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연히 일어나 종단지도자의 약속이 반드시 지켜지도록 하겠습니다.
- 조계종 제34대 총무원장 후보등록을 앞두고 -

개혁종단 20년, 불자들의 탄식이 곡처럼 방방곡곡을 휘감고 있습니다.

님들은 지난 1987년 해인사 승려대회를 거쳐 1994년 이 땅에 개혁종단을 출발시켰을 때 그 공심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합니까?

자승스님께서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을 맡으신 기간 동안 조계종 지도급 스님들의 여러 범계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해묵은 은처승 의혹, 횡령의혹 등은 차치하더라도 작년 백양사 사건 이후 불거지고, 올해 들어 폭로된 지도급 스님들의 도박 및 횡령비리 의혹은 아직 풀리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올해만도 두 차례에 걸쳐 대낮에 총무원 근처에서 일어난 종회의원에 의해 한 재가자가, 또 호법부에 연행되어 간 한 출가자가 당한 혹심한 폭행에 대해서도 종단차원의 여법한 진상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종단차원의 사과의 말은 기대조차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작년 자승스님께서는 범계행위 근절과 종단의 자성과 쇄신을 약속하였고, 재임은 생각지도 않으며 임기에도 연연하지 않고 종단의 자성과 쇄신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그리고 허울뿐인 자성과 쇄신 결사가 만들어졌을 뿐, 일부 출가승들은 성매수, 내연관계 등이 확인되어도 처벌받지 아니하고, 본사주지선거와 관련하여 금품수수 의혹은 여전히 지속되었으며, 호계원에 비구니 스님 한사람 충원하는 것에도 비구니스님 전체가 모욕받으며 실패하였습니다.

미국에서 버젓이 혼인신고가 된 승려가 여전히 종단의 중책을 맡고 있으며, 도박 빚으로 수만평의 토지를 팔고 도주한 사찰주지의 도박행태가 공중파를 통해 안방에 방영되어도 쉬쉬하고 그 도박사건을 조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늘, 일부 종책 모임의 결집체인 불교광장은 스님을 만장일치로 조계종 제34대 총무원장 후보로 추대했고, 스님께서는 “공정한 선거에 임하겠다.”며 이를 수락한다고 했습니다.

작년 도박사건 이후 조계종의 청정승가와 정법구현을 위해 목소리를 내던 전국선원수좌회 스님들은 1년 전 스님께서 한 약속을 지키라며 분연히 일어나 총무원 바로 앞에서 묵언정진 19일째, 단식용맹정진 10일째를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2일에는 수백의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가 모여 “자승원장 재임포기 약속 엄수 및 청정승가 구현”을 위한 촉구법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저희 재가자들 역시 수좌스님들의 뜻을 지지하며 108배 참회정진을 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청정승가와 정법구현을 위한 사부대중의 목소리가 총무원장 스님께는 들리시지 않습니까? 또한 이러한 목소리가 무겁게 느껴지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현재 일반의 조계종 지도급 스님들을 향해 쏟아지는 범계행위에 대한 비판의 소리는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부끄러운 표현으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를 몰라라 하며 종권 나누어먹기에 급급한 불교광장 스님들에 의해 자승스님께서는 34대 후보로 추대되었습니다. 사부대중의 미미하나마 출가자들의 양심에 기대하던 마음은 무참히 저버려졌습니다. 자승스님께서 재출마선언을 하는 순간 “공정한” 선거는 가능하지를 않습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하시어 한국불교 대표종단인 조계종이 청정승단으로서 거듭나 세계불교를 이끄는 종단이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자승스님께 다음과 같이 요청합니다.

ㅡ. 자승스님께서는 장주스님과의 밀약서 등 총무원장 당선을 위하여 계파정치와 기득권세력을 공고히 한 점을 스스로 참회하시어 후배 출가자들의 사표가 될 수 있는 길을 선택해 주십시오.

ㅡ. 자승스님께서는 임기동안과 특히 지난 1년간 허울뿐인 자성과 쇄신 결사라는 양설 뒤에 숨어 종단의 자정활동이라는 시대적 요청을 묵살하고 종단이 만인의 조롱을 받게 한 점을 참회하시고, 정법의 길이 열리도록 노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ㅡ. 자승스님께서는 본인의 약속 그대로 재출마 포기의 길을 선택하여 조계종단이 스스로 청정한 종단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십시오.

이러한 바탕 위에서만이 기득권과 계파정치의 다툼이 없고, 투명한 재정구조를 바탕으로 한 종단개혁의 첫걸음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제자답게 “내려놓을 수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우리는 이 땅에 바른 법이 오래 머물고, 부처님의 가르침이 세상에 널리 펼쳐질 수 있도록 분연히 일어나 종단 지도자의 약속이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불기 2557(2013)년 9월 16일

참여불교재가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