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게 하는 것이 ‘법’입니다. 법은 국가에 의한 강제수단이지만, 헌법정신에 입각하여 사회적으로 합의된 것으로써 질서를 세우고 약자를 보호합니다. 사회에 법이 있으므로, 설사 법을 위반하고 체제에 항거하는 이들이라 하더라도 법의 규정안에서 적법한 절차에 의해 유무죄가 가려지고 합당한 판결 및 처벌이 내려지게 됩니다.

조계종의 종헌은 국가의 헌법처럼 종단을 지탱하는 근간이기에 종정예하도 종헌의 틀을 넘어서는 권한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근래 종단의 상황은 내외적으로 만신창(滿身瘡)과 같습니다. 연일 터져 나오는 고위급들에 대한 비리의혹, 언론의 보도, 고소와 고발은 우리가 속한 종단이 과연 종교집단인가를 의심케 합니다.

급기야는 백주에 한 종도가 공개 장소에서 여러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의 자유를 억압당하며 강제로 끌려가는 폭력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이 다시 되풀이되었습니다.

“기자회견장에는 서울 종로경찰서 소속 경찰도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출동한 경찰도 아무런 저지를 하지 않았다.”고 각 언론매체가 보도하고 있습니다. 법치와 원칙이 실종된 박근혜정부의 무소신 ‧ 무능력이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이 성명서를 통해 본인은 박근혜 정부에, 당해 경찰조직과 관계자에 대해 엄중히 조사하고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을 것을 요구합니다.

종단의 자성 실종과 위기관리 능력의 부재도 지적하고자 합니다. 범계 등 각종문제가 발생하면 여법하게 수습해서 청정성과 위엄을 회복해야 함에도 종단 지도부는 해결은커녕 각종 사태에 대해 방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불자 대중의 침묵입니다. 침묵은 암묵적 동조입니다. 지도층의 방기와 불자대중의 침묵은 종단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과 기대마저 흔들리게 하고 있습니다. 탈법과 악습의 방관은 조직의 공멸을 자초할 뿐입니다.

특별히 원로회의(의장 밀운 스님)에 바랍니다. 현 종단의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하셔서 상응한 조치를 취해 주십시오. 총무원장 스님 또한 종단의 최고 수장으로써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시고 적합한 조치를 취해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종단병폐를 드러내고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두려워하거나 거부해선 안 됩니다. 그것은 개인과 집단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며, 사실상 훼불과 해종 행위를 자행함입니다. 우리 모두 훗날의 역사가 어찌 평가할지를 두려워합시다. 견고한 의지로 진정한 자성과 쇄신의 길로 나가기를 촉구하며, 불교가 “위대한 가르침”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불기2557(2013)년 8월 22일

조계종 승려 法應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