말로 불교가 말하는 세계일화, 동체대비, 하화중생, 무주상보시일 것이라고 말했다.

곽 위원은 “부처님은 대각을 이뤘지만 풍찬노숙하며 60여년을 더 세상에 불법을 전했고 실천했다”며 “세상은 법당이고 사람은 법당에 모셔진 부처님이다. 법당을 장엄하듯이 세상을 장엄하고, 부처님을 모시듯이 가난한 사람을 모셔야 한다. 그것이 스님들의 역할이고 비전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번 연수교육은 ▲현대사회와 불교리더십(허 달) ▲사찰의 문화적 가치와 활용(흥선 스님) ▲신도교육과 수행지도(송묵 스님) ▲대중문화와 대화(하재봉) ▲사례로 본 종법(법안 스님) 등의 강의를 거쳐 19일 회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