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대중께 호소합니다

불법승 삼보전에 귀의 하옵고,

부처님과 역대 조사님께 참회를 올리오며 조계종을 염려하는 사부대중께 고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직지인심 견성성불 전법도생(直指人心 見性成佛 傳法度生)을 종지”로 하고 있습니다. 견성성불 전법도생의 조계종 종지는 “자신의 깨달음(見性成佛)과 중생을 섬김(饒益衆生)”을 핵심 가르침으로 하는 선(禪)의 종지이기도 합니다.

깨달음을 위한 수행과 중생을 해탈로 이끄는 것으로 정체성을 삼아야 하는 종지에서 보면, 지금 우리 선원의 수행과 교화의 체계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습니다. 먼저 수행과 교화에 철저하지 못하여 눈 밝은 종사를 배출하지 못하고 중생의 아픔에 함께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아울러 정진의 미흡으로 인하여 지금과 같은 조계종의 사태를 초래하게 된 수행자로서의 책임을 통감하며 저희 2천여 수좌들은 참회를 올립니다. 앞으로 각고의 노력으로 선원의 많은 문제점과 납자들의 수행체계에 대한 개혁과 개선을 통해 깨달음과 섬김의 선원문화를 창달하고자 합니다.

생사를 해탈하고 중생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본분사(本分事)에 목숨 걸고 정진해야 할 선원수좌들이 무엇 때문에 가부좌를 풀고 선원을 나와 성명을 발표하고 조계사에서 묵언정진을 하려 하는가.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 대한불교조계종은 총체적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한국불교와 조계종도를 이끌어가야 할 총무원이 돈과 직위로 견제기능을 마비시키고 나눠먹기로 안일과 부패로 뭉쳐 안정을 표방하며 불교발전에는 무관한 행태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승 총무원장은 부처님 정법에 반하는 도박, 폭력, 부패, 비리, 폭로의 중심이자 대상이 되어 불자들을 실망케 하고 국민들마저 불교에 등 돌리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2~30년만 더 지속된다면 조계종이 망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습니까.

지난 해 봄 백양사 도박사건으로 인해 불자와 국민이 분노했을 때 봉암사를 중심으로 한 선원수좌들이 자승 총무원장이 책임을 지고 퇴진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전국선원수좌회(이하 수좌회)에서는 이를 추인하며 자승 총무원장에게 8개항에 달하는 요구를 하였던 바 원장은 이를 적극 수용하기로 합의한 바가 있습니다.

그 때 수좌회와 자승 총무원장이 합의한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자승 총무원장은 현 종단사태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여야 하나, 종단 의 혼란이 가중됨을 방지하기 위하여 쇄신위원회를 설치하여 종단을 개혁하 고 정상화시킨 후 명예롭게 퇴임하기 바란다.

2. 자승 총무원장은 개혁의 진정성을 표명하기 위하여 위 1항에 대한 구체적 인 방법과 일정을 조속히 밝혀 주기 바란다.

3. 청정승가를 위한 승려 득도체계를 개선하며 지계청정의 교육, 수행을 강화 하고 은처승을 퇴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4. 삼보정재의 사유화로 인한 교단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하여 재정 투명화의 제도적 장치를 확고히 해야 한다.

5. 금권 선거를 방지하기 위한 총무원장 직선제･본사주지 선거제도 및 종회의 원 선거법을 개정해서 종회가 개혁되어 계파정치의 구태를 일소하도록 하여 야 한다.

6. 비 승가적 방법으로 폭로 비방을 일삼는 훼불 행위자들은 그로 인하여 종 단이 절체절명의 벼랑으로 추락하고 있음을 참회하고 더 이상의 망동을 삼 가 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

7. 도박에 연루된 스님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

8. 종단이 개혁될 수 있는 가시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을 경우 강력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다.

2012년 6월 1일

대한불교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

위와 같이 종단개혁, 청정승가 구현, 재정 투명화, 선거제도 개선, 계파정치 혁파, 훼불행위 근절, 도박 연루자 엄벌 등을 내용으로 하는 합의를 하였습니다. 이 요구는 비단 수좌들만의 생각이 아니라 전 종도들의 정당한 요구기도 합니다. 여기서 합의한 사항을 이루기 위해 설치한 기구가 자성과 쇄신 결사추진본부입니다.

그러나 이 기구는 이름에 불과할 뿐 오히려 종권연장의 도구로 전락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어느 것 하나 이루어진 것은 없고 오히려 자승 총무원장 본인이 도박, 폭로, 폭력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나아가 권력과 금력을 이용하여 일부 종회의원과 본사주지를 회유하여 재임을 기도하고 있는 있습니다. 쇄신의 대상이 쇄신의 주체가 되어버린 주객전도 앞에 우리 종도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대 혹은 선거 압승이라는 명목으로 연임을 획책하고 있는 자승 총무원장을 선방수좌라고 해서 어찌 수수방관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 우리 수좌들은 위에서 약속한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좌회가 정당한 방법으로 묵언정진에 들어가는 것은 단순히 자승 총무원장 연임저지를 위한 것뿐만 아니라 총체적 난국에 빠진 조계종을 개혁하고 청정승가를 회복하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이에 조계종을 염려하는 사부대중께서는 저희 수좌들의 뜻에 적극 동참해 주시고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불교중흥의 깃발을 높이 듭시다.

우리의 요구

1. 모든 스님은 돈을 떠나서 수행과 교화의 본분에 충실케 할 수 있는 제도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2. 비구승 중심이 아닌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종단 운영과 재정투명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3. 은처승의 문제는 계율에 의해 바르게 정립되어야 한다.

4. 폭력, 부패, 비리, 비방, 폭로 등에 의한 비 승가적 행위를 근절하고 청정승풍을 회복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5. 도박, 폭력에 연루된 스님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

6. 직선제를 포함한 선거제도를 개선하여 화합승가를 이루어야 한다.

7. 위의 사항을 원만히 이루기 위해 자승원장의 재임을 강력 저지한다.

우리는 종단 개혁과 쇄신을 이룰 수 있는 참신하고 수행력을 갖춘 총무원장이 선출되기를 바란다.

세존응화 계사년 8월 29일

자승 총무원장 연임 저지 및 청정승가 구현을 위한
전국선원수좌 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