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비윤리적이다. 내 스스로가 원전마피아의 한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탈핵을 이야기할 수 없다.”

세계적 탈핵 추세가 가시화되고 국내에서도 ‘원전’과 ‘탈핵’에 대한 논의가 대두되는 가운데 불교생명윤리의 관점에서 탈핵 문제를 조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박병기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10월 25일 열린 불교생명윤리협회 추계학술세미나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크게보기박 교수는 불교 평화론의 특징을 “평화를 위협하는 요인을 나 자신의 무명에 근거한 집착에서 우선적으로 찾고자 하고, 그것들이 모인 공업을 다루면서도 그 무명과 집착의 맥락을 놓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원전마피아를 비판하는 것과 나 스스로가 원전마피아가 아닌지 성찰하는 것이 분리되면 탈핵 문제 비판은 그 힘을 잃는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촉발된 탈핵에 관한 우리의 관심은 ‘밥상 위의 생선 문제’일 뿐, 우리 삶의 중심에 밀려와 있는 전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로까지 이어지지 못한 채 단절돼 있다”며 “핵실험에 사람이 직접 희생되지만 않으면 된다는 전제보다 더 중요한 지점은, 과연 그런 핵실험이 꼭 필요한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생명을 바라보는 불교적 관점은 기본적으로 윤리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명을 바라보는 불교적 관점 속에는 생명 현상을 바라보는 인식론적 틀이자 결과로써의 지혜와 함께, 그 지혜에 근거한 자비행이라는 윤리성이 포함돼 있다”며 “현재 우리에게 핵발전소와 핵무기로 상징되는 핵 문제는 기본적으로 공감의 윤리 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박 교수는 말하는 불교 생명윤리의 관점에서의 탈핵은 ‘편리함’으로 대변되는 ‘전기’의 시대에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느냐, 혹은 편리한 삶이 진정 내가 추구하는 삶이느냐의 문제로 연결된다. 그는 “우리는 가능하면 좀 더 편하고 기능도 많은 스마트 기기를 소비하고자 하고, 스스로 삶의 의미를 묻는 것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촉발된다”며 “더이상 이런 삶을 지속시키는 일이 어렵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속에서 우리는 다시 삶의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고, 그 맥락 속에서 근원적인 탈핵의 길이 자연스럽게 모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삶의 물음을 던질 수 있는 철학적 능력과 인기성에 근거한 생명 가치 존엄성에 대한 윤리적 자각 능력은 교육과 운동에 있다”며 “실상에 대한 인식을 근간으로 연민의 눈길을 보내고 자비의 손길을 내밀 수 있는 미래세대를 길러낼 수 있다면 탈핵으로 상징되는 실천적 목표는 반드시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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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생명윤리협회는 25일 '탈핵과 자살'을 주제로 추계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