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국보 1호 숭례문 부실복구의 책임을 물어 변영섭 문화재청장을 전격 경질했다. 취임 8개월 만의 일이다.

11월 15일 청와대는 숭례문 부실 공사 등 문화재 보수사업 관리를 잘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물어 변 청장을 해임시키기로 결정하고 본인에게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 청장 역시 청와대의 사표 요구에 당당히 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취임 8개월만에 문화재 관리를 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낙마한 변 전 청장은 고려대 고고미술 사학과 교수 출신으로 문화재 보호에 남다른 열의를 보여온 인물이다. 특히 반구대 청장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닐 정도로 문화재의 보존 및 관리에 소신을 갖고 심혈을 기울여온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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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영섭 문화재청이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과 숭례문 부실공사 및 복구에 대해 중앙일보 주최로 대담을 나누는 장면. 사진출처=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홈페이지.


두루 알려진 것처럼 지난 2008년 2월 10일 발생한 화재로 인해 불에 탄 숭례문을 새롭게 복구하였지만 부실 공사로 인해 숭례문 단청이 떨어지고 기와가 깨지는 현상이 일어 문화재 행정 전반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숭례문 부실 복구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지난달 국정감사장에서 이에 대한 의원들이 비난이 쇄도했고, 지난 11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부실 복구 논란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문화재 부실 복구 등 문화재 보수사업에 대한 책임 소재를 물어 변 청장을 전격 경질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와대의 변영섭 청장 경질에 대한 적절성 여부에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대통령의 말대로 논란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엄중히 묻는 것이 아니라, 부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문화재 행정 수장의 돌연 경질이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소장은 “이번 경질의 이유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책임을 문 근거가 모두 변 청장이 아닌 전 정권 시절에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황평우 소장은 “이른바 관료 마피아와의 파워게임에서 변영섭 청장을 중심으로 한 개혁세력이 진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이번 경질은 박근혜 대통령의 한계가 나타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 소장은 또 “말로는 문화융성, 문화융성 하고 있지만 지금 현재의 청와대와 문화부를 잇는 관료 시스템으로는 어림 없는 일”이라며 “문화융성의 근거인 전통문화에 대한 무지와 무시로 현 정권의 문화융성 운운은 사망신고를 한 것이나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 소장은 “여당의 문화재 행정을 잘 아는 관계자들도 이번 변 청장 전격경질을 놓고 왜 숭례문 등의 부실공사 책임을 변 청장이 져야 하는가에 의문을 품고 있더라”며 “이 문제의 책임은 숭례문 복원을 주도했던 관료들에게 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