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산’(가명)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에 사는 한 수행자가 작금 조계종 사태에 대해 고언을 전해왔다. ‘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조계종’이라는 제목의 이글에는 조계종에서 벌어지고 있는 갖가지 현상에 대한 준엄한 질책이 들어 있다. 편집자

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조계종

최근 언론에 보도된 조계종의 추한 모습들을 보면서 그냥 침묵할 수 없어서 한마디 하고자 한다. 요즘 조계종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조계종이 종교집단인지 의심스럽다. 원칙도 없고 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집단이라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현재의 조계종은 조폭 집단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백주대낮에 한 스님을 납치 감금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나도 집행부에서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있다. 이런 집단을 어찌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종교 단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에는 조계종 총무원장을 포함한 조계종의 중진 스님 16명이 국내는 물론 외국에까지 가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했다는 폭로가 있었다. 도박은 세속에서도 사회악으로 간주하는 중대한 범죄에 속한다. 그러한 도박을 세속을 버리고 출가한 스님들이 그것도 종단의 수장인 총무원장이 연루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조계종의 명예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크게보기

자승 총무원장 재임 저지와 청정승가 구현을 위해 지난 30일부터 조계사에서 정진 중인 스님들의 모스. 미디어붓다 자료사진


이처럼 큰 사건이 터지면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과 사부대중에게 심려를 끼치게 되었음을 먼저 사과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그런 다음 자신의 결백과 진실은 법정에서 가리면 된다. 그런데 도박에 연루된 16명의 당사자는 아직도 침묵하고 있고, 오히려 양심선언을 한 자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조계종은 과연 종교집단인가. 그리고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인가를 묻고 싶다.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자가 자진해서 물러나면 모든 일들이 한껏 번에 해결되겠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그렇게 되질 않을 모양이다. 제34대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회오리바람이 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94년과 98년과 같은 종단 사태가 재현되면 한국불교는 다시 회생하기 어렵다. 일반 국민들은 물론 신심 돈독한 불자들도 돌아서게 될 것이다. 절대로 그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조계종에는 종헌과 종법이 엄연히 존재한다. 모든 것은 종헌과 종법에 따라 총무원장 선거를 실시하면 된다. 종헌종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대위를 구성하자는 것은 현 총무원장의 연임을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지난 29일 ‘자승 총무원장 연임 저지 및 청정승가 구현을 위한 전국선원수좌 대책위원회’가 ‘자승원장 재임 저지 및 청정승가 구현을 위한 묵언정진’에 들어갔을 때, 많은 불자들은 조계종을 다시 살릴 기회가 왔다고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봉암사 적명 수좌가 자승 총무원장을 만나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변했다.

오늘(31일) 보도에 따르면, 몇 명이 모여 제도권 6인과 비제도권 9인으로 구성된 ‘추대위원회’를 발족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조계종의 한 가닥 희망이었던 전국선원수좌회마저 권모술수가 판치는 혼탁한 종단정치에 휩쓸리고 말았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조계종은 언제까지 원칙을 무시한 정치승들의 밀실야합으로 사부대중을 속일 것인가. 끝으로 전국선원수좌회는 어떠한 경우에도 종단정치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수좌들은 조계종의 희망일 뿐만 아니라 한국불교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구산(龜山)/ 산에 사는 수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