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가 포함된 원로회의를 방치해서 새로 선출될 총무원장에 대한 원로회의 인준이 무효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또 현 종정스님 자격이 원인무효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종단의 대표자인 총무원장이 나의 원로회의 쇄신 촉구에 응해주기 바란다.”

단식 정진 등을 통해 조계종 원로회의의 쇄신을 강력히 촉구해온 설조 스님(전 개혁회의 부의장, 법주사 운영위원장)이 8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조계종 총무원장에게 쇄신을 거듭 촉구하는 문건을 내용증명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설조 스님은 내용증명은 8월 13일 발송했으며, 공휴일을 제외하고 7일 이후까지(8월 26일)까지 총무원장이 원로회의 쇄신에 나서겠다는 답변을 주지 않을 경우 부득이 사회법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설조 스님의 14일 회견은 지난 6월 10일 발송한 내용증명과 7월 3일 단식을 마치며 발표한 성명 이후 세 번째 공개촉구로 사실상 최후통첩 성격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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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회의 쇄신 촉구는 교단에 대한 마지막 봉사이자 기여하고 확신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는 설조스님


설조 스님은 “원로회의 의장 밀운 스님 문제를 비롯해 분명하게 문제가 확인된 3명의 원로의원은 이미 총무원 호법부에서 조사를 한 내용이 있는 만큼 총무원장이 규정에 의해 처리하면 되는 일”이라며 “총무원장도 법적으로 비화돼 법원에서 이 문제를 다루게 되면 그 파장이 클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설조 스님은 밀운 스님을 제외한 문제의 원로의원들에 대한 구체적인 문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설조 스님은 “‘적주’인 원로의장 밀운 스님의 문제는 그가 비구계첩이라며 보살계첩을 공개한 이후 정황이 더 심각해졌다”며 “그러나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적시하거나 설명하면 또 다시 서류를 만들거나 새로운 이야기들이 양산돼 사실관계를 흐리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제소에 따른 구체적인 증빙서류는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설조 스님은 이어 “밀운 스님에 대한 여러 주장에 대해 백번 양보해서 1971년 8월 11일 계를 받았다고 해도 승랍 미달에 해당된다”고 일축했다. 스님은 또 “또 밀운 스님이 제시한 계첩이 비구계첩이 아니”라며 “비구계첩이 아니라는 점은 율사들이나 총림의 율원, 원로 중진 등 비구계를 받은 스님들은 다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각한 것은 우리 교단에 적주 비구가 한 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운을 뗀 설조 스님은 “적주 문제가 심각하지만, 특히 종단의 최고 어른이며 수행자의 모범이 되어야 할 원로의원에 적주가 포함된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설조스님은 이어 “비구가 아니면 비구갈마에 참여할 수 없다. 비구계를 받은 사람은 안다. (밀운 스님이 공개한) 계첩은 전통적인 계첩이 아니다”라고 거듭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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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교계기자들과 오찬을 겸한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설조스님.


설조 스님은 종단 사정기관을 거치지 않고 사회법에 제소하면 호법부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개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징계에 회부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어떤 불이익이든 관계없이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설조 스님은 이 문제와 관련해, 호계원과 법규위원회 등 종단 사정기관을 통해 비구지위를 확인받은 법일 스님의 승적을 조계종 총무원이 받아들이지 않고, 결국 사회법까지 끌고 가게 해서 패소한 예를 들어, 이미 종단법을 거치지 않고 사회법 소송을 하는 것에 대해 징계한다는 종법은 총무원 집행부에 의해 사문화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설조 스님은 현 원로회의 구성에 심대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거론했다. 세속법에 문제 되는 사람이 3~4명, 미수계자(적주비구)가 1~ 2명, 처자가 있는 사람도 몇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지난해 열린 원로회 소위원회에서 한 원로가 정화종단인 조계종에 대처승 제도를 허용하자는 내용의 이른바 ‘이판승-사판승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가 몇몇 뜻있는 소수 원로스님들에 의해 저지된 적이 있었다는 충격적 사실도 공개했다. 설조 스님은 “문제가 심각한 원로회의를, 원로의원이 되면 안에서 막으려 했고, 안 되면 밖에서 쇄신하겠다는 소신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으며,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혀왔다”며 “이제는 원고 당사자로서 법정 투쟁을 해서라도 불법 원로회의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조 스님에 따르면, 무자격자가 참여한 원로회의가 행한 추대, 선출, 인준 등은 모두 불법이다. 70년 대 동국대 총장 선출 당시 부자격자가 이사로 참여하여 선출한 총장이 무효가 된 적이 있다는 판례를 제시하며 승소를 확신한 설조 스님은 “사회법에서 현 원로회의가 무자격자로 구성된 불법 원로회의임이 확인되면, 그곳에서 결의된 모든 결정사항이 무효가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며 총무원장의 원로회의 쇄신 결단을 촉구했다.

설조스님의 문제제기가 법으로 확인될 경우 조계종은 현직 종정의 추대가 무효가 되고, 또한 새로이 당선될 총무원장도 불법 원로회의에서 인준되는 결과를 초래해 큰 혼란에 빠질 우려도 없지 않다.

설조 스님은 “지난 단식 중에 총무원장이 법주사로 찾아왔을 때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하고 자세하게 이야기했다. 원장이 행정적으로 처리하기가 어렵다고 해서, 그래서 내가 돕겠다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려 줬다”고 말했다.

설조 스님은 “현재 우리 교단은 개혁해야 한다. 통제와 공개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단은 계속 추락한다”며 “분명히 문제가 있는 원로는 행정적으로 처리하고, 몇몇은 일신상의 이유 등으로 서서히 물러나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설조 스님은 자신의 이 같은 행보는 “교단을 위한 마지막 기여”라고 말했다. 설조스님은 특히 “나에 대한 괴문서가 곧 나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부끄럽게 살아오지 않은 만큼 전혀 개의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