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과 주교, 터키의 사상가와 미얀마의 시인, 한국의 소리꾼과 모로코의 작가… 얼핏 그 접점을 짐작하기 힘든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개울이 강으로 모여들고 강이 다시 한 바다에서 만나듯 국적과 종교, 문화의 동서양을 초월한 아홉 명의 인물들이 ‘만해’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됐다.

‘2013 만해축전’의 하이라이트인 제17회 만해대상 시상식이 열린 8월 11일 강원도 인제군 하늘내린센터 대극장은 시상식이 시작되기 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귀둔·하남초등학교 사물놀이반이 신명나는 우리가락으로 흥을 돋웠고 육군12사단 군악대의 위풍당당한 식전공연으로 열기가 더해졌다.

“자유는 만물의 생명이요 평화는 인생의 행복이다. 그러므로 자유가 없는 사람은 시체와 같고 평화를 잃은 자는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사람이다.”

이윽고 만해 한용운 스님의 ‘조선독립의 서’를 낭독하는 강효빈 원통고교 3학년 학생의 낭랑한 목소리로 본격적인 시상식의 막이 올랐다. 자유와 평화를 제창하는 아홉 명의 수상자가 차례로 단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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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실천대상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일면 스님.

만해평화대상에는 김성수 대한성공회 주교와 터키의 평화운동가 페툴라 귤렌, 세계불교도우의회(WFB)가 차례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만해실천대상은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황일면 스님과 모로코 작가연합회장 앱더라힘 엘 알람, 미얀마의 다공 따야 작가가 수상했다. 만해문예대상은 국악인 안숙선 선생과 독일 작가 잉고 슐체, 러시아 작가 콘스탄틴 케드로프에게 돌아갔다.

이번 만해대상은 특히 수상자의 국적과 종교적 배경이 다양해 눈길을 끌었다. 수상자의 국적은 한국, 터키, 모로코, 미얀마, 독일, 러시아 등 6개국이며 종교 역시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으로 다양했다. ‘한국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만해대상의 세계적 위상을 짐작케 하는 면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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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해대상 수상자는 국적, 종교를 초월한 9명으로 역대 최다 수상자를 기록했다.

제17회 만대해상 심사위원장인 김희옥 동국대학교 총장은 “모두 훌륭한 업적과 인품을 가진 분들이어서 이제 만해대상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발전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인류의 평화와 역사의 진보를 위해 애써온 분들을 찾아내 격려함으로써 만해정신의 근간인 평화사랑 생명사랑 정신을 확대해갈 것”이라고 심사평을 했다.

앞서 만해사상실천선양회 총재 자승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법어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일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전진과 쉼 없는 작은 실천이 모여 거대한 물줄기를 이뤄낼 때 가능한 것”이라며 “오늘 이 자리에 계신 수상자 여러분들이 바로 그런 물줄기를 만들어가는 분들”이라고 격려했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미리 보낸 축사를 통해 “만해 선사의 정신과 행적을 오늘이 되살리는 일은 이 시대의 민족정기를 회복하고 인류가 평화와 행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실천적 정도라고 할 수 있다”며 “선사께서 밝힌 희망의 등불이 이 시대, 인류를 이끌어가는 정신적 지표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축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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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사 반야어린이집 원생들이 만해 선사에게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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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인제군 하늘내림센터에서 개최된 만해대상 시상식에는 6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 만해 선사의 자유와 평화의 정신을 선양했다.

‘선린(善隣)’과 ‘상조(相助)’를 주제로 열린 2013 만해축전은 10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11일 대한불교청년회 전국대회, 전국 고교생 백일장, 님의침묵 서예대전, 만해대상 시상식, 유심작품상 시상식, 한국시 100년 전국 한국시 낭송대회를 거쳐 13일 대동문화축제 등으로 마무리된다.