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판세가 하루 앞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급변하고 있다. 8월 30일 저녁 봉암사 수좌 적명스님과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유성에서 만나 선원, 강원, 율원의 신망을 받는 스님들이 참여하는 후보추대위원회를 구성하는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어 31일 유성에서 적명·자승·법등·도법·수경 스님이 회동, 이 안을 논의해 대타협을 이끌어냈다는 소식이다. 타협한 후보추대위는 자승 스님 측 3명과 이미 출마를 선언한 보선 스님 측 3명, 선원, 강원, 율원, 비구니 대표 각 3명 등 모두 18명의 위원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합의는 기본적으로 자승 총무원장의 불출마가 분명하게 표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뚜렷한 한계를 갖는다.

특히 전방위적 불출마 압박을 받고 있는 자승 스님은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을 것이지만 보선 스님 쪽은 상대적으로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변수다. 지난 30일 옛 무차·무량·보림회의 후보로 추대된 보선 스님이 이 합의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이들 3자 모임은 31일 오후 4시부터 긴급회동을 갖고 ‘적명-자승’ 합의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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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 총무원장의 재임 저지를 요구하면 조계사에서 묵언정진 중인 수좌스님들. 미디어붓다 자료사진


이 합의가 가진 과제는 예상보다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자승 스님의 총무원장 재임 포기 선언이 전제되지 않은 합의가 얼마나 종도와 국민들에게 공감대를 줄 수 있느냐가 첫 번째 과제다. 현재로서는 어떤 합의나 타협이든 자승 스님의 불출마 선언이 전제되지 않는 한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승 스님의 불출마가 이번 합의에도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고 ‘기존의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정리된 것은, 정치적 수사에 밝지 않은 수좌스님들이 ‘당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자승 스님의 불출마 선언이 없는 상태에서 무차·무량·보림회 3자 연대에서 엊그제 추대한 보선 스님 후보 카드를 접을 가능성은 앞서 언급한 대로 희박해 보인다. 또한 9월 2일 동화사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불교광장에서 이 합의를 추인할 것인지, 이어 종단의 중요한 축인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서 이 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일 것인지 등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 합의가 각 계파와 종단 주체들에게 받아들여질 경우,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는 기존의 기득권 연대에 의한 추대가 아닌, 선원과 강원, 율원, 비구니 등 비 기득권 대표들이 다수를 차지해 주도권을 갖는 추대위원회가 주도하는 첫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