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피해자 자녀 5명 중 1명이 선천성 기형이나 유전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2010년 장애인 등록율 전국 5.0%에 비해, 경남 원폭피해자 조사참가자 평균 10명 중 1명이 장애인 등록증을 소지(1세 12.8%, 2세 9.1%, 3세 3.3%)하고 있다고 응답해 원폭피해자 후손의 장애 발현 위험이 높을 가능성을 나타냈다. 그러나 원폭피해자 및 그 후손들의 열악한 생활환경으로 인해 불안장애, 빈혈, 우울증, 알콜 중독 등의 미 치료 비율이 높게 나타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결과는 전국 지자체 차원에서 처음으로 실시된 한국인 원폭피해자 및 후손 실태조사와 관련, 경상남도가 경남발전연구원에 의뢰하여 연구 수행한 ‘경상남도 원폭피해자 실태조사 최종보고서’(10월 14일 발간)를 통해 밝혀졌다.

이번 조사는 2011년 12월 경남도의회에서 제정된 ‘경상남도 원폭피해자 지원 조례’에 근거하여 실시된 실태조사로서, 국내외에서 최초로 원폭피해자 1세뿐 아니라, 2세와 3세까지를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였다. 이번 조사는 설문지를 통한 방문조사 및 전화, 우편조사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실시되었으며, 경남에 주소지를 둔 원폭피해자 1세 666명, 2세 339명, 3세 120명 등 총 1,125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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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는 지자체로서는 처음으로 경남발전연구원에 의뢰해 '원폭피해자 실태조사'를 해 보고서를 발간했다.


경남도는 이번 실태조사의 목적을 도내 원폭피해자의 현황과 생활 건강실태 및 복지욕구를 조사하여 원폭피해자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시책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실태조사 결과 중 주목할 만한 것은 조사 참여자 1,125명 중 20.2%가 자녀의 선천성 기형 또는 유전성 질환이 있다고 답변했으며, 원폭피해자로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출산 및 자녀 건강 등 유전적인 불안감을 꼽았다는 점이다.

특히 여타의 신체적인 질병에 비하여 정신적, 환경적 요인에 의한 질환인 불안장애, 빈혈, 우울증, 알콜 중독 등의 미 치료 비율이 높아 원폭피해자와 그 후손의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주목과 그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그밖에도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장애인 등록율 전국 5.0%에 비해, 경남 원폭피해자 조사참가자 평균 10명 중 1명이 장애인 등록증을 소지하고 있다고 응답(1세 12.8%, 2세 9.1%, 3세 3.3%)해 원폭피해자의 장애 발현 위험이 높을 가능성이 시사됐다. 장애인 등록증이 있는 경우, 장애유형을 조사한 결과 ‘지체장애’가 48.6%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청각장애’가 16.0%, ‘시각장애’ 13.9%, ‘정신장애’ 9.7%, ‘뇌병변장애’ 7.6% 순으로 나타났다.

한·일 정부로부터 의료지원과 건강관리수당을 받고 있는 1세에 비해, 2세는 기초적인 의료지원을 포함하여 지원 정책 자체가 전무하여 의료기관 이용 시 비용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이들은 1세와 2세 모두 건강검진 및 의료비 지원 확대를 최우선적인 보건의료 또는 복지서비스로 꼽았다.

이번 조사와 관련 합천 평화의집 등 원폭피해자 관련단체들은 “경남도가 각 세대별로 처한 상황과 어려움에 맞게 적절한 지원시책을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도내 원폭피해자 후손을 위한 상담과 요양, 각종 자활서비스 및 원폭피해로 인한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보고서에서도 언급된, 일체의 의료, 보건, 복지 서비스에서 배제된 원폭2세, 3세 환우들에 대한 보건의료적 지원과 더불어 현재 2세들도 평균연령이 40-50대로 고령화해 가는 상황 속에서 자활이 어려운 2세 환우들을 위한 원폭피해자 지원센터 등의 설치과 운영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남도 조례제정을 이끈 원폭2세 환우의 쉼터 합천평화의집 윤여준(74세, 前 환경부장관)원장은 “이번 실태조사를 계기로 지자체 차원에서부터 원폭피해자와 그 후손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나아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원폭피해자와 그 후손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정신적, 신체적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내 첫 지자체의 원폭피해자 후손 조례제정에 이은 실태조사 실시에 국내 피해자들뿐 아니라 한국보다 앞서 피폭자 무상의료를 실현하고 피폭자 원호법을 정비해온 일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또 현재 19대 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에 의해 원폭피해자와 피해자 후손의 실태조사와 지원을 위한 4개의 특별법안이 제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