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선 스님을 후보로 추대한 옛 무량회, 무차회, 보림회(백상도량) 등 3자연대는 소속 종회의원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여법한 종단 운영 어떻게 성취할 것인가?’를 주제로 종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금강 스님(미황사 주지)의 발제를 중심으로 종회의원 오심 스님, 도정 스님의 지정토론과 참가자가 자유롭게 발언하는 종합토론으로 진행됐다.

금강 스님은 먼저 현재 불교계가 “도박이나 폭력, 부정부패, 파당 등에 의해 사회인들로부터 회화화되고 조롱거리가 된 단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사회의 비판을 극복할 종책의 기조로 ▲불교정신과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종책 ▲불교와 국민 대중을 위한 종책 ▲지속 가능한 종책의 수립 ▲결실을 맺을 때까지 점검하고 독려하는 종무행정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종책 입안과 실행 ▲연기와 보살사상에 입각한 국민대중의 행복과 안락을 위한 종책 등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또한 각 분야별 종책의 주요 방향으로 ▲수행종풍 확립을 위한 종책 ▲중앙과 교구의 소통과 상생 ▲공명정대한 종무행정을 통한 여법한 종단 운영 ▲교육의 진흥과 인재양성 ▲사회변화에 부응하는 전법활동 ▲ 대승불교의 시대적 구현 ▲불교문화의 대중화와 한국불교의 세계화 등을 꼽았다.

금강 스님은 특히 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중앙승가대 총장 문제처럼 교육문제가 표류하고 있는 것은 정말 문제다. 교육의 안정을 통해 종단의 기반 형성되는 것인데 33대 총무원장 자승 스님 처럼 교육문제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나오는 것을 방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금강 스님은 “무엇보다도 포교나 수행이 종회나 총무원, 본사에 우위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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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연대의 종책토론회 장면. 60여명의 종회의원이 동참했다.


오심 스님은 33대 집행부가 ‘인(人)의 장막’에 갇혀있다고 비판했다. 오심 스님은 “33대 집행부 체제는 ▲수행종풍이 여법하지 못한 것에 따른 조계종 위상 약화 ▲보여주기 식 행정 ▲대정부관계에서의 이율배반적 행보 등으로 비판받았다”며 “33대 총무원장은 종책모임에서 추대됐는데 너무 편안하게 되다보니 인의 장막을 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오심 스님은 “차기 집행부는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지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정 스님은 “수행종풍 진작과 사찰재정 투명화로 종단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정 스님은 “현재 우리 종단은 수입이 나오는 곳에 빨대를 꽂고 뽑아가는 ‘뱀파이어 종단’이라는 얘기를 듣는다”며 “전근대적인 신행 중심의 사찰 재정을 타파하고 마련과 쓰임이 모두 여법한 수익사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도정 스님은 또 “수행종풍 확립하려면 심리치료, 수행프로그램, 세계 공통 염불 의식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며 미래불교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종합토론에서는 더 다양한 의견과 건의가 이어졌다. 토론회 참석 스님들은 수행종풍 회복과 교육·포교의 중요성 등에 결을 같이 했다.

종회의원 무애 스님은 “어용화 되어가는 종단의 위상이 개선돼야 한다”며 “예산이 없는 종단에서 돈 되는 곳을 가지고 서로 나누려고 하니까 수행자 집단이 아닌 이상한 집단으로 변모하면서 욕을 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애 스님은 “종단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포교를 통한 인적자원의 확보가 필요하다”며 “교육과 포교의 전면적 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조계종 총무부장 원담 스님은 수도권 교구 획정에 대한 종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원담 스님은 “종단은 서울 관리에 실패했으며, 조직적으로 취약한 서울 교구와 경기도 인천 강화 등 경기도 서쪽 교구에 대한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3자연대 스스로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도 이어졌다. 마가 스님은 “33대 집행부에 대한 여러 비난이 있는데, 우리 모두가 33대 집행부를 만들었던 주역들”이라며 “누구보다 먼저 우리가 참회하는 모습이 있었으면 한다”고 일침 했다. 마가 스님은 “우리들만의 리그를 하지 말고 사부대중이 함께할 수 있는 공약 나왔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수행을 열심히 해서 스스로 변화하고, 여법한 스님이 종단을 운영한다면 여러 문제는 다 해결되고 한국불교의 새 얼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천불사 주지 동일 스님도 “결국 수행자와 포교 전법을 어떻게 잘 할 것인가에 초점 맞춰 종책이 수립돼야지 총무원의 종권 분배에 맞춰져서는 안 된다”며 “수행과 포교에 맞춰 종책을 내놓고 언급하면 관심을 돌렸던 스님과 불자들이 관심을 갖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심우 스님은 화쟁과 화합의 가능성을 지방분권화에서 찾았다. 스님은 “불교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장황하게 설명했는데, 원효 스님의 화쟁, 화합에 대한 답이 없으면 말사 스님들이 일선에서 포교해놓은 것을 싹 다 날려먹는다”며 “34대 총무원장이 마음 내려놓고 본사주지 안에서 총무원장 뽑으면 행정과 본사 운영에 집중할 수 있지 않겠냐”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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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연대의 후보로 추대된 보선스님은 총무원장이 되면 재임하지 않겠다는 등의 기본 공약을 밝혔다.


한편 보선 스님은 이날 총무원장이 되면 재임하지 않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34대 총무원장 후보로 나서면서 여러 스님들께 세 가지 공약을 했다. 첫 째는 모든 종도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종무행정의 기초로 삼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계파를 관리하며 종단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총무원장이 된다면 재임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렸다. 제 종책 기조는 이 세 가지 안에서 이뤄질 걸로 믿는다.”

제34대 조계종 총무원장 후보에 출마를 선언한 보선 스님이 이 같이 선언했다. 보선 스님은 9월 12일 오후 4시 지리산프라자호텔에서 열린 3자연대의 종책토론회에 참석해 이 같이 말했다.

보선 스님은 또 종책토론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여러 대중이 우리 종단발전을 위해서 내놓은 고귀한 의견이라 생각돼 마음이 흐뭇하다”며 이날 종책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종책 구성에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토론에 참석한 장윤 스님은 “종단 화합과 안정을 위해 법등 스님과 최선을 다해봤는데 지금은 모든 것이 무위로 돌아갔다”며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최선을 다해서 후보자스님과 회원스님들 뜻을 받들겠다. 다함께 종단 발전을 위해서 뜻을 모아가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보선 스님은 오는 9월 24일 종책발표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